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76

Hospitalera en Fontanillas

by 안녕
Miércoles, 21 de Mayo


9°~25°
불은 켜지 않았지만 배낭을 꾸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다 일어난 것 같아서 불을 켰다.

하지만 주방은 아직 깜깜했다. 시트를 체크하니 마지막 순례자가 자신의 짐을 먼저 정리하고 있었다. 시트를 걷으려고 하니 직접 걷겠다고 해서 기다렸다.

양치하고 주방에 가니 빠꼬가 준비하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해 시트를 걷으러 침대로 가보니 침대가 비어있었다.

이미 수거함에 담았나 싶어 주방으로 들고 갔다. 세탁기에 넣으면서 세어보니 하나가 부족했다.

방으로 찾으러 가니 그제야 건네준다. 모두 세탁기에 넣고 얘기했지만 앙헬라가 한번 더 체크하고 왔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포토타임에 잠깐 나갔다.

노아가 냉장고 앞에서 하몬 달라고 울자, 빠꼬가 꺼내주었는데 또 달라고 하니 또 꺼내주었다.




다들 떠났는데 마지막 순례자는 나갈 생각이 없어 우리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셋이 앉아서 아침식사를 했다. 정말 오랜만의 풍경이다. 토스트를 두 장 먹고 하나가 남았다. 먹으면서 싱크대로 갔다.

서로 설거지를 하겠다고 실랑이가 이어졌다. 앙헬라는 자기가 마무리하겠다고, 이제 가서 쉬라고 한다.

여기서 제일 젊은 사람은 나, 그리고 지금은 다친 뻬레그리나가 아니고 건강한 오스삐딸레라였다. 그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내가 마무리했다.




이곳 생활도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오스삐딸레라 시켜줄 걸 미리 알았다면, 마드리드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폰따니야스에서 필요한 것을 사서 돌아오려고 했는데 다음에는 이곳으로 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나도 그곳으로 가야 했다.

화장실에 갔더니 이미 변기 청소를 끝낸 후였다.

"나는 아침에 장을 비워야 해요. 당신이 청소해도 어차피 제가 또다시 청소해야 해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제가 변기 청소를 하겠다는 거예요."

장을 비우고 샤워했다. 빨래를 해서 널었다.

오늘은 배낭을 세탁기로 돌리고 건조기에 넣어서 말리기로 했다. 왠지 불안하지만 배낭을 세탁기에 넣었다. 하지만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어디에 콘센트가 있는지 못 찾겠다. 그들을 기다리자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대형 비닐봉지에 배낭을 넣고 물을 채웠다.




걸레를 걷어와서 세면대와 변기 청소를 했다. 하지만 청소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청소해야 하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고작 그것만 알려주고 나중에 앙헬라가 청소하고 있었다.

어제는 바닥 청소를 선수 쳤지만 앙헬라가 하는 걸 보니 샤워부스 유리를 닦고 샤워부스 바닥의 물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본 대로 샤워 부스 유리를 닦고 바닥의 물기를 닦았다. 걸레를 빨아서 널고 야외 세탁실을 청소했다.

설거지한 식기를 정리하려고 보니 마른행주에서 냄새가 났다. 행주를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커피 한잔하니 9시다.

그런데 파리떼가 얼굴에 달려들었다. 너희들도 내가 만만한가 보구나. 모스까스 퇴치기도 소용이 없었다. 파리채로 거의 잡은 후라 어제는 잠잠했지만 밤사이 들어온 파리떼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파리떼의 습격을 피해 침대로 돌아왔다.

딱히 할 일이 없다. 변기도 왠지 닦아서 청소할 것 같아서 휴지로 닦고 변기솔을 정리했다.




다시 주방으로 갔다. 커피를 마셨다.

물기가 완전히 마르지는 않았지만 식기들을 정리했다.

노아가 주방에 들어오겠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었더니 싱크대 상판을 다 밟고 다녀서 내보내고 다시 닦았다. 노아는 창가에서 계속 보채고 있다.

건조기는 종료된 건지 잘 모르겠다. 열어보니 마른 것 같아서 정리하는데 알고 보니 아직 10분 남은 거였다.

시트를 2등분으로 접으니 그들과 크기가 달라서 3등분으로 포개어 개었다.

알사버스 지나가는 시간이라 밖으로 나갔다.

노아가 나를 따라서 길을 건너왔다. 머리를 말리면서 밖에서 28분부터 35분까지 기다렸지만 알사버스는 지나가지 않았다.

