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orga → Fontanillas de Castro
Viernes, 16 de Mayo
A 7°~25° F 7°~21°
화들짝 놀라 눈을 뜨니 2시 반이다. 다행이다. 아직 더 잘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6시 알람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느긋하게 장을 비웠다.
침낭을 정리하는데, 2주간 매일 세탁했더니 부피가 많이 줄어있었다.
마지막으로 배낭을 꾸렸다. 짐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배낭은 여전히 가득 찼다.
7시 마지막 모닝송을 들으면서 침대 커버를 벗겨내고 방을 정리했다.
그리고 잠깐 동안,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7시 20분 세탁실에 내려가서 시트를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이것까지 시키다니!
그 어떤 봉사자에게도, 자기가 사용한 침대 시트를 직접 세탁하고 가라는 경우는 없었다. 나는 도대체 왜 그렇게 미움을 받고 있는 걸까?
주방에 들어가니 다까꼬와 치유끼가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미국인 봉사자도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세탁이 종료되면 건조기로 옮기고 떠나려고 했지만 할 일도 없는데 마냥 기다리기엔 버거웠다. 아침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까꼬에게 세탁이 종료되면 건조기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모두에게 인사하고 주방에서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가서 알프레도에게 열쇠꾸러미를 건네주고 작별 인사했다.
그러자 열쇠꾸러미에서 내 이름표를 떼어내더니 다시 준다. 선물이란다. 열쇠꾸러미는 그냥 방문에 걸어두고 가면 된단다.
알프레도는 10년 전에 처음 만났다. 8년 전에 두 번째,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고 이제 이별의 순간이다.
지난 보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내가 이곳에서 했던 청소는 꽤 힘들었다. 이곳의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일이 힘든 거였다. 하지만 그만큼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보람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오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도 컸다.
하루 식비 10유로가 지급되는 유일한 알베르게라, 많은 순례자가 자원봉사 하겠다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이다.
나에게도 그 돈은 큰돈이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기엔 부족했다.
알프레도가 팔을 벌리자 그 품에 와락 안겼다. 할아버지, 아니 아버지 같은 외모라 편안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대놓고 하는 칭찬은 낯간지럽지만, 이 칭찬은 진심으로 받기로 했다.
"나,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돌아섰다.
방으로 올라와서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다시는 오지 못하겠지만, 왜곡된 기억은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거대한 알베르게 전경을 두 눈에 깊게 담았다.
입김이 나오는 아침이다. 그런데 갑자기 등이 가렵다. 알레르기일 거라 믿어야 했다. 아직까지 베드버그가 남아있으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스틱을 걸어놓은 손목이 따끔거렸다.
버스터미널까지 멀지 않아 마지막으로 주변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지만 8시 아스또르가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바닥 청소 중이라 밖에서 기다리다가 청소가 끝나고 안으로 들어갔다.
8시 20분, 터미널에 들어가서 앉아있으니 이제야 떠난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Ángela y Paco가 있는 곳으로 간다.
버스 승강장으로 나갔지만 추워서 안으로 들어왔다. 짐칸에 실리게 될 배낭에 비닐을 씌웠다. 배낭을 승강장 벤치에 놔두고 햇볕 드는 곳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8시 55분 알사버스가 도착했다. 산티아고에서 출발한 버스였고 살라망카로 가는 버스였다. 하지만 나는 도중에 내려야 했다.
티켓을 체크하고 짐칸에 배낭을 싣고 보니 티켓 체크는 다시 하지 않았다. 버스는 거의 비어있었다.
살라망카행 1번 버스였지만 내 좌석 37번은 없었다. 36번 다음은 39번이다. 31/32, 35/36, 39/40
5분 늦은 9시에 출발했다. 스틱을 계속 손목에 걸고 있었는데 가려워서 풀었다. 발진이 생겼다. 연고를 발랐다.
애증의 장소인 La Bañeza에서 10분 늦은 25분에 출발했다. 하지만 Benavente에서는 거의 정시에 출발했다. 정차하는 곳이 없으면 정시 도착이다.
앞자리 남자가 갑자기 뒤돌아서 스페인어로 말을 걸었다. 노 에스파뇰 했더니 영어로 다시 말을 건넨다.
그 남자가 선반 쪽을 보고 좌석을 찾아가길래 봤는데 위쪽에도 좌석 번호가 있고 내 자리는 그 남자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옆자리였다.
나에게 살라망카까지 가냐고 물어서 폰타니야스에서 내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해도 어디인지 모를 거라 생각했다.
더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같은 질문을 하지 않으니 머뭇거리다가 이내 포기해 버렸다.
