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70

Hospitalera en Astorga

by 안녕
Jueves, 15 de Mayo


9°~19°
3시 다시 눈을 뜨니 6시다. 이번에는 생일에 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마음이라도 따뜻했을 것 같다.

봉사자들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양치하러 가니 라일라와 다까꼬가 있었고 장을 비우고 나오니 아네트가 있었다.

나에게도 마지막 날이지만 슬프거나 아쉽지 않았다. 떠나기 싫다는 마음조차 없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이곳에서도 차별은 있었다.

일을 잘하고 빨리 해내는 사람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지 않았다.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당연했고 그래서 어떤 날은 바닥을 두 번씩 닦으면서 그들의 시간에 맞추기도 했다.

잔소리가 하고 싶은 날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냈다. 그러한 것조차 허용하기 싫어서 더 꼼꼼히 일했다.

새로운 봉사자들이 올 때마다 2층 바닥을 쓸게 했지만 닦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A구역 2층, 3층, 4층, B구역 3층 그리고 B구역 4층부터 지하 계단까지와 자전거 주차구역 두 곳, 지난 2주간 오롯이 내 몫이었다.

마드리드에서 알프레도의 칭찬을 전해주었다. 별말씀을요. 마드리드에서 잘 배우고 와서라고 했지만 저 정말 열심히 했어요.라고 굳이 덧붙였다.

나는 이곳에서조차 누군가의 미움을 받았고 덕분에 많은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놀러 온 곳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일했다. 나는 내 몸을 혹사시키고 싶어서 까미노에 왔지만 건염으로 멈추고 말았다.

앙헬라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면 나는 끝까지 걸어갔을 것이다. 걸으면 또 걸어지는 곳이 이 길이었다.

날씨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제대로 걷지 못했으니 일이라도 해야 했다.

베드버그 때문에 일하기 싫은 날도 많았지만 나는 일을 해야 했다.




7시 반 주방에 가니 다까꼬와 치유끼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커피를 내리면서 라일라와 아네트를 기다렸다. 빵과 치즈 그리고 아보카도, 자두를 먹었다.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Pilar도 왓츠앱에 등록했다. 치유끼는 왓츠앱이 없단다.

그리고 라일라와 아네트는 떠났다.




8시 청소하러 올라갔다. 3층과 4층 마지막 청소시간이다.

신났다. 내일부터는 이런 규모의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일을 시키지는 않겠지만 진심으로 일을 시켜줬으면 좋겠다. 그래봐야 12인실 규모라 혼자서도 다 해낼 자신이 있었다.

알프레도가 와서 내 청소가 끝나면 주방에 가서 도와주란다. 당연한 것 아냐?

3층 바닥을 물걸레질하고 있으니 리비아가 계단 청소를 하러 올라왔다.

오늘에서야 2~3층 계단이 자기가 해야 하는 곳이란 걸 알았단다. 어제는 대신 청소해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이제라도 알아주니 땡큐~

쓰레기봉투를 들고 내려가니 리비아도 청소가 끝났다. 같이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왔다.




그녀는 다시 B구역 3층으로 갔고 나는 주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혼자서 주방 청소를 끝냈다.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재사용하라고 했다는데 다까꼬도 그냥 버리고 돌아왔다. 라일라와 아네트가 그랬듯이 다까꼬도 무시하기로 했단다.

화장실 쓰레기봉투도 교체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비닐봉지는 보이지 않았고 교체하는 과정이 더 힘들어서 포기했다.

리셉션에 가서 오늘 일정표를 체크하니 나는 역시 리비아와 함께 14시 타임이다.




주방 청소도 끝나서 다까꼬와 함께 돌아오는데 리비아가 계단 청소를 하고 있었다.

Pilar가 같이 계단 청소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다까꼬가 자기가 하겠으니 나는 쉬란다. 오늘은 사양하지 않았다. 나도 이제는 힘들었다.

다까꼬가 3층 방을 청소하니 리비아가 와서 거긴 끝난 곳이라고 했다.

샤워하러 가니 리비아가 있는 걸 보니 끝난 모양이다.




세탁물을 챙겨서 지하통로로 지나가는데 알프레도가 청소 중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지나가란다.

세탁실에 들어가니 라일라와 아네트가 쓴 시트가 세탁기 위에 놓여있었다.

알프레도가 보곤 투덜대더니 가지고 나가서 순례자용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나는 세탁기를 돌리고 주방으로 갔다. 다까꼬, 치유끼, 리비아가 있었다.

치유끼는 나에 대한 관심이 넘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단순한 호기심이겠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만드는 동안 치유끼가 유심히 지켜보았다. 파스타는 심심해서 치즈를 넣었다. 고추장아찌도 모두 꺼냈다. 파스타에 남은 치즈를 모두 뿌렸다.

치유끼가 티포트를 들고나갔다.