옆 건물에서 나온 주민이 부에노스 디아스! 인사하고 지나가는데 나는 고작 올라!

다시 들어와서 시트를 마저 개었다.




11시다. 심심하니 자꾸 먹게 되고 먹은 만큼 내 뱃속은 계속 전쟁이 났다.

인기척에 주방으로 갔다. 빠꼬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들의 숙소에는 화장실 없나? 그래도 생색은 내려고 앙헬라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그녀도 씻으러 왔다며 다시 지저분하게 만들 거란다. 그들도 자신이 씻기 전에 누군가 청소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였다.

정원에 앉아있는 앙헬라에게 배낭을 빨았다며 건조기에서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건조기에서 시트를 꺼내야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건조기가 비어있는 걸 보고 수납장을 열어서 확인했다.




나는 배낭을 헹구어서 물을 빼내고 있었다 그때 노아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 왔다. 아주 작은 생쥐다.

그런데 주방 문 앞에다 그 생쥐를 놓아버린다. 생쥐는 문 앞에서 찍소리 못하고 떨고 있었다. 그러자 노아가 그 생쥐를 툭툭 치며 문 앞에서 가지고 놀았다.

난 소리를 지르며 멀찍이 떨어졌고, 앙헬라가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었다. 그때 생쥐가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앙헬라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라 얘기해서 문을 닫았다. 하지만 나에게도 생쥐가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갔나 보다. 주방 안에서 놓치면 큰일인 거다.

하지만 안쪽에는 없는지 앙헬라가 다시 문을 열자 문바깥쪽 공간에 생쥐가 숨어있었다. 그 순간에 생쥐는 열린 문으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건조기에 넣으려는 배낭을 들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있었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앙헬라가 빗자루를 들고 서있었고, 노아는 옆에서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다 생쥐가 다시 열린 문으로 도망가자 노아가 쥐를 쫓아 나왔다.

입에 물었다가 놔주기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화단의 무성한 작은 나무 사이에서 생쥐를 놓쳤다.




주변을 서성이던 노아는 자기 새끼가 오자 그늘에 가서 누워버린다. 엄마인 노아보다 더 큰, 흰색이라서 더 커 보이는 블랙 얼룩 고양이가 쥐를 찾아냈다.

하지만 입에 물고 가더니 놓친 건지, 가지고 놀고 싶은 건지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생쥐는 빗자루 속에 숨었다. 밖에서는 차라리 놓치길 바랐다.

나는 배낭을 건조기에 넣고 나와서 배낭에서 떨어진 물에 신발이 젖어서 정원에서 말리고 있었다.

그때 숙소에 있던 고양이가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온 빠꼬가 문을 열자, 그 고양이는 이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생쥐가 있는 곳으로 바로 달려갔다.




결국 마지막에 합세한 그레이 얼룩 고양이가 생쥐를 차지했다. 담벼락 아래로 물고 가서는 그 쥐를 먹어버렸다.

머리를 물어뜯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졸지에 쥐를 뺏긴 고양이는 멀찍이 앉아서 지켜보기만 했다.

다 먹어치우고 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평소에는 나를 경계하고 근처에 오지도 않더니 지금은 나를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눈빛이 무섭다.




앙헬라가 건조기를 돌리고 나왔다.

자식에게 먹이를 준 것 같았다. 뒤늦게 참혹한 현장에 가서 부근에 있던 죽은 벌레를 먹으려던 노아는 기어이 그것을 먹었는지 테이블 위에 놔둔 유리그릇에 담긴 물을 한참 동안 마셨다.

들판에 나가서 이미 배불리 먹고 온 것 같았다. 이어서 그 고양이도 그 물을 마셨다. 고양이가 물을 많이 마시면 무언가 잡아먹은 셈이다.




앙헬라도 샤워하러 들어갔다.

정원에는 파리와 뒤섞인 말벌 한 마리 때문에 주방으로 갔는데 빠꼬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오늘은 당신들이 마무리해 주세요." 주방 바닥을 청소하러 와서 나는 침대로 왔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섭취한 열량을 모두 소비하기에 아직 일렀다.

샤워를 마친 앙헬라가 동영상을 틀어놓은 걸 보니 화장실 청소 중인가 보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순레자가 올 시간이라 주방에 가서 사과를 먹고 있는데 두 사람이 외출 준비를 하고 나왔다.

배낭을 넣어둔 건조기는 작동이 거의 끝났지만 완전히 마르지 않아 추가로 설정했다.