그는 당연히 살라망카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Granja de Moreruela가 다가오자 하차벨을 눌렀다. 그리고 배낭을 메는데, 들고 타도 되나 보다.
인사하려고 기다리는데 그는 뒤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가더니 내리기 직전에 돌아보며 인사한다. 정말 반듯하게 잘 생겼다.
그가 내리고 리에고 델 카미노를 지난 후에 하차벨을 눌렀다. 이미 Fontanillas de Castro 알베르게가 저만치 보였다.
벤치가 문 앞으로 옮겨져 있었다. 위치가 적절했다.
얼마 가지 않아, 버스정류장처럼 보이는 곳에 버스는 정차했다.
Astorga 08:55 ~ 10:28 Fontanillas de Castro 9.30€
10시 30분, 알사버스에서 내렸다. 짐칸에서 배낭을 챙겨서 알베르게로 향했다.
세 번째 방문이다. 처음에는 제대로 걷지 못해서 간신히 도착했고, 두 번째는 그들의 차를 타고 병원을 거쳐서 왔다. 세 번째인 지금,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초인종을 눌렀다.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결같은 앙헬라가 문을 열고 나왔다.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비닐에 싸인 배낭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뜨거운 포옹으로 인사했다.
토스트를 구워주어 커피와 함께 마셨다. 잠시 후에 빠꼬도 왔다.
베드버그 박멸을 위해 모든 옷을 다시 세탁하기로 했다. 일단 배낭을 정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옷뭉치만 꺼내서 세탁기에 넣었다.
샤워부터 하고 그녀가 빌려준 옷으로 모두 갈아입었다. 입고 온 옷도 세탁기에 넣었다.
빠꼬가 세탁기를 돌려주었다. 그제야 그녀는 샤워하러 갔다. 이전에 빠꼬는 왓츠앱 등록하지 않았는데 등록했다.
배낭에 들어있던 짐을 모두 꺼냈다. 비닐을 벗기고 테이블에 늘어놓아 햇볕 아래에 놔두었다.
신발은 물에 담가두고 사용해야 하는 비닐은 빨랫줄에 널어두었다.
먹거리는 주방으로 가져왔다. 미소된장국을 보여주니 한국에서부터 배낭에 넣고 다녔냐고 묻는다. 마드리드 알베르게에서 한국인 순례자들이 준 거라고 답했다.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 그래서 세탁기는 멈추었다. 이대로는 순례자를 받을 수 없고, 점심은 먹어야 해서 바르에 가기로 했다.
4번 침대에 커버를 씌우고 중요 짐을 정리하고 나섰다.
차를 타고 Riego del Camino의 바르로 갔다.
알베르게에 너무 빨리 왔던 뻬레그리나가 이곳에 와있었다. 이곳 알베르게에서 자기로 했다는데 오스삐딸레로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기다리면서 맥주와 또르띠야를 시키자 바르 주인이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앙헬라는 레몬 맥주, 빠꼬는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오늘은 나도 레몬 맥주를 마셨다.
우린 또르띠야 2인분을 시켰고 순례자는 1인분을 시켜서 당연히 3등분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순례자에게 절반을 주고 나머지 한 조각을 두 조각으로 잘라서 우리에게 주었다. 그래도 2인분 값을 받았다.
금세 일어섰다. 차를 타고 오면서 보니 마을 입구에서 오스삐딸레로는 제초 작업 중이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오나 싶었더니 알베르게를 그대로 지나쳐서 Montamarta로 갔다.
리꼬바요 저수지는 더 깊어졌다. 잠깐 정차해서 사진을 찍었다.
마을 시청사 옆의 바르로 갔다. 이번에는 빠꼬를 따라 오렌지 주스를 마셨는데 엠빠나다를 주문했다.
땡볕 테이블에 앉아서 두 개씩 먹었다. 그리고 음식을 포장했다. 물이 나오지 않으면 다 같이 굶어야 한단다.
돌아오는 길에 마놀로 할아버지네로 갔다. 커다란 개가 순둥순둥 했지만 너무 크다. 손을 씻을 수 없어서 만지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딸기가 3개 열렸다. 텃밭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그때 뻬레그리나가 지나가는 게 보여서 서둘러 돌아왔는데 알베르게에 막 도착할 무렵, 순례자에게 전화가 왔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다시 물이 나왔다.
신발을 빨아서 햇볕에 놔두었다. 비닐채로 걸어둔 패딩에 습기가 차서 비닐에서 꺼내서 널었다.
남은 짐을 치우는데 비닐 속에 넣어둔 책에도 습기가 차서 비닐에서 꺼냈다. 테이블을 정리했다.
