Hospitalera en Madrid
Lunes, 28 de Abril
11°~21°
춥다. 밤에는 역시 무리였을까?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6시 누군가 일어나서 주방에 들어왔다. 나도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한국인 순례자가 어둠 속에서 모니터를 보고 앉아 있었다.
주방 불을 켜고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마셨다. 잠시 얘기를 나누다 자리를 피해 주었다. 잠시 후 벨기에인이 들어왔다. 목소리를 줄이긴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주방을 울렸다.
아니타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어제 보낸 메시지였다.
"좋아요, 하지만 당신이 괜찮다고 느끼는 것만 받아들이세요."
그들에게 실망했다던 내가 이제 와서 그들을 두둔하는 듯한 얘기를 하니 내 의도가 의심되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그렇게 큰 불만이 없었다.
좋은 환경에서 봉사했었던 그들 입장에서는, 이곳이 좋지 못한 환경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쁜 곳에서도 자원봉사를 했던 내 입장에서는 깨끗한 물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캄보디아 국경마을 포이펫에서 고작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비자 갱신을 위해 태국에 넘어갔다 와야 하는 날이었다.
캄보디아에 파견 나가 있던 신부님도 볼일이 있어서 우리와 동행했다. 우리는 그냥 넘어갔다가 비자만 갱신하고 다시 입국하면 되는 여정이라 신부님을 따라다녔고, 태국 성당 신부님을 만나러 같이 갔다.
태국 신부님이 점심을 사준다고 하여 우리는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태국 국경마을의 식당도 초라한 곳이었다.
태국 신부님이 원하는 건, 다 시켜도 된다고 하셨는데 그때 메뉴판의 티본스테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만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놀랐다. 하지만 이미 캄보디아에 적응한 상태라 우리에겐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렇게 허름한 곳에서 티본스테이크라니, 그저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 태국 신부님이 친절하게도 스테이크를 선뜻 주문해 주셨다.
하지만 신부님 두 분은 쌀국수를 드셨다. 내 성격상 그날 일은 지금의 나로서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태국인 입장에서 보면 가난한 캄보디아에서 온 봉사자라 뭐라도 사주고 싶었지만 우린 한국인이었다. 내심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입장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던 그 일은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내가 왜 이제야 메시지를 확인하는지 알리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다.
자원봉사자 침대에는 와이파이가 접속되지 않습니다. 두꺼운 벽 두 개가 있어서 닿지 않으니,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소파에서만 가능합니다. 이 점 참고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럼 내일 저녁에 출발하시는군요.
좋은 소식을 전해 주시면 6월에 다시 이곳으로 오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내일이 마드리드 알베르게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벨기에인은 7시 반쯤 나갔고 한국인도 8시 반에 나갔다. 무언가 놓고 나갔는지 몇 분 만에 다시 들어왔는데 어떻게 들어왔나 싶었더니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 모양이다.
청소를 바로 시작했다. 9시가 되기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예약자였지만, 일러도 너무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은 하지 못하고 짐만 맡아주겠다고 했다.
나갔다 오라고 했지만 갈 곳이 없다며 청소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애먹었다. 오늘은 정말 빨리 끝냈다.
오늘따라 배가 고프다. 카페꼰레체를 마시고 가예따스를 먹었다. 미소된장국을 먹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10시 반쯤 빵을 사러 나갔다. 근처 까르푸에 가서 바게트를 사서, 먹으며 돌아오는데 한국인이 알베르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믹스커피와 함께 바게트를 먹었다. 외모에 신경을 쓸 나이는 지났지만 그래도 흰머리카락은 충격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이 나름 힘들었나 보다.
아니타에게 메시지가 왔다.
변화를 줄지 여부는 후안 카를로스에게 달려 있다. 나는 그들에게 문제점을 알려주지만, 최종 결정은 그들에게 있다.
하지만 나는 호텔리어들을 잃고 있다. 그들은 사생활을 원하고, 마드리드 자원봉사를 취소하고 있다.
떠나기 전에는 모든 게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다음 주... 다음 주... 이런 말만 들었다. 우리는 자원봉사자일 뿐이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당신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내가 아스또르가에 가 있는 2주 동안 모든 게 바뀌어 있을까? 아무래도 일이 커질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떠나는 게 좋겠다.
나는 나의 안전을 위해 순례자들의 주방 사용 시간을 제한했다. 하지만 순례자들은 22:30까지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순례자들의 주방 사용 시간을 22:00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남자 순례자들의 비매너는 여전했고 결국 21:00까지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순례자들은 22:30 주방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봉사자 숙소 입구를 천으로 가린 후에는 나는 그 어떤 제제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누구나 22:30까지 주방을 사용할 수 있지만 23:00 또는 새벽 04:00에 주방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여기엔 그들이 앉아서 쉴 곳이 주방뿐이기 때문이다.