일단 양말을 챙기고 스카프를 챙겨서 나가는데 문밖에 뻬레그리나가 앉아있었다. 들어와서 침대 배정해 주고 샤워하고 쉬고 있으라고 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마을에 가서 Manolo를 태워 근처 에스라 강가로 갔다. 강과 저수지가 만나는 곳처럼 보였다.

거기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고 나는 혼자서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다가 갈림길에서 까미노 루트를 따라 마을 쪽으로 갔으니 당연히 리에고 델 카미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왠지 낯익은 풍경이 나오더니 폰따니야스였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동네였다.

들어오니 그녀는 샤워하고 자는 것 같았다. 배낭은 한번 더 건조기에 돌렸지만 마르지 않아서 결국 햇볕에 널었다.




점심을 바로 준비했다. 오늘은 빵, 께소, 초리소 그리고 삔초 스타일의 큐브 고기간장 조림과 새우 크로켓이다. 빠따따스와 레모네이드를 곁들였다.

한국에서는 무엇을 먹는지 묻다가 빠꼬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한국 음식 중에 김밥이 있었다.

조미김이 있어서 하나를 뜯어서 먹게 해 주었는데 앙헬라는 한입만에 포기하고 빠꼬가 두장을 다 먹었다. 이게 맛이 없을 수가 없는데 싶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뻬레그리나가 체크인하러 주방에 왔다. 그녀의 체크인이 끝나고 카페꼰레체를 마시기 위해 레체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있는데 앙헬라가 고맙다고 했다.

그러다 우유가 끓어서 넘쳤다. 앙헬라는 새 컵을 주면서 다시 우유를 데우란다. 나는 데운 우유를 버리기 싫어서 새 컵으로 옮기니 뭐라 그런다.

"매번 고맙다고 말씀 안 하셔도 돼요.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당신은 정말 멋진 분이라서 저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정말 행복해요."

배낭을 체크하러 나갔는데 노아가 정원 의자 밑에 누워있었다. 배낭 등판은 다 말랐는데 허리벨트 속이 젖었다. 펼쳐서 집게로 고정해 놓았다.

주방에 들어오려는데 노아가 들어오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간신히 떼놓고 들어왔는데 요물이다. 가끔은 무섭다.




덜 마른 사바나가 신경 쓰여서 오늘 다 사용되기를 바랐지만 오늘은 순례자가 없다. 저녁까지 조용한 걸 보면 없으려나 보다.

순례자가 없을 때 내 시트를 교체해야겠다. 그녀도 심심한지 주방을 어슬렁거렸다. 물을 끓이고 있었다. 서로 말이 많은 스타일도 아니라 그녀가 방으로 돌아갔다.

갑자기 흐려졌다. 배낭은 조금 더 바짝 달구어졌으면 싶었는데 욕심부리다가 도리어 습기를 머금을까 봐 배낭을 걷어서 침대에 가져다 두었다.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19시 안겔라가 고양이를 안고 왔는데 못 보던 고양이다. 아프다던 Zoe 란다. 방 안에서 보살피는 중이었다. 여자라 그런가 엄마를 제일 닮았다.

고양이 이름이 어려워서 써달라고 했다. Iker가 놓친 쥐를 Ricky가 먹었다. 그런 리끼가 주방에 들어오려고 했다.

식사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초인종이 울렸다. 순례자가 체크인했다. 남자 한 명이 들어오자 냄새가 진동했다.

토마토&치즈 샐러드, 으깬 감자, 달걀 프라이를 하나의 접시에 담았다. 수프와 음료가 함께 제공되었다.

정원 의자에 앉으려니 고양이 털이 잔뜩이라 침대로 왔다.

디저트가 제공되는 소리에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앙헬라는 들어가고 빠꼬가 대신 이야기를 이어갔다.

알베르게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길가에 누워있었다. 마치 노아를 만나러 온 것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어도 도망가지 않았다.

남자가 쓴 것 같은 타월이 있었다. 또 수건을 빌려 썼나 보다.

식사가 끝나고 컵을 씻는 뻬레그리노. No!




앙헬라는 보이지 않고, 빠꼬마저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서성이다 침대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앙헬라가 와서 부른다.

오늘은 보카디요를 만들어 먹는단다. 께소, 하몽, 초리소, 노아가 먹는 분홍 햄, 아보카도 소스, 또마떼 등을 넣어서 먹는다. 그리고 쁘레사 생크림 캐러멜.

다 먹고 오니 22시. 배가 너무 부르다. 스페인 사람들은 소화를 시키지 않고 어떻게 잠드는 걸까? 새벽까지 깨어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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