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62

Hospitalera en Astorga

by 안녕
Miércoles, 7 de Mayo


7°~21°
어느덧 1시다. 배가 가려워서 보니 무언가 자국이 있다. 이 또한 자국이 나면 여기도 확실히 안전하지 않는 것.

베드버그는 혈관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물고 다니는 거란다. 한 번에 흡혈하면 끝이지만 혈관을 못 찾으면 찾을 때까지 계속 물고 다닌단다. 지방층에 많이 무는 이유는 혈관이 없어서였다.

7시 잠은 깼지만 일어날 수는 없었다. 여기에 오면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지만 실상은 여유 시간에 베드버그와 싸우고 있었다.




주방에 가니 다들 식사 중이라 카페꼰레체를 마셨다. 빵을 먹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했다.

빈자리에 앉았는데 뒤늦게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했다. 빵부스러기가 가득한 걸 보니 다까꼬가 먹고 잠시 일어난 사이에 내가 앉았나 보다.




8시 청소하러 올라갔다. 2유로를 주웠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그러나 싶다.

알프레도는 내가 바닥을 쓰는 동안, 필라르가 걸레통에 물을 채우고 세제를 넣어서 준비해 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일이 끝나야 오기 때문에 매번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기다리다 못해 내가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물 채우는 것도 은근히 시간이 걸려서 먼저 통에 물을 채우고 청소했다.

게다가 이곳 샤워기는 버튼 식이라 한통을 채우려면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했다. 누르면서 물이 채워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버튼을 눌러놓고 청소하다가 와서 또 누르길 반복했다.




룸 바닥을 쓸었다. 그래도 Pilar가 오지 않아서 세면대, 샤워실, 화장실 바닥까지 청소했다. 시키는 것만 해야지 하면서도 안 하자니 찝찝했다.

다했는데도 Pilar가 오지 않아서 세제를 가지러 내려가니 마침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빈손이고 내려가보니 세제통은 비어있었다.

세제는 리셉션 옆방에 있대서 따라갔다. 이제는 세제를 섞는 것까지 직접 하고 반납했다.

물걸레질을 끝내고 쓰레기봉투를 내다버리고 왔다.




주방으로 내려가려고 하니 Pilar가 알프레도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는데 오늘 스케줄이 바뀌었단다.

11시 라일라와 아네트, 14시 다까코, 17시 나

하라면 하지 싶었는데 헤수스에게 배우란다. 맞다. 17시는 헤수스 시간이었다. 망했다.

내일은 11시 다까꼬, 14시 나, 라일라, 아네트.

이건 또 뭐지? 셋이서 같이 하라는 건가?




알프레도가 갑자기 나에게 B구역 지하부터 4층까지 계단 청소와 자전거 주차장 청소까지 시켰다. 모두의 청소가 끝난 지금? 나만?

그러자 Pilar가 화장실 바닥 청소를 하란다. 이미 끝냈다고 하니 그럼 계단 청소하란다.

이럴 때 보면 누가 나를 위하는지 모르겠다. 잘했으면 칭찬이라도 한번 해줄 법도 한데, Pilar는 언제나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B구역 옥탑부터 내려오면서 계단 청소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청소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다.

지하 통로와 자전거 주차구역은 먼지로 가득했고 무엇보다 너무 넓었다. 바깥으로 나가서 야외 휴지통에 먼지를 버리고 정소 도구를 정리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오자 알프레도가 상처는 어떤지 묻는다. 긁는 시늉을 하면서 무이 비엔 하니까 웃는다. 올라가란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주방에 가니 다까꼬가 차를 마시면서 앉아있었다. 세탁실에 가니 역시 그녀의 옷이 세탁 중이었다. 빨랫감을 놔두고 주방으로 와서 크림 파스타를 만들었다.

다까꼬는 29일까지 있을 거란다. 다들 거의 한 달씩 있는데 나는 왜 2주였을까? 의문만 늘었다. 그녀는 세탁이 종료되자, 빨랫감을 건조기로 옮기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울토마토 4알을 넣고 양상추 샐러드를 먹었다. 장 보러 가려면 오늘은 낮에 가야 하는데 귀찮다.

