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talera en Fontanillas
Miércoles, 28 de Mayo
13°~31°
새벽 2시, 잠이 깼다. 어느새 열기는 사라졌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여전히 추웠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웠다.
순례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잠이 깼다. 5시 반이다. 눈을 뜨기 힘들었지만 주방에도 기척이 들려서 사바나를 챙겨서 갔다. 세탁기에 사바나를 넣고 인사하고 침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니 9시다. 블라인드를 걷은 후였지만 침대를 가린 판초우의로 인해, 어두워서 세상모르고 잠들었다.
샤워했다. 수건을 빨아서 널고 빨랫줄에 있던 걸레를 챙겨서 들어왔다. 건조기에는 누군가의 빨랫감이 들어있었지만 바구니에 담아두고 세탁이 끝난 사바나를 건조기에 넣고 돌렸다.
아침에 사용되었던 4인분 식기가 싱크대에 그대로 있어서 설거지를 했다.
세면대와 변기 청소를 했다. 정원에서 걸레를 빨아 널었다. 리끼가 정원 테이블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옷을 갈아입고 빨래를 하러 정원에 나갔는데 오늘은 세제가 충전되어 있었다.
어제 개봉한 비누는 놔두고 커다란 비닐에 물과 세제를 넣어 거품을 냈다. 비닐에 빨랫감을 넣고 조물거렸다.
내가 들고 있던 커다란 검정 비닐을 보고 리끼가 겁을 먹고 도망을 쳤다. 하지만 담벼락 위에 앉아있다가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자 더 놀라서 되돌아왔다.
10시 반, 이제 나만의 아침을 즐기면 된다.
캡슐 커피는 여전히 빈 상자였다. 채워두지 않은 걸 보니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오늘 아침 순례자들에겐 새 우유팩이 제공되었고 조금 남은 우유팩을 꺼내 컵에 담고 비웠다.
아침에 순례자들이 마시고 남은 원두커피를 컵에 담아두고 포트를 씻었다. 원두커피는 연해서 가루커피를 섞어서 마셨다.
오늘 아침에는 식빵 대신 시폰 케이크가 제공되었는지 테이블은 다 치워졌는데 시폰 케이크만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역시 나는 촉촉한 빵은 별로다. 촉촉하다는 것은 버터나 오일이 많이 들어갔다는 의미였고 나는 살이 찐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먹지 못했었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기회가 많았을 때에는 다이어트에 집착하느라 먹지 않았다. 그러한 것들이 이제 와서 사뭇 후회되었다.
지금은 버터를 큼직하게 잘라서 먹었다. 버터가 빵에 촉촉하게 스며든 것보다 역시 베어무는 쪽이 나았다.
빵을 반으로 잘라서 구웠지만 차가운 모짜렐라 치즈가 녹지 않아서 치즈 2장을 끼우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고소한 빵에 쭉쭉 늘어나는 치즈가 맛있었다.
11시쯤 빠꼬가 나왔다. 건조기에서 꺼낸 옷을 담은 바구니를 가리키니 빠꼬가 개어서 정리했다. 나는 설거지하고 침대로 돌아왔다.
커다란 베개 두 개를 포개어 기대니까 푹신해서 좋았다. 이곳의 침대는 층고가 높아서 침대에 앉아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베개를 등에 대고 있으면 머리는 벽에 대고 있어야 해서 불편했다.
앙헬라도 주방으로 나왔다. 빠꼬가 청소하러 방으로 와서 나는 주방으로 갔다.
재활용 쓰레기통이 가득 차서 비닐을 교체했다. 쓰레기통도 거의 차서 교체했다. 문밖에 내다 두었다.
빠꼬가 청소기를 밀고 오다가 전화를 받는 사이, 내가 청소기를 이어받아서 주방 바닥을 청소했다.
Ya está todo muy limpio.
앙헬라가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재떨이를 비웠다. 이곳에서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수거하지 않나 보다.
빠꼬가 쓰레기를 버리려는 순례자에게 가끔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 두 개를 다 알려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상했는데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빠꼬는 외출 차림이었지만 앙헬라는 일상복이라 침대로 왔다.
13시, 앙헬라가 나가잔다. 오늘도 무작정 따라나섰다.
