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talera en Fontanillas
Martes, 27 de Mayo
10°~29°
추워서 깼다. 2시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왠지 추운 것 같다.
4시, 벽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다. 여기저기에서 들렸지만 지붕에서 나는 것 같았다. 고양이들이 지붕 태양열 패널을 밟고 지나가는 소리일지 모른다.
순례자가 일어나는 기척에 시계를 보니 벌써 7시 반이다.
양치하고 수거함에서 사바나 하나를 꺼내 들고 주방으로 갔다.
"부에노스 디아스!"
앙헬라가 카페꼰레체와 크루아상을 준비해 준다.
노아가 노트북 위에 앉아있었는데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오늘따라 너무 귀여워서 두 볼을 비벼주었다.
내가 먹고 있던 크루아상이 탐났는지 노아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한 조각을 떼주었더니 금세 먹고는 내 무릎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한 조각을 더 떼어주었는데 그만 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려가서 마저 먹고 다시 무릎에 올라와서 앉았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 그만 폰을 놓쳐버렸다. 다행히 폰은 의자에 떨어졌지만, 큰소리가 나자 노아가 놀랐는지 뛰어내렸다.
오늘은 사바나 한 세트뿐이라 행주들과 같이 세탁기를 돌리고 싶어서 물어보니 그러란다. 식기 닦는 행주도 함께 세탁기에 넣었다. 세탁기 작동법을 모르는데 앙헬라가 세탁기를 돌리지 않아 빠꼬에게 부탁했다.
오늘은 쉬란다. 쉬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그럼 무얼 하고 싶냐고 묻는다. 나의 대답에 따라 어디든 갈 기세라 그냥 시에스타 하자고 했다.
샤워했다. 작은 화장실은 사용하지 않아서 놔두고 큰 화장실 청소를 했다.
세탁기가 종료되었지만 다들 일찍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건조기에는 누군가의 속옷이 들어있어서 행주는 바깥에 널었다.
샤워부스는 놔두었지만 옷을 갈아입고 보니 샤워부스 물기가 거슬려서 닦았다.
챙겨 온 어메니티 비누를 꺼내서 빨래를 했는데 비누가 너무 오래되어서 가루가 되려고 했다. 사바나를 건조기에 넣고 돌려버렸다.
바나나를 먹고 어제 남긴 샐러드를 먹었다. 빠꼬가 먹지 않았던 빵을 그냥 방치해 두었다. 먹기도 애매하고 새것을 꺼내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식빵을 구웠다. 모짜렐라 치즈를 개봉해서 토스트에 끼워서 먹었더니 커피가 아쉬웠다.
캡슐 커피는 뽑을 때마다 맛이 달랐고, 물의 양을 줄여도 왠지 싱거웠다. 커피를 자주 마셔야 하는데 비싼 캡슐 커피는 부담스러워 내가 사 온 인스턴트커피를 자주 마셨다.
혹시 캡슐 하나로 여러 번 쓸 수 있나 싶어 오늘은 교체하지 않고 커피를 뽑았는데 그냥 물이 나왔다. 커피가루가 아니라 커피액상인가?
딱히 할 일이 없어 침대에 누웠다. 낮기온이 30도여도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내년 봄에 다시 올까 했더니 그때는 사나브리아로 이동했을 것 같다. 폰따니야스에 한번 더 오기 위해 가을을 목표로 준비하기로 했다. 출국이 무사히 마무리되면 가을에 다시 오고 싶다.
그런데 이제 집에서는 와이파이가 접속되지 않는다. 목동시장에 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이스테이션 자리에 무언가 새로 입점을 했으려나 싶어 검색해 보니 아무것도 없다. 빈 점포가 많아지니 왠지 불안했다. 철거하는 일만 없기를.
자리를 잡고 싶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있을 곳은 없었다.