11:30 다까꼬의 건조기 사용이 종료되기를 기다리다가 리셉션에 갔다.

라일라와 아네트에게 나는 17시라고 하니 다까꼬는 언제 하는지 물었다. 다까꼬는 14시라고 하니 혀를 내두른다.

다까꼬가 내려와서 세탁실에 갔지만 아직 5분이 남아서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식사 준비를 했다.

얼굴에 무언가 자국이 있다. 얼굴만은 물지 않기를 바랐거늘 물었나 보다. 두피는 물지 않나 싶더니 머릿속에도 자국들이 있었고 상처 하나가 터졌다. 정말 따라온 것일까?

건조기가 종료되었음을 알리자 그녀가 빨랫감을 챙겨가면서 느닷없이 테니스공은 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세탁실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 건조기에 공을 넣은 모양이다. 로꼬 장난감 같았다.

나는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기고 방으로 왔다.

배낭을 세탁해야 할 것 같아서 임시로 짐을 담아둘 쓰레기봉투를 가지러 다시 주방에 갔다.

4층에서 지하로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내 발은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2층 방에서 지내는 그녀들은 방도 방이지만 힘들지 않아서 좋을 것 같았다.

다까꼬가 음식을 만들고 있었는데 매콤한 냄새가 났다. 리셉션을 통해 지나오는데 알프레도가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서 배낭을 비웠다.

세탁기 사용은 무리일 것 같아 건조기만 쓰기로 했다. 그런데 건조기 사용 금지라고 되어있었다. 망가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스러웠다.

오늘 햇볕이 좋기는 한데 세탁이 목적이 아니라 베드버그 박멸이 목적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다. 안전하게 가자.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왔지만 정작 담을 물건이 적어서 마트 봉투로 옮겨 담았다.




13시 건조된 세탁물을 챙기러 지하통로로 갔는데 이쪽에서 문이 잠겨있어서 열쇠꾸러미에서 열쇠를 찾았다.

매트리스 커버는 따로 챙기고 나머지는 침낭에 넣어서 돌아왔다. 매트리스에 커버를 먼저 씌우고 그 위에서 빨랫감을 정리했다.

배낭을 들고 다시 세탁실로 갔다.

다행히 순례자용 세탁실에 아무도 없어서 배낭을 헹구는 수준으로 손빨래했다. 그리고 건조기에 넣고 30분 설정한 다음에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하나씩 정리해야 했다. 후안은 이대로 연락 없을 것 같고 나는 폰타니야스로 가야 했다.

막상 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어쩌나 싶다. 이제는 베드버그에 물린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야기를 하면 속으로 꺼릴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나는 진짜 갈 곳이 없어진다. 그게 제일 불안했다.




30분 후에 배낭을 가지러 내려가다가 교대하고 오는 그녀들과 마주쳤다.

내일 14시 스케줄을 통보를 받았다며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들은 오전에 일을 하고 14시에 일을 마치면 오후에는 외출했었다. 하지만 오후 스케줄이 되니 시간이 애매했다.

나도 14시라고 하니까 셋이라서 다행이란다. 라일라가 어깨를 두드리고 간다. 아네트는 나를 보는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배낭을 가져다 두고 나갈까 했는데 배낭은 마르지 않았다. 마른 후에 고온을 유지해야 박멸될 텐데 싶어서 40분을 추가로 돌렸다.




토스트를 준비하려고 주방으로 갔다. 식빵을 냉동실에 넣으려고 열어보니 아이스콘이 들어있었다. 본 기억은 있었지만 잊고 있었다.

점심때 크림 파스타에 카페꼰레체까지 먹어서 토스트는 이따 먹기로 했다. 저녁 스케줄이라 시간이 많으니 무언가 한가롭다.

이마에 무언가 나있는데 뾰루지였으면 싶다. 제발 그만 사라져 주라!




배낭이 다 마른 것 같아서 가지고 올라왔는데 등판을 벗겨보니 접힌 부분에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왠지 헛짓거리 한 기분이다.

