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54

Hospitalera en Madrid

by 안녕
Martes, 29 de Abril


11°~20°
3시 쾅하고 닫히는 문소리에 잠이 깼다. 나가보니 잠잠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문을 찼나? 하지만 분명 발소리를 들었다. 무언가 이상하지만 화장실에 다녀왔다.

어제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소식을 들었다. 유심 교체 전까지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발가락이 가려웠다. 물집이 가라앉은 상처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이내 다시 잠들었다. 남자 친구가 생겼다.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짝사랑으로 끝난 첫사랑이 나타났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만나자고 하는데, 싫지는 않았지만 왜 이제야 그러냐니까 내가 언제나 자기 옆에 있을 줄 알았단다. 그런데 내가 마음을 접어버리니까 그제야 나에 대한 마음이 생겼고 못내 아쉬웠단다. 이제는 놓지 않을 거란다. 뒤에서 꼭 안아준다. 따뜻했다.

잠이 깼다. 현실의 그는 결혼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서로 나이가 들었다. 언젠가 다시 만난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장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꿈속의 그는 젊었다. 현실 속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꿈에서는 왜 깨닫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이 시점에 나타났을까?

어딘가 이동할 때마다 나에겐 스트레스였다. 그때마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어느덧 7시다. 오늘은 야간버스를 타야 해서, 다들 체크아웃하면 샤워하기로 했다.

부부 순례자가 주방에 와서 아침을 준비했다. 스파게티 면을 삶아서 미소된장국에 넣어서 먹겠단다. 어제 하나 남은 걸로 부족할까 싶어서 챙겨주려고 보니 이미 챙겼단다. 다른 순례자는 누룽지에 미소된장국을 말아서 먹었다.

벨기에인이 없는 걸 보니 새벽에 나갔던 거였다. 도어록 얘기에 남자 순례자가 문 잠금 설정 방법을 디에고에게 들었다며 얘기해 준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마지막 우유를 데워서 카페꼰레체를 마셨다. 한국인 5명만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8시 반 다들 외출 준비하러 방으로 갔다.

9시쯤 부부가 나갔는데 도어록의 불이 꺼졌다. 열었다가 다시 닫으니 되살아났다. 여성 순례자가 나가고 알베르게는 조용해졌다. 이제 다들 나갔다 싶어 화장실에 들어갔다.

샤워하고 나오니 화장실 앞에 충전 중인 폰이 있었다. 폰을 두고 나갔나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체크하니 남자 순례자가 아직 방에 있었다.

순간 너무 놀라서 안 나가셨냐고 하니 곧 나가겠다고 했다. 오늘도 안 나가려고 버틴 의도가 보였다. 그러지 마세요.

청소를 시작했다.




아니타에게 메시지가 왔다.

어제 자기들끼리 회의를 했는데 Jesús라는 사람이 새벽에 아스또르가 버스터미널에 마중을 나오기로 했단다. 그가 열쇠도 가지고 있어서 알프레도가 굳이 깨어있지 않아도 된단다.

미안해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마중 나오는 사람의 연락처를 주는데 와이파이 없으면 소용없었다.

연락처를 등록하니 Jesús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할아버지였다. 일단 사진이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매일 아침 발이 젖은 채로 있어서 오늘은 발을 닦고 소독했다. 물집이 지나간 발가락에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었다. 다 마르고 나서 약을 바르고 양말을 신었다.

침낭을 걷고 패딩을 배낭에 넣으니 짐 정리는 거의 끝났다.




화장실 물통 정리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한국인 순례자인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온 협회 사람이란다.

알베르게 구경하고 싶대서 거절했더니 후안과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후안에게 허락받고, 이곳의 사진을 찍으러 왔단다. 그래서 디에고와 통화시켜 주었다.

통화를 마치고 알베르게를 안내하니 알베르게 운영에 대해서 묻는다. 디에고와 다시 통화시켜 주었다. 궁금한 것 다 묻고 나서 사진을 찍고 방명록을 쓴다.

이제 가나 싶었는데 오스삐딸레라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거절했지만 계속 부탁하니 찍을 수밖에 없었다.

리셉션에서 그리고 알베르게 입구에서 흑역사에 남을 몰골로 그냥 찍었다.




여성 순례자가 돌아왔다. 귤 3개를 주고 배낭을 챙겨 생장으로 떠났다.

어머니에게 톡이 왔다. 스페인 포르투갈 정전 뉴스를 보고 연락했단다. 보이스톡을 했는데 그제부터 한국 뉴스에 나왔다고 우긴다. 정전은 어제였고, 한국은 7시간~8시간이 늦다. 어떻게 그제 한국 뉴스에 나올 수가 있냐고 해도 계속 우긴다.

매번 이런 문제로 싸우는데도 어머니는 절대 굽히지 않으셨다.




날씨가 흐린지 은근히 추웠다. 등산스틱은 놔두고 가고 싶지만 혹시라도 다시 못 오게 될까 봐 가져가기로 했다. 한 달 사이 모든 게 변해서 자원봉사자가 줄을 서게 될지도 모른다.

간식이 가득 담긴 배낭은 다시 무거워졌다. 어느덧 체크인 시간이 되었다.




나가기 싫어하던 순례자가 제일 먼저 장을 잔뜩 봐서 복귀했다. 같이 먹잔다.

그는 채식주의자라고 했다. 샐러드, 토마토, 생선 커틀렛, 먹물 빠에야, 주스 그리고 와인을 사 왔다.