다시 올게요, 하는 것보다는 곧 갈게요, 가 더 낫지 않을까 싶어 잠자코 있었다. 물론 그 차이는 나만 알겠지만.
무사히 출국할 수 있을까? 88일째에도 불안하게 출국했는데 이번에는 90일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12시 초인종이 울렸다. 빠꼬가 나와있어서 나가지 않았는데 앙헬라가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화장실이 급한 순례자였다. 화장실 청소는 원점이 되었다. 알베르게의 청소가 모두 끝나기 전까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스페인어는 정반대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역번역으로 체크하지 못하는 음성 입력은 왜곡된 내용일 가능성이 높았다.
당신보다 훌륭한 사람은 없다고 얘기했는데 왠지 분위기가 이상해서 확인하니,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없다고 번역되어 있었다.
일본인 순례자가 주고 간 티백에 '미소'라고 떡하니 적혀 있었다. 내가 준 것과 같은 인스턴트 미소국이다.
그냥 읽으면 되는데 나는 왜 굳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번역기를 돌렸을까? 밀소즙으로 해석되었는데 밀소즙이 뭔지 모르니 앙헬라에게 모른다고 말했다.
허무하다. 벌써 일본인에게 물어봤으려나? 습관적으로 번역기에 의지하다 보니 사소한 것도 번역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해두었다. 마드리드에서는 글이나 쓰자 싶지만 그럴 여유가 있을까 싶다.
13시 초인종이 울렸다. 그러나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아서, 오픈 전이라고 하니 알겠단다.
혹시나 싶어 기다렸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슬그머니 문을 닫고 들어왔다.
순례자들은 길 건너 그늘에 자리를 잡고 드러눕거나 앉아있었다.
뒷문 문고리 잠금장치가 뻑뻑해서 잠금장치 주변 벽을 부수었는데, 오늘 시멘트를 바르고 있어서 빠꼬는 바빴다. 다들 바쁘니 순례자들을 일찍 들어오게 할 여력이 없었다.
커피를 마시는데 너무 쓰다. 커피를 마셔도 졸리다. 레몬을 까먹었다.
파리 한 마리가 유리창에 붙어있어서 파리채를 휘둘렀는데 너무 세게 쳤다.
14시가 넘었다. 문을 열어서 들어오게 해야 하나 초인종을 누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는데 앙헬라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신발을 신발장에 놔두게 하고 주방으로 보냈다. 사바나를 준비해 주고 침대로 왔다.
침대 배정하러 앙헬라가 방에 들어오는데, 시에스따 중이라는 빠꼬의 말이 들렸다.
그리고 조용해지나 싶더니 주방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왠지 기분이 급다운 되었다.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이유도 없이 그냥 흘렀다.
14:50 또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주러 나갔지만 주방에 있었는지 빠꼬가 먼저 문을 열었다. 마놀로였다.
인사하려고 나갔지만 그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가느라 나를 보지 못했다. 나도 그냥 침대로 왔다.
너무 우울하다. 어디 가서 펑펑 울고 싶은 날이었지만 갈 곳이 없었다. 애써 참았다. 판초우의를 꺼내서 침대를 다시 가렸다.
식사가 준비되고 있는데 같이 먹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주방으로 갔다.
마놀로에게 "올라, 부에노스 디아스" 하니 마놀로가 잘했단다. 하지만 '디아스'가 마음에 안 드는지 자꾸 교정해 준다.
스페인어도 못하는 아시아인이 와서 오스삐딸레라 한다고 하니 인정하기 싫은 건가? 오늘은 모든 게 다 삐딱하게 보였다. 조심하자.
마놀로는 갔지만 식탁에 5인분이 세팅되어 있었다. 순례자들도 같이 먹는 것 같았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두 명의 순례자가 체크인했다. 기다리기 애매해서 사바나를 챙겨놓고 슬그머니 침대로 와버렸다.