먹다가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겼다.

리비아가 떠나고 요구르트 하나를 먹어치웠다. 아이스크림 새것이 들어있었다. 요구르트 2개도 마저 챙겼다.

남은 파스타를 먹고 있으니 Pilar가 주방에 왔다. 그녀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설거지하고 돌아왔다.




방으로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배가 이미 가득 찼지만 단숨에 거의 절반을 먹었다. 다 먹지 못할 것 같아서 고민되었다.

천천히 다 먹을 수는 있지만 매번 이러다 탈이 났다. 그래서 그만 먹기로 했다. 갖다 두려고 보니 얼마 남지 않았다. 그냥 다 먹어버리자.

창가에 끼워두고 빨래를 가지러 갔다. 삘라르가 시트를 가지고 올라오고 있었다.




건조기는 아직 10분이 남아서 기다렸다.

그때 일본인 부부가 빨래 너는 곳은 아래인 것 같은데 빨래는 어디서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밖에도 있으니 내려가서 빨래를 해도 된다고 일본어로 말하니, 고맙다며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아뇨.

빨래터를 잘 찾아가는지 지켜보다가 빨래를 챙겨서 지하통로로 돌아왔다.




빨래를 정리하고 배낭을 꾸렸다. 침낭 없이는 제대로 정리가 안되어 일단 침낭을 넣고 정리했다. 비닐에다 싸니까 짐이 더 늘어난 기분이다.

레몬주스 통을 비우고 버리러 나가면서 손톱깎이를 찾아서 밖으로 나갔다.

햇볕에 머리를 말리면서 손톱을 깎았다. 중지는 이제 거의 나았지만 길어지지 않을 모양인지 짜리 몽톡했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 남은 식재료는 저녁으로 먹기 위해 주방에 갖다 놓고 오기로 했다.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서 가지고 갔다. 사람들이 있었지만 냉동실에 넣었다.

주방에 식재료를 두고 돌아왔다. 딱히 할 일도 없지만 오늘은 리셉션에 가기 싫었다.

방에서 요구르트 하나를 먹어치웠다. 저녁은 빵과 요구르트로 끝이다.




14시 63번으로 시작했다.

오늘도 한국인이 많았다. 한 순례자가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한다.

"봉사는 몇 시간 해요?"
"몇 시간이라뇨?"
"잠깐 와서 하는 거잖아요."

그 말의 뉘앙스가 이상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이곳에 있다.

"몇 시간을 봉사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침에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이라..."
"그걸 왜 몰라요? 여기에 앉아있는 시간 말이에요."

우리가 단순히 리셉션에 앉아서 봉사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럼 청소는 봉사가 아닌 걸까? 체크인보다 더 힘든 것이 알베르게 청소였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어서 고민되었는데, 궁금해서 물어본 것도 아닐 테고 설명해 봐야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래도 아래베드를 배정해 주기 위해 새 방을 오픈했다. 여기 다운베드 쓰시면 된다며 창가 침대를 가리켰다.

그러자 맘대로 고르면 안 되냐, 고 했다.

이제는 짜증이 나려고 했다. "네, 안되세요." 그러곤 내려왔다.

다운베드를 지정해 주면 대부분은 그 자체에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말투도 참 거슬렸다. 자식들에게 외면당하기 딱 좋은 그런 아저씨.




그럭저럭 평범한 하루가 지나가는데 베드 배정하고 내려오니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봉사자란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남자 봉사자는 알프레도를 기다리다가 잠시 외출했다.

그때 알프레도가 왔다. 내일 오기로 했는데 일찍 왔다고 했다.

16:40 그가 돌아왔다. 앉아서 알프레도를 기다리는데 그때 갑자기 순례자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체크인하고 있는 순례자를 붙들고 얘기를 했다. 뒤에서 기다리는 다른 순례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때 헤수스가 왔다. 하지만 교대할 수 없었다.

헤수스가 자꾸 딴소리를 해서 내일 떠난다고 인사했더니, 안 가면 초콜릿을 주겠단다.

그래서 초콜릿 안 받고 가겠다고 했더니 그냥 준다. 리비아에게는 2개를 준다.

이따 일이 끝나면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하라고 했다.

아쉬워하는 게 보였다. 다른 봉사자에게도 그럴까?

그리고는 내일도 자신의 차로 터미널에 데려다주겠단다. 그래서 걸어갈 거라고 거절했다.

그러고 보니 폰세바돈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것도 헤수스가 옆에서 코치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쩐 일인지 내 사진을 삭제해 주었다. 휴지통까지 비워야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어제 놔둔 책이 보이지 않아서 헤수스가 챙겨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서랍에 있었다.

꺼내서 헤수스에게 반납하니 뭐라고 한다.