빠꼬는 쓰레기를 잔뜩 실은 외바퀴 수레를 끌고 있었다. Vino Caja 하나가 수레에서 떨어져서 주워 들고 따라갔다. 쓰레기 버리러 가는 거였다.
나름 Fontanillas de Castro 쓰레기 집합장이었지만 아파트 한동보다 작은 규모였다. 그래도 유리, 플라스틱, 종이, 일반 쓰레기통이 따로 비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재활용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래서 비노 종이박스도 일반 쓰레기통에 버렸다.
빠꼬는 일부 구분을 해서 버리고 있었다. 와인병과 종이 박스, 커다란 플라스틱 통은 구분해서 버렸지만 맥주병, 주스통이 들어있는 재활용 비닐은 일반 쓰레기통에 버렸다.
굳이 분리수거해서 분리배출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싶었다.
알베르게 앞으로 돌아왔는데 노아가 도로가 하수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자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아 차에 올랐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노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앙헬라가 긴팔 옷이 덥지 않냐고 물었다. 그늘에 가면 추워요.
리에고 델 까미노의 Bar La Biblioteca 갔다. Mahou Limon Cerveza 2병, Naranja1병 5.3€, 빠따따스 1.3€, 하몬 1.6€ 빠꼬가 총 8.2€ 금방 마시고 돌아왔다.
알베르게 앞에 네 명의 순례자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을 골목으로 들어가서 어느 집으로 갔다.
로사 아주머니네에서 달걀 12개 3팩을 구입했다. 마당에 닭들이 많은 걸 보니, 마을 사람들은 달걀을 여기서 구입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10유로를 내니 동전 하나를 준다. 0.01€ 차이에도 구입을 미루는 나 같은 사람은 수뻬르메르까도에 가서 구입할 것 같았다.
알베르게로 돌아와서 바로 체크인을 시작했다. 3명은 빨래를 하며 정원에서 쉬고 있었지만 한 명은 방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는 배낭을 복도 의자에 계속 놔두었다.
나는 조금 남은 주스를 마시고 주스팩을 비웠다. 스페인의 뜨거운 열기를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습도가 낮아서 그늘은 시원한 스페인이었지만 오늘은 은근히 더웠다.
주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앙헬라가 나와서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빠꼬는 7인분을 세팅했는데 앙헬라가 뭐라고 하니 3인분만 세팅했다.
앙헬라가 소에의 체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Linfoma 란다. 암치료는 힘들지 모르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였다. 의료혜택이 좋은 스페인에서 동물 지원도 가능할까?
검색해 보니 고양이 림프종은 흔한 종양이란다. 고양이가 담배 연기가 많은 환경에 노출되면 좋지 않다고 한다.
소에가 림프종에 걸린 건 당신들의 흡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과 같아서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Tabaco와 Vino 없이 이 생활을 어떻게 유지하라고 할 수 있을까?
식사가 준비되어 자리에 앉으려는데 한 순례자가 주방에 들어왔다.
오늘은 순례자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는데 식탁에 같이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굳이 앉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안된다고 말하기도 그랬다.
예의상 식사하겠냐고 물으니까 아니란다. 하지만 식사하는 내내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식사가 끝나고 해도 될 텐데 굳이 지금?
그러다 결국 접시를 준비해 주었더니 마다하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은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와인도 줄까 했더니 자신은 맥주를 마시겠다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셨다.
순례자는 이내 한 접시를 비웠지만 맥주 한 캔을 더 꺼내와서 앉았다. 그러니 더 먹겠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또 덥석 받아간다. 그의 넉살에 경의를 표했다.
나는 모짜렐라 치즈를 먹겠다니까 굳이 덩어리 치즈를 꺼내준다. 빵 3개에 치즈 3조각을 먹었다. 돼지고기 튀김은 굳이 먹지 않았더니 묻지도 않고 조각 하나를 내 접시에 담아주었다.
그러다가 혹시나 싶어 순례자에게 더 먹겠냐고 물어보니 그는 흔쾌히 더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머지는 모두 그의 접시로 갔다.
앙헬라가 배가 부른 지 묻는다.
"나는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니까요."
식사가 끝나자 빠꼬는 식탁을 치우고 나는 설거지를 했다.