순례자들이 짐을 정리하고 씻는 사이, 먼저 온 순례자들에게 식사하라고 앙헬라가 부르러 왔다. 그리고 앙헬라는 굳이 나를 끌고 주방으로 갔다.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았지만 식탁에 앉았다. 어제 많다고 말렸던 파스타는 결국 남아서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돼지고기 튀김, 감자튀김, 할라피뇨를 튀긴 메인 접시와 새로 만든 파스타는 순례자들 앞에 놓여있었다.
돼지고기 튀김 2조각, 감자튀김 서너 조각, 할라피뇨 5조각을 접시에 담고 따바스코 소스를 가져왔다. 그러자 앙헬라가 퉁퉁 불어있는 파스타를 먹으란다.
하지만 파스타는 너무 차가웠다. 치즈 가루는 저 멀리 있어서 포기하려다 가져다 뿌렸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남은 파스타는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냥 먹었다. 맛있게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두 명의 순례자는 일찍 포크를 내려놓았다. 음식은 또 남았다. 내일은 두 종류의 파스타를 먹어치워야 했다.
심지어 식은 고기는 먹기 힘들 텐데 싶어서 의무감으로 돼지고기 튀김을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앙헬라가 소리를 쳤다. 여기서 들었던 앙헬라의 말 중에서 가장 크고 무서웠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 뜻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소리에 놀라 집게를 내려놓았지만 이미 내 접시에는 고기를 집으면서 눈치 없이 함께 딸려온 감자튀김과 할라피뇨가 떨어져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앙헬라가 번역기를 켰다. 그리고 굳이 음성 입력을 했다.
"두 명의 순례자가 식사를 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앙헬라가 소리친 그 말은 "그만 먹어!"라는 말이었다.
스페인 사람들 앞에서 굳이 이걸 음성으로 번역해야 했을까!
나중에 온 순례자는 식탁에 앉지 않아서 점심을 먹지 않는 줄 알았다.
3인분을 5명이 나누어 먹는 줄 알았지 7명이 나누어 먹을 줄은 몰랐다. 미리 말했다면 먹지 않았을 텐데 싶었다.
아버지, 오빠, 남동생이 먹어야 하니, 어머니는 나에게 그만 먹으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다른 가족이 먹고 남겨야 내가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항상 들었던 그 말을, 스페인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앙헬라가 소리를 다 질렀을까? 하지만 오늘은 나도 먹기 싫었다고!
여느 때라면 웃고 넘겼을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는 날이었다.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자꾸 흐르는 걸, 간신히 참고 또 참으면서 식탁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울면 일이 커질 것 같아서 이를 악물면서 간신히 버텼다.
이미 접시로 옮긴 고기 한 점과 같이 딸려온 감자와 할라피뇨 한 조각을 어쩔 수없이 꾸역꾸역 먹었다.
그리고 포크를 내려놓으니 앙헬라가 다시 번역기를 보여주었다.
"배고프니?"
"아뇨!"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일어나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때 샤워를 마친 순례자들이 빨래를 하려고 주방을 지나 정원으로 나갔다.
나는 식기를 걷어와서 설거지를 마저 했다. 앙헬라가 여느 때처럼 수고한다고 했고, 나는 여느 때처럼 웃어 보였다.
식사를 끝낸 순례자들은 방으로 돌아갔고 앙헬라와 빠꼬는 빨래하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식사를 권하기 위해 정원으로 나갔다.
그 순간 나는 그들이 식사를 거절해 버리길 바랐던 것 같다.
나는 서둘러 침대로 왔다. 판초우의가 가려진 침대 속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참았던 울음이 터져버렸다.
누구라도 보면 조금 전의 그 상황이, 아무 일이 아닌 일이 될 수도 있는 그 일이, 별일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모두의 눈을 피해 일단 밖으로 나갔다. 하필 오늘은 30도의 땡볕이라 도로는 걸을 수 없었다.