그때 세탁기가 돈을 먹고 먹통이라는 한국인 순례자가 왔다. 헤수스에게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방배정하고 내려오는데 다른 순례자가 자기 돈도 세탁기가 먹어버렸단다.

그래서 지금 세탁실에 봉사자가 있으니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따라갔는데 헤수스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했단다.

먹통인 상태에서 말하면 세탁기를 재작동시켜 주는데, 다시 돈을 넣어서 세탁기를 돌린 상태에서는 힘들다고 했다.

번역기를 돌려서 "환불해 주세요." 하니 순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따 8시에 알프레도에게 얘기하란다. 그들에게 그렇게 전했다.

"꼭 돌려받으세요."




헤수스는 나에게 책을 돌려달라고 다시 말했다.

이 책이 당신이 나에게 빌려준 책이라고 했지만 그 책은 자신이 새로 가져온 책이라고 우겼다. 뭐지?

한참을 실랑이했다. 팔짝 뛰고 환장할 지경이다. 어떻게 증명하지?

빌려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강제로 빌려주더니 반납하니 다른 책이라고 우기면...

그래서 어제 리셉션에서 봉사자들을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책이 놓여있던 시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자 그는 얼굴이 시뻘게지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릎을 꿇는다.

"아, 할아버지! 무릎을 왜 꿇어요?"

주변에서는 다들 어리둥절하며 쳐다보았다. 나는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올라왔다.




요구르트를 마저 먹고 주방으로 갔다.

오일에 적신 빵을 잘라서 구웠다. 라일라와 아네트가 주고 간 블루치즈가 남았다.

치유끼가 다까꼬를 찾으러 왔다가 그냥 나가고 리비아가 왔다.

저녁을 먹는 것 같아서 그녀에게 주려고 했는데 그녀가 먼저 블루치즈를 조금 먹어봐도 되냐고 물었다. 남은 치즈를 다 주었다.

그리고 헤수스 얘기를 했다. 그 책이 헤수스가 나에게 빌려준 책이고 어제 그 책을 리셉션에 놔두었는데 자기가 새로 가져온 책이라고 우거서 혼났다며 증거 사진을 보여주고 해결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헤수스가 리비아에게도 같은 책을 빌려줬는데 리비아는 그 책을 치유끼에게 주었단다. 리비아는 리셉션에 있던 그 책이 치유끼가 놓고 간 책으로 알았단다.

그리고 그의 유별난 행동을 얘기했다.




리비아는 새로운 봉사자에게 2층 방을 준다는 것을 알고 심란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녀의 방에 대해서 아는 체 하자, 혹시 그 방에서 지낸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방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물었다. 베드버그 얘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그 방에 문제가 있어서 바꾸어 준 건데 지금은 문제가 없으므로 바꿀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알프레도는 방만 청소하면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 Pilar가 와서 화장실 청소는 왜 하지 않았냐고 한다니까 리비아도 그랬다며 동조한다.

그들 부부의 습관인 것 같았다. 알프레도는 한꺼번에 일을 시키는 것이 불편해서 줄여서 말하는 거였지만 어차피 우리가 다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 있는데 알프레도가 들어와서 부부에게 방을 주었다고 말했다.

나는 영문을 몰라서, 갑자기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알프레도가 새로운 봉사자를 2층 방으로 안내하라고 리비아에게 지시했단다. 그런데 리비아가 그 사람을 방치했다고 화가 난 거였다.

나에게 시킨 일도 아닌데 알프레도는 왜 나한테 그 말을 하는 거지?

그러더니 나에게 내일 아침에 시트를 세탁하고 가라고 했다. 그리고 리비아에게는 내 방을 청소하라고 했다.




정말 마지막까지 일을 시키겠다는 거다. 내일 아침식사는 포기했다. 인사도 포기했다.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세탁기를 돌리고 떠나야겠다.

주방 옆에 세탁실이 있으므로 마주치기는 하겠지만 인사도 형식적으로만 하기로 했다.




다까꼬가 치유끼와 함께 들어왔다. 디아에 다녀왔단다.

알프레도가 일을 시켜서 내일 아침엔 바빠서 오늘 인사하겠다고 하니 사진을 찍잔다. 그리고 왓츠앱으로 보내주었다.

방으로 올라와서 침낭을 다시 꺼냈다.

그때 알프레도가 누군가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 온 봉사자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극빈 대우를 하는 걸 보니 그에게 청소는 시키지 않을 것 같았다. 다까꼬나 치유끼는 주방 청소만 시킬 테니 결국 내가 맡았던 구역은 리비아가 청소해야 했다.

그 방을 배정받은 사람은 안중에 없는 사람이다. 치유끼는 다까꼬 덕분에 제외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저녁 헤수스에게 메시지가 왔다. 정말 끈질긴 사람이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네요.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제든 제가 도울 수 있는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당신을 불쾌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이 알베르게에서 다시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가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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