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81

Hospitalera en Fontanillas

by 안녕
Lunes, 26 de Mayo


11°~26°
어제 낮과는 달리 조금 추운 밤이었다. 판초우의를 걷어둔 채로 잠들었는데 그래서 더 추웠던 것 같다.

6시 반 모두 일어난 것 같아 블라인드를 걷고 불을 켰다. 양치하고 와서 사바나를 걷어 주방으로 갔다. 순례자들이 교대하듯이 아침식사를 먹고, 조용히 떠났다.

사용하지 않는 작은 화장실은 어제 청소한 그대로 변기솔이 변기에 박힌 채로 있었다.

Un Baño con Ducha 문은 미닫이문, Baño 문은 여닫이 문이기 때문에 문 소리가 다르다. 새벽에 누군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대로라 이상했다.

작은 화장실을 청소하고 큰 화장실로 가서 샤워했다. 한꺼번에 빨래를 하기 위해 먼저 옷을 갈아입고 청소를 했는데 오늘은 걸레부터 빨아서 널고 옷을 갈아입었다.

세탁용 비누가 없다. 수납장에는 누군가의 바디워시가 있었다. 조금 남은 상태였다. 쓰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거라면, 빨래용으로 쓰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외출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앙헬라와 빠꼬가 청소를 시작했다. Zoe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단다.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빠꼬가 소에가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빠꼬가 가방을 조수석에 올려두자, 앙헬라가 뒤이어 차에 올랐다. 소에 가방은 뒷좌석에 두겠다고 했다.

10:50 출발했다. 조금은 우울하고, 사뭇 불편한 동행이었다.

소에는 가방에서 나오겠다고 울어대었다. 하지만 포기했는지 어느새 조용해졌다.

괜히 안쓰러운 마음에 지퍼를 살짝 열었는데, 순간 소에가 그 틈으로 머리를 내밀고 나오려고 했다. 뛰쳐나올까 봐 놀라 서둘러 지퍼를 닫았다.




동물병원은 Río Duero 강가에 위치했다. Clínica Veterinaria Asivet에 소에를 맡기고 나왔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Puente de Piedra로 갔다. 지난 까미노 때, 지친 발을 끌며 사모라에 들어올 때 지나온 다리였다.

이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헤어질 날이 다가옴에 따라 기념할 무언가를 남기려고 하나 보다.

날씨가 좋아서 주변 풍경이 그림 같았다. 배낭을 메고 사모라로 입성하는 순례자들이 간혹 보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근처 호스텔의 바르로 갔는데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단다. 그래서 근처 Café Oviedo's로 갔다.

Tapas가 종류별로 많았다. 빠꼬는 또르띠야, 나랑하 수모를 먹었고 앙헬라는 카페, 추로스 한 조각을 먹었다. 나는 아침에 피자를 먹어서 카페꼰레체를 마셨다. 커피가 맛있었다.

시간이 되어 다시 동물병원으로 갔다. Río Duero 옆이라 풍경은 예쁜데 아픈 동물을 데리고 오는 보호자들 눈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소에의 폐에서 물을 빼냈다. 오늘도 커다란 대접이 가득 찰 정도로 액체를 뽑아냈다. 주삿바늘을 꽂고, 뺄 때 외에는 얌전했다.

12:40 소에를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메르까도나에 갔다. 소에를 혼자 차에 놔둘 수 없어서 "EstaréAquí" 하니까, 금방 다녀오겠단다.

소에와 둘이 차에 남았는데 나른했다. 소에도 졸고 나도 졸았다.

13:10 그들이 돌아왔다. 다시 익숙한 길을 달려 돌아오는데 소에를 만지고 싶어서 가방 지퍼를 열었다. 손을 짚어 넣었는데 소에가 나오려고 해서 지퍼를 급히 닫았더니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결국 앙헬라가 가방째로 데려가 지퍼를 열고 잠시 봐주었다. 계속 울어서 가방문을 열어놓고 놀아주었다.