마을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다 보니 마놀로 집이 나왔다. 마주칠까 봐 그 앞으로는 갈 수 없어서 방향을 틀었다.
마을을 돌고 돌아서 그늘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늘마다 새똥 범벅이다. 하늘에는 여전히 새들이 날아다녔다.
오늘 같은 날 새똥까지 맞으면 핑계 대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 같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늘마다 의자가 있었지만 그 위에는 어느 집의 처마가 있었고 새들이 있었다.
그렇게 마을을 헤매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도로로 나오고 말았다. 알베르게로 가는 그 길이었다.
더 이상은 갈 수 없어서 도로에 주저앉았다.
한참 동안 엉엉 울었다.
땡볕의 날씨라 다행히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누구라도 보면 소문이 퍼져서 앙헬라의 귀에까지 들어갈지 모른다.
그 도로는 엄밀히 따지면 고속도로였지만 근처에 새로운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마을을 이어주는 일반국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나다니는 차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나는 N-630 고속도로 250km 표지판 앞에서 한참 동안 엉엉 울었다.
잘 됐다. 언젠가 터져도 한 번은 터질 참이었다. 이렇게 털어버리고, 후회도 미련도 없이 그냥 떠나면 된다.
그냥 무서워서 그랬던 걸로 치자. 다시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다들 기다릴 거라는 생각이 나만의 착각일까 봐 무서워서 그랬던 거라고.
어느새 한 시간쯤 지났다.
다시 알베르게 쪽으로 갔다. 정원에서 순례자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들어가지 못했다. 알베르게 앞에 놓여있는, 이 마을에서 가장 깨끗한 뻬레그리노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알베르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내가 나오면서 닫은 문이다.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그 문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
누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절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10분쯤 지났을까? 그 문이 열렸다.
순례자였다. 나를 보고 서있는 걸 보니 이 의자에 앉으려고 나온 것 같았다. 자리를 비켜주어야 할 것 같아서 들어갔다.
방은 조용했다. 양치하려고 보니 협탁 위에 작은 핑크 장미가 놓여있었다. 앙헬라가 다녀갔구나.
하는 일없이 먹기만 해서 계속 살이 찌고 있다고 걱정하니, 마드리드에 가면 금방 빠질 거라며 계속 먹을 걸 챙겨주던 그녀였다.
순례자가 우선이었던 앙헬라는 순례자들이 충분히 먹길 바랐다. 오늘도 힘들게 걸어온 이들을 바깥에서 한 시간 기다리게 했다는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져 그들을 배불리게 먹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꽃을 보니 또 울컥했다. 서둘러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또 한참 동안 나오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했던 지난 일들이 상처로 남았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작은 일이 나에게는 엄청난 상처라는 걸 누가 이해해 줄까? 그냥 아무 일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작 이 정도 일에 무너졌다. 그러니 다시 이곳에 오면 안 되겠지? 나는 스스로를 주저앉혀야 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기 싫었다.
털어낸 후라 그런지 기분이 나아졌다. 안 나아지면 어떡할 건데? 주방에 가려고 준비하는데 앙헬라가 왔다.
장미를 가리키니 누구든 말려서 가져가는 꽃이란다.
알베르게에 장미가 있다고?
순례자들과 같이 저녁을 먹을 건지 자기네랑 먹을 건지 묻는다. 당연히 당신들과 함께죠.
어디 산책 다녀왔냐고 묻는데 마을을 가리키니, 잘했단다.
그리고 일본인에게 물어봤다며 미소된장국이라 알려준다. 나도 내 것을 보이며 같은 거라고 했다.
오늘은 어떻게든 저녁을 먹어야 해서 장을 비웠다. 샤워하고 수건을 침대에 널었는데 나가보니 빨랫줄이 비어있어서 수건을 널고 왔다.
리끼가 마당에 누워있더니 노아가 다니는 담장으로 힘겹게 오른다. 그런데 바깥이 아닌 알베르게 지붕 위로 올라갔다.