술을 좋아하나 싶었는데 아니란다. 본인은 술을 잘 못 마신단다. 부인이 좋아하는 와인이란다. 굳이 왜 사 왔을까? 거절하기 그래서 한 모금 정도만 미리 컵에 따라두었다.

식사를 하면서 까미노 이야기를 하다가 부인의 대학원 졸업 작품 과정에 대해서 너무도 자세히 설명했다. 학비가 650만 원이니, 삼성에 다녔다는 등 까미노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괜히 점심을 얻어먹었나 싶을 즈음, 부부 순례자가 돌아왔다.

아주머니가 샐러드를 먹자고 하는데 남편은 싫다면서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기어이 샐러드를 준비해서 남편을 불렀지만 남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챙겨주려고 하는 부인, 먹기 싫다고 거부하는 남편. 결국 아주머니도 먹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머니도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식사를 마쳤는데 순례자가 설거지를 하겠단다. 뭔가 실랑이하는 것도 이상해서 그러라고 했다. 나는 테이블을 치우고 나가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하지만 아직 설거지 중이라서 리셉션에 앉아있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니, 한국인 순례자는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간 후였다.




주방으로 돌아오는데 부부가 외출을 한단다. 피곤하다고 잔다더니 이내 다시 나간다고 하니 이상했다.

왠지 자리를 비켜주려는 듯 보여서 그 자체가 짜증이 났다. 아니면 특정지역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수도 있었다. 어제는 다른 순례자와 같이 얘기하는데도 계속 나만 빤히 쳐다보고 얘기해서 부담스러웠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지 말 것을 그랬다.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다.

침대 커버를 벗기고 침대를 정리했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슬리퍼도 집어넣었는데 비닐이 찢어졌다.

배낭을 완전히 꾸렸다. 옷만 입으면 된다.




16:30 초인종이 울렸다. 기차를 타러 갔던 여성 순례자가 다시 돌아왔다. 렌페가 취소되었단다.

어제의 스페인 정전 사태로 인해 오늘은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철도는 정상화되지 않은 모양이다.

기차가 아닌 버스를 선택해서 다행이다. 문득 버스는 괜찮겠지?

그녀는 일단 2박을 연장하고 산티아고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겠단다. 반대로 걷겠다길래 까미노 피스떼라 무시아를 걷는 걸 권했고, 그러겠단다.

얘기 중에 부부도 돌아왔다. 과자, 오렌지를 주셨다. 달걀도 삶고 계신데 두 개 가져가란다.

여성 순례자는 예약한 호스텔을 취소하고 장 보러 나갔다.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여차하면 침대 커버만으로 가능해서 일회용 커버는 버렸다. 장이 부대낀다.




디에고가 왔다. 하지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드리려고 했더니 머그컵을 챙겨 오셨다. 바깥에 나가서 햇볕을 쬐는데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디에고에게 6월에 다시 이곳에 올 수 있는지 물었다. 가능할 거란다. 이제 자원봉사자 두 명이 가능한 걸로 했단다.

그런데 나는 왜 안된다는 거냐니까 누가 안된다고 했냐고 하더니 아니타? 그런다. 아스또르가에 가면 후안에게 물어보란다

오늘 예약자는 자정 도착 예정이란다. 디에고 아들이 와서 인수인계하고, 일회용 침대 시트를 가지고 봉사자 숙소로 갔다.

디에고가 퇴근한다면서 6월에 보잔다. 뭐 애매한 상황에서 떠나는 것보다는 나았다.




배웅하고 씻겠다던 여성 순례자는 21시 먼저 씻으러 갔다. 혼자 남은 아주머니가 자기 매거진을 보여주셨다. 오늘 그리고 어제 이야기였다.

나는 양치하고 마지막 준비를 했다. 배낭을 주방에 꺼내두었다. 이제 할 일도 없다.

여성 순례자에게 어디 사는지 물었는데 고척동이고 직장은 광화문이란다. 나도 서울에 산다니까 어디냐고 해서 목동이라니까 근처라며 전화번호를 달란다. 서로 주고받았다.

오스삐딸레라와 뻬레그리나로 묻는 첫 번호였다. 카톡을 주고받고, 마스크팩도 받아서 같이 주방으로 갔다.




아주머니의 매거진에 대해서 얘기하니 자기도 읽겠다고 했지만 실비아와 야고보의 순례일기는 비공개 계정이었다. 그게 가능했던가?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공간이라 브런치를 선택했지만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이 들어올까 봐 늘 경계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폰에서만 읽을 수 있어서 그녀는 아주머니 폰으로 읽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되어 차비를 마쳤다.

디에고 아들까지 세 명이 나를 배웅해 주었다.




22시 알베르게를 나섰다.

에스파냐 광장 버스정류장에서 148 버스를 기다렸다. 오늘은 어제의 스페인 정전 사태로 인해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더니 정말 무료 승차였다.

1.5€ 굳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보상 뒤에는 큰 대가가 따르곤 했다. 이번에는 무얼 뺏아가실까?

20분 148번 버스에 올랐다.

50분에 Estación de Autobuses Madrid Sur에 도착했다.

50분 걸린다고 했는데, 도보 포함이었고 버스로는 40분인데 30분 만에 도착해 버리니 시간이 남았다.




23시 Estación Sur에 도착했다. 게이트 34번 승강장을 확인하고 위로 올라가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속이 부대낀다. 오늘 너무 많이 먹었다.

왼쪽은 23시간대 스케줄, 오른쪽은 00시간대 스케줄이 보이고 있었는데 내가 타야 할 버스 스케줄이 전광판에서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오른쪽은 도착이었고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다.

아스또르가는 산티아고 행 36번 승강장으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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