앙헬라는 커피를 준비하다가 끝까지 앉아있는 순례자에게 커피를 마시겠냐고 물었다. 그는 또 넙죽 마시겠단다.
순례자에게 먼저 주려고 컵을 가지러 가는 사이, 커피가 나와버렸다.
나에게는 묻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다가 설거지가 끝나자 나에게 나가자고 재촉하더니 내가 주방을 나서는 걸 보고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도 네 명으로 끝나려나 싶었지만 17시 초인종이 울렸다. 마놀로가 젊은 여인과 같이 서있었다.
"부에노스 디아스" 하니까 "노노노, 부에나스 달리스" 란다. 나도 "노노노 디아스", 했더니 점심식사 전에는 "디아스", 식사 후에는 "달리스" 란다. 아~
마놀로는 알아서 문을 열고 주방에 들어갔다. 정원에 있던 세 명이 모두 주방에 앉아있었다. 다들 힘들지 않은가 보구나.
햇볕에 잠깐 서있었는데 끈적거렸다. 샤워했다. 오늘은 햇볕이 뜨거워서 수건을 빨아서 널었다.
그러자 마놀로가 "달리스", 그런다. 그래그래 "달리스"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주방에 있는 순례자를 방해하기 싫어서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도로에 닭 깃털이 날리고 있었다.
저 멀리 Guardias Civil 차량이 서있고 대원 둘이 내려서 살펴보고 있었다. 둘이서 뭐라고 대화하더니 닭 사체를 옆집 문 앞에 던져놓고 떠나버렸다.
혹시나 닭주인이 찾을까 봐 앙헬라에게 얘기하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지나가다가 닭을 차로 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에 친 닭을 정리하러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깃털이 날아다니는 현장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설거지해 버렸다.
바나나를 먹으려고 밖에 다시 나갔는데 노아가 닭 잔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불안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차 아래 그늘로 들어갔다.
어느새 동네 고양이가 나타났다.
비예보는 다시 하루 앞당겨졌다. 금요일에 비가 올 거란다.
마드리드에 갈 때 크록스를 신고 운동화를 넣어서 가야겠다. 딱히 운동화가 편하지도 않고 노아가 새 사체를 운동화에 넣은 이후 더 이상 신고 싶지도 않았다.
갑자기 마드리드에서의 일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기온이 31도다. 덥다.
마드리드에 빨리 가서 안쪽 침대를 선택하려고 했었다. 라디에이터가 달린 바깥쪽이든 수납장이 많은 안쪽이든 장단점이 있었다. 고작 열흘 지낼 곳인데 더 나은 침대를 선택하겠다는 게 어이없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자.
주방에 갔는데 소에가 정원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다. 다들 자리를 떠나서 내가 소에를 맡았다.
하지만 이내 소에가 도망가려고 했고, 멀리 빠꼬가 보여서 불렀다.
뽀요 교통사고 건을 얘기하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주방으로 들어오려는데 누가 담장 밖에서 부른다. 주방에만 있던 그 순례자가 밖에 나갔다가 못 들어오고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면 되잖아요."
문을 열어주니 또다시 주방을 점령했다.
19:30 식사가 준비 중인 주방에선 여전히 순례자들이 얘기하고 있었다.
빠꼬가 없어서 대신 식탁 세팅을 했다. Limonada 새것을 꺼내고 김 빠진 건 마셔버렸다.
마놀로가 문 고치는 빠꼬를 도와주고 있더니 아스따 마냐냐 하면서 돌아갔다.
빠꼬가 주방에 들어오고 나는 밖에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한 뻬레그리나가 벤치에 앉아있어서 침대로 왔다.
잠시 후에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다. 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나오던 순례자조차 무시하고 그냥 주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20시 순례자들은 식사를 하러 갔다.
뒤늦게 가보니 설거지거리가 쌓여있었다. 설거지가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순례자는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 없으니 앙헬라가 끝내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내가 먼저 포기하고 주방을 나섰다.
그때 앙헬라가 뭐라고 하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례자들이 방으로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순례자들은 끝내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정원으로 나갔다고 생각하고 다시 주방으로 갔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하고 싶어서 정원으로 나갔을 뿐이었다. 다시 침대로 왔다.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21시 순례자들은 방으로 왔다. 그리고 30분이 지났지만 그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잤었고 순례자 덕분에 종일