빨랫줄에 널어둔 비닐과 판초우의를 걷었다. 배낭을 빨랫줄에 걸어두었다.
뻬레그리노가 왔다. 그들이 빨래를 하고 있어서 빨랫줄에 널어둔 패딩을 걷어서 의자에 걸어두었다.
상해 가는 사과를 손질해서 먹고 있으니 배가 고픈 줄 아셨나 보다.
앙헬라가 점심을 만들어서 순례자들과 같이 먹었다. 또 먹냐고 했지만, 먹으니 또 들어갔다. 그리고 커피타임. 이젠 들어가서 쉬란다.
18시쯤 세탁기가 종료되었는지 건조기에 넣으면 안 되는 옷이 있는지 재차 물었다. 노! 다 집어넣었다.
블랙재킷의 벨트를 그대로 넣고 돌렸더니 건조기에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열린 문으로 그 소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데 오히려 배가 더 불러온다.
커플 순레자가 체크인했다. 그들의 언어가 일본어로 들리는 매직. 그리고 뻬레그리노가 체크인했다.
건조기의 소음이 계속되니까 눈치가 보였다. 문이 열려있는 것 같았다. 문을 닫으려고 보니 소리가 멈추었다.
가보니 멈춤 상태였다. 에러인가 싶어 보니 3h에 불이 켜져 있었다.
3시간이라면 동작과 멈춤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3시간 코스인 걸까?
왼쪽 손등에 발진이 생겼다. 군데군데 물린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몹시 가려웠다. 연고를 바르면서도 긴가민가 했다.
오늘 아침, 스틱 끈을 손목에 묶은 상태로 아스또르가 알베르게를 나섰다. 배낭이 닿은 부분이 가려워서 순간 멈칫했지만 입김이 나오는 차가운 아침이라 기온차로 인한 발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고, 알사버스에서 왠지 가렵고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스틱을 빼두었다.
스틱의 경로를 되짚어 보니 문제의 옥탑방, 침대 아래에 신발과 함께 놔두었다가 신발은 입구로 옮겼지만 스틱은 옷장 위로 옮겼다는 게 생각났다.
플라스틱 옷장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옷장에 놔두었던 장바구니에서 베드버그를 또 발견했으니 스틱에도 옮겼나 보다.
3층 Caparra 6인실에서는 계속 세워두었지만 어제는 배낭에 넣기 위해 비닐에 싸서 침대 위 배낭 옆에 놔두었다.
오늘 아침엔 배낭에 넣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비닐을 제거하고 손목에 감았다. 16일 만의 접촉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
시계를 찼는데 아물었던 상처에 닿으니 가려웠는데 스틱도 마찬가지로 알레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곳이니 다시 물린 것 같았다.
오늘의 노력이 헛되면 안 되는데 싶었다. 일본 연고도 바르고 항알레르기 연고도 발랐다. 제발 가라앉아라. 그래야 베드버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갑자기 팔뚝이 가려웠다. 이러다 문제가 생겨서 원망을 들으면 어쩌나 싶다.
어느덧 20시, 식사시간이다. 주방에 가니 모두들 앉아있었다. 오늘의 순례자 5명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샐러드가 가장 반가워서 누룽지 수프는 생략하고 샐러드를 먹었다. 파스타는 조금만 먹고, 다시 샐러드에 치즈가루를 뿌려서 먹었다. 바게트를 더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디저트로 캐러멜 푸딩.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까미노 루트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모두들 내일 따바라까지 가는 튼튼한 순례자들이었다.
나가서 스틱을 체크했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신발도 어느새 말랐지만 흙이 지워지지 않았다. 내일 비누칠해서 다시 세척해 보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스또르가에서 건조기에 집어넣을 걸 그랬다. 건조기가 조용하다 싶더니 종료되었다. 빨랫감을 챙겨서 방으로 왔다.
침낭 지퍼가 아직 뜨거웠다. 옷은 에티하드항공 가방에 다 넣었다. 가방 하나를 더 개봉해야 하나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회가 있을 때 기내 지급품을 더 챙기는 건데 싶다. 그때는 무게 걱정을 했고 기회가 있을 줄 알았지만 이제는 없을 것 같다.
방에 먼저 들어와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비매너 순례자는 21시 반, 다른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오자 조용해졌다. 22시가 되니 불을 끄고 다들 잔다. 나도 피곤해서 누웠다.
집이다.
●Astorga 08:55 ~ 10:28 Fontanillas de Castro 9.30€
Año de apertura : 2019
Titularidad : Municipal
Gestión : Asociación Zamorana de los Caminos de Santiago
Encargado/a : Ángela y Paco (AZA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