Estación de Servicio LOSADA MONTAMARTA 주유소에서 차에 오일을 채웠다.

리꼬바요 저수지 옆을 지나가는데 순례자가 걷고 있었다.

이 시간에 Montamarta 알베르게를 지나쳤으면 두세 시간 후에 폰따니야스에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긴 뻬레그리나였다.




13:50 폰따니야스에 도착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서 주민들과 인사하고 왔다.

사 온 것들을 정리하는데 앙헬라가 팬트리에서 꺼내 먹으라며 이것저것 알려준다.

'저는 그냥 빵만 먹어도 돼요.'

먹을 게 없어서 아침에 피자를 먹은 게 아니라 오후에는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 주니까 피자 먹을 시간이 없어서 아침에 먹은 거였다.

버터 바른 빵도 좋고 께소 넣은 식빵도 좋은데 늦은 밤에 먹고 바로 자니,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거북해서 데사유노를 먹을 수가 없었다.

순례자가 모두 떠난 후에 장을 비우고 나면 그제야 무언가를 먹을 수가 있었다.

혼자라서 선택권이 생겼을 뿐, 토스트가 먹기 싫어서 피자를 먹은 게 아니었다. 이제 무엇 하나도 조심스러웠다.




다들 쉬러 들어가고 나는 빨래를 걷었다. 레깅스와 스카프는 빨아서 널었다. 햇볕에 빨래를 널 수 있는 날도 고작 나흘 남았다.

초인종이 울렸다. 마놀로였다.

부에노스 디아스! 하니 퍼펙트 하단다. 뭐지? 그제는 부에노스 디아스, 가 아니라 부에나스 달리스,라고 하라며? 영문을 모르겠다.

그는 정원으로 갔고, 큰 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빠꼬와 앙헬라가 나왔다.

비스킷을 들고 와인을 챙겨서 정원으로 나갔다.

노아와 리끼가 주방에 따라 들어와서 하몬을 얻어먹었다. 리끼는 바로 나갔지만 노아는 테이블 위에 드러누웠다.

앙헬라가 소에를 데리고 나왔다. 잠깐 데리고 있으라고 했으나 소에가 겁을 먹고 도망가려고 해서 앙헬라가 다시 숙소로 데리고 갔다.




나는 침대로 왔다. 그러자 앙헬라가 할라피뇨 봉지를 들고 와서 지금 튀기고 있으니 점심을 먹잔다.

식탁 위에는 폭립, 병아리콩 해산물, 밥 등 그동안 남겼던 음식이 다 꺼내져 있었다.

나는 김을 꺼내고 남은 피자 한 조각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절반씩 나누어 먹었다.

그사이 할라피뇨 튀김과 치킨 마늘 볶음이 완성되었다.

오늘은 편히 먹었다. 이래저래 음식이 남긴 했지만, 며칠 동안 남았던 음식은 거의 해치운 듯싶다.




설거지를 끝내고 양치하고 커피를 들고 침대로 왔다. 하지만 이내 초인종이 울렸다.

혹시 그녀가 아닐까 하며 문을 열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Montamarta를 지나올 때 Peregrino? ¡No, Peregrina! 했던 순례자였지만 머리카락이 긴 뻬레그리노였다.

일단 침대 배정을 하려고 했는데 앙헬라와 빠꼬가 나왔다. 시원한 물을 준비해 주고 체크인하는 동안, 아까 본 얘기를 하려고 어슬렁거리니 순례자가 나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물었다.

앙헬라가 침대를 안내하러 간 사이, 나는 빠꼬에게 아까 지나오면서 본 사람이라고 얘기하니 뻬레그리나? 하며 알겠단다. 뻬레그리나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이라고.

앙헬라는 독일인 순례자가 500km를 걸었고 폰타니야스는 세 번째 방문이라며 그를 축하하기 위해 디저트로 생크림 딸기를 먹잔다.