개인 콘센트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기 충전을 위해 들어오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
12:30 전기가 나갔다. 알베르게 안의 모든 전기가 끊기고 비상조명이 켜졌다. 금세 돌아오지 않았는데, 체크인 시간 전에 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했다.
모든 조명이 한꺼번에 꺼진 건 오늘이 처음이다. 게다가 30분이 넘어가니 슬슬 불안했다.
알베르게 안의 모든 전기가 나갔어요. 12시 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체크인 시간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까 봐 일단 문밖에 쪽지를 붙여두었어요. 초인종이 안 울리면 노크하라고. 그런데 전기가 나가니까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다. 설마 이대로 계속? 주변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있나? 누구라도 들어와야 할 것 같았다. 도어록은 건전지 같긴 한데 나가자니 혹시라도 잠기는 건 아닐까 싶어 나가지도 못하고 대기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
14시가 되니 순례자가 마트에서 샐러드를 사 왔다. 마드리드 시내가 정전이란다. 마트는 문을 열었다고 해서 안심했다.
일단 문을 열어놓고 체크인을 했는데 다른 순례자도 돌아왔다. 세 명이서 얘기를 했다. 다쳐서 한국으로 가서 수술받은 이야기 등. 나의 이야기. 세 사람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예약자가 부부가 체크인했다. 버스가 다니지 않아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왔단다. 먹을 걸 사러 마트부터 가보겠단다.
그때 디에고 부인이 들어왔다. 디에고와 연락이 되어 알베르게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그리고 지금 스페인 전역이 정전이란다. 알베르게의 문제가 아니라 일단 안심이 되었다.
오는 길에 보니 까르푸가 문을 닫았단다. 부부 순례자가 쇼핑에 성공하면, 마트에 가겠다고 했는데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누룽지를 나눔 하여 세명의 순례자가 누룽지로 식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부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까미노 도중에 부르고스에서 사투리를 쓰는 한 순례자에게 경악했다고 한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순례자들에게 혹시 고향인 사람이 있냐고 묻는데, 욕하다가 눈치가 보여서 묻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스또르가에 간다고 얘기하는데 남자 순례자가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뭐지? 사과 반쪽을 내민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흩어졌다.
드디어 디에고가 왔다. 먹을 걸 사러 중국 띠엔다에 가다가 도중에 만난 아들과 같이 들어왔다. 맥주와 안주로 다 같이 요기를 했다.
부인의 이야기가 너무 웃겼다. 정말 성격 좋은 부인과 엄마를 똑 닮은 아들까지, 부러웠다.
저런 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런 엄마를 둔 아들이 부러웠다. 한국에 있는 딸은 아빠 성격을 닮았단다.
추워서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고 서있는데 아주머니가 와서 스페인에 얼마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슬그머니 어디에 사는지 물어본다. 서울이요. 자기는 서울에 살다가 경기도 시골에 산다고 했다.
어릴 때 제주도에 살아서 성인이 된 후 다시 돌아가려고 갔는데 사고가 나서 서울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다른 순례자가 말을 걸면서 대화는 중단되었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20시 디에고 가족은 퇴근했다. 오늘 밤에도 전기가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여성 순례자는 내일 기차 타고 사리아로 갈 수 있을까? 나는 버스 타고 아스또르가에 갈 수 있을까?
다들 일찍 자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20시 30분, 갑자기 전기가 들어왔다. 광장에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12:30 ~ 20:30 8시간 만의 복구.
환한 세상이 되자 여자들만 주방에 다시 모였다. 일단 물부터 끓여서 커피를 마셨다. 두 사람에게 미소된장을 나누어 주었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다들 좋아했다.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소파에서 글을 쓰다가 인터넷에 접속을 할게 아니라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린다. 그리고 광장이 시끄러워졌다. 내다보니 누가 공원에 불을 질러서 소방차가 출동했다.
디에고에게 톡을 보냈다. 22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단다. 내일 버스 시간을 물어본다. 자정이요.
내일 칸막이용 옷장이 배달될 거란다. 하지만 설치는 모레 할 거란다. 그런데 칸막이용 옷장? 문 달린 칸막이가 아닌가 보다.
22:30 순례자에게 얘기하니 알고 있다며 들어간다. 불을 끄자 11:13 조명이 꺼졌다.
화장실에 가는데 순례자가 서있었다. 인터넷이 안 돼서 나왔다며 이내 다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