새 레몬주스를 꺼내는 걸 보던 빠꼬가 남은 주스는 네가 마시려고? 그런다. 김 빠진 음료를 순례자에게 줄 수는 없잖아.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들 것 같다. 순례자들 식사 준비는 끝났고, 설거지 거리도 없어서 침대로 왔다.
쉬고 있는데 앙헬라가 다시 침대로 왔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누운 채로 판초우의를 걷었다.
그러자 불편하게 누워있는 나를 보더니 위에서 베개 하나를 내려주며 소파로 쓰란다. 그걸 왜 이제야? 그라시아스.
따라나가다가 먼저 블라인드를 내리고 스크린을 내렸다. 그사이 앙헬라가 같은 색상으로 베개 커버를 가져다주었다.
주방으로 갔다. 빠꼬는 책상에 앉아있었지만 순례자들은 아직 식사 중이라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에는 장미나무가 있었다. 그동안 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정원에는 파리떼가 기승이라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담장 위에 있던 리끼가 바깥을 내다보더니 뛰어내렸다. 밤마다 고양이들이 지붕 위를 뛰어다닌단다. 그 소리를 들었을 거란다. 벽이 부서질 것 같은 그 소리!
그녀가 들어가고 수건을 걷어서 주방으로 들어가니 어느새 디저트 타임이다. 식기는 이미 걷은 후였다. 수건을 가져다 놓고 다시 와서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렌틸콩 수프가 냄비 한가득 남아있었다. 도대체 몇 인분을 한 거예요? 이 더운 날씨에 많이 먹지도 않는 음식을 왜 자꾸 많이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투덜댔다.
하루 지난 음식은 순례자들에게 주지도 않으면서, 게다가 자신도 먹지 않았다. 말없이 먹는 빠꼬도 언젠가는 지칠 거예요.
21시 순례자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그런데 우리 저녁식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앙헬라는 고양이들에게 줄 새우를 까고 있었다.
때가 되면 부르러 오겠지 싶어 침대로 왔다. 부르러 오지 않으면 더 좋겠다 싶었지만 앙헬라가 바로 부르러 왔다. 오늘은 몇 번이나 내 침대를 찾아왔을까?
빠꼬는 오늘도 그 병아리콩 해산물을 먹었다. 이제는 상하지 않았을까? 오늘은 비릴 것 같은데 싶다. 끝까지 먹는 그도 대단하고, 끝까지 버리지 않는 그녀도 대단했다.
앙헬라가 무얼 먹겠냐고 물어서 께소와 빵이라고 했다. 빠따따스를 집어먹으며 아침에 먹었던 모짜렐라 치즈를 꺼냈다. 하지만 앙헬라가 그 치즈는 아니라며 다른 치즈를 꺼내준다.
슬라이스 치즈도 괜찮은데 굳이 비싼 치즈를 먹으라니 먹긴 하는데 모짜렐라 치즈가 더 맛있었다.
치즈 하나에 빵 2개를 먹었다. 그리고 치즈 하나에 빵 반쪽 그리고 남은 빵 반쪽에 치즈를 먹고 마오 맥주 한 병씩 마셨다.
앙헬라는 미니 크루아상을 먹고 있어서 하나 먹었다. 빠꼬는 참치샐러드를 권해서 먹었는데 비렸다.
노아가 주방에 들어왔지만 먹을 게 없다는 걸 알고는 바로 나가버렸다.
마놀로가 지나갔다. 저녁 내내 짖어대던 개는 마놀로네 큰 개였다.
Zoe는 다시 아프단다. 벽장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단다. 벽장? 집이란 말이겠지?
나아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살아있는 동안 바깥세상이라도 마음껏 보여주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긴 하루가 지나갔다.
누군가 코를 골자, 다른 순례자가 잠들지 못하는지 아우성이다. 그러더니 끝내 그는 입구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도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