늦게라도 순례자들이 오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Vale.




물소리가 계속 들리니 혹시 욕실에서 빨래를 하나 싶었지만 세 번째라니 그럴 일은 없겠지 싶었다.

순례자는 샤워를 하고도 한 시간이 넘도록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리 장을 비워야 하나 고민하다가 화장실이 비어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바디워시가 세면대 위에 있었다. 세면대에서 빨래를 한 모양이다.

샤워부스 안에는 그의 까만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씻어봐야 침대로 가는 동안 발바닥은 다시 더러워질 테고, 그 발로 침대에 올라가고 담요를 덮는 순례자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배낭은 그란데인데 슬리퍼는 왜 안 가지고 다니는 걸까?

그는 주방에서 쉬는 줄 알았더니 정원에서 빨래 중이었다. 맨발로 정원을 누비고 있었다. 햇볕이 약해서 마르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빨래를 했다면 자리가 없을 것 같아 젖은 수건은 침대에 널었다.

그는 18:30 방에 들어오더니 과자를 요란하게 먹었다. 정원을 누빈 그 발은 씻어도 소용없었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미셀에게 메시지가 계속 온다. 아스또르가 협회에 간다고 마드리드에 잘 가란다. 그래 오늘은 답을 하자.

식사 준비를 하는데 비건 순례자란다. 혼자 먹게 할 수 없다며 빠꼬와 함께 먹으란다.

그런데 스파게티 면을 너무 많이 꺼낸다.

오늘에서야 간신히 남은 음식 처리했는데 파스타를 남기면 또 어쩌려고 그러실까? 이 정도는 5인분이라고 하니 3인분이란다. 순례자들은 항상 배 고프기 때문에 이 정도는 준비해야 한단다. 하지만 남을 것이 분명했다.

식사 세팅은 4인분인데 앙헬라는 저녁을 안 먹고 여느 때처럼 나가버린다.

'거봐, 자기도 안 먹으면서!'

채소를 물에 씻지 않고 바로 잘라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물이 더 안 좋아서 그런가? 물기를 닦지 않은 컵에서 물비린내가 너무 심하게 났다. 그래서 씻지 않은 샐러드였지만 군말 없이 먹었다. 샐러드만 먹었다.

순례자는 샐러드도 조금, 파스타도 조금 먹고 말았다. 그러니 음식들은 모조리 다 남았다.

'채식주의자가 배 터지게 먹는 것 봤어요? 게다가 이 사람은 밥 먹기 전에 침대에서 군것질했단 말이에요!'하고, 이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냉장고에 모짜렐라 치즈 한 장이 있었는데 밀봉이 안되어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비건 순례자가 유제품도 안 먹는다고 오늘은 파스타에 뿌리는 치즈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치즈를 꺼내서 빵에 끼워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나니 앙헬라가 들어왔다. 다 같이 Fresa con Crema를 먹었다. 비건은 초코라테 시럽과 캐러멜 시럽을 뿌려서 먹었다.

순례자는 독일인이지만 스페인어가 조금 되니까 앙헬라가 좋아했다.

내가 아스또르가에서 왔는데 거기서 베드버그에 물려서 왔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러다 소문나면 내 입장도 곤란해지는 거라, 순례자용 방에서 물린 것이 아니라 봉사자 숙소에서 물린 거라고 정정했다.

어느덧 21시가 넘었다. 설거지가 끝나면 바로 침대로 오는데 오늘은 왜 정원까지 따라 나온 걸까? 기회를 엿보다가 Buenas Noches 하고 들어왔다.

창밖이 더 밝아서 방안에 불을 켜놓은 것 같다. 블라인드를 내리는데 모기가 있다. 여기 모기는 파리처럼 빠르지 않아서 보이는 대로 바로 잡히긴 한다.

너무 피곤하다. 그리고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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