떼어낼 수 있나 싶어서 보니 어깨 박음질이 뜯어지고 있었다. 망했다. 건조와 상관없을 것 같긴 하니 원래 뜯어지고 있었던 걸까?

배낭은 무사했던 걸로 치자. 라디에이터 위에 걸어서 말렸다.

7일 남았는데 커피는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싶다. 폰타니야스에 가면 배낭부터 처리해야 하는데 짐은 적을수록 좋았다. 마드리드에는 커피가 있으니 역시 필요 없었다. 그리고 갈 곳이 없어 떠돌게 되면 그야말로 짐이다. 그냥 버티자.




초코라테 스무디는 2개가 그대로 있어서 하나를 먹었다.

더운데 있으니 다시 가려웠다. 연고를 발라도 가렵다. 15:30 할 일을 남겨두니 쉬는 것도 마음 편하지 않았다.

왠지 다까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들도 느끼고 있을 것 같았다.

젤리를 드디어 해치웠다.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17시가 되기 전에 리셉션에 내려갔다. 헤수스가 왔다.

뚱하게 대했더니, 웃는 얼굴을 보기 힘들다느니,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느니, 외출을 하면서 여기 문화를 즐기라고 했다.

그래서 베드버그에 뜯긴 상처를 보여주었더니 알프레도가 말해서 알고 있단다. 그러니 더 실망스러웠다.

내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 외출을 강요한다고? 오전에는 청소하고 세탁하고 밥 먹고 그러다 보면 근무시간인데 도대체 언제 나가라는 말인가? 이제는 시간 변경까지 자주 있는데 어떻게 계획하란 말인가?

꾹꾹 참으며, 나는 아직 적응 중이고 곧 나아질 거라고 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건가 싶었다.




갑자기 여기서 언제까지 일하고 싶냐고 물었다. 체크인하느라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는데 다시 묻는다.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하니 한국에 언제 돌아가냐고 물어서 6월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일할 수 있을 거란다. 정말? 그렇단다.

이 사람이 결정권자였다고? 이상한 사람이라 의심했는데 결정권자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다. 마드리드로 가서 비행기를 타야 하니 이동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후안이 결정할 거란다. 이 사람 뭐지? 어이가 없었다. 장난치는 느낌이다.

왜 다들 자신이 결정할 것처럼 얘기하는 거지? 이제는 속지 않으련다. 누군가 또 그렇게 말하면 후안이 최종 결정했는지 물어봐야겠다.

지나온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를 찍은 사진도 보여주니, 그래도 이상한 사람은 아닌가 싶어 다행스러웠다.




오늘은 순례자가 오면 체크인하고, 헤수스와 같이 가서 침대 배정하고 돌아와서 다음 체크인을 진행했다. 순례자가 올 때마다 4층까지 오르내리느라 발이 터질 것 같았다.

내일 다까꼬가 리스트 작성하면 내가 침대 배정을 할 거란다. 다까꼬는 11시고 나는 14인데?

A구역은 꼼쁠리또. B구역을 오픈했다. 어쩔 수 없다. Pilar가 오더니 B구역 오픈해서 어쩌냐고 놀린다.

'그때는 몰라서 화장실을 쓰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잖아요.'

알프레도가 내일 일정표를 다시 보여주는데 나는 내일 11시, 다까꼬와 한 팀이다. 그럼 그렇지.




저녁이라 그런가 제법 쌀쌀해졌다.

순례자가 10유로를 동전으로 바꾸어 달래서 바꾸어 주었더니 알프레도가 은행 다녀오기 힘들다고 야단이다.

그래서 5유로는 다시 지폐로 바꾸려고 하니 그냥 두란다. 하지만 아쉬운지 다시 바꾸었다.

헤수스는 알프레도와 얘기를 하고 있더니 20시, 이제 들어가란다.




코가 시큰거렸다.

자원봉사 연장되면 밥을 해 먹어야겠다. 장이 부대끼니 오늘은 그냥 자려다가 간식거리를 들고 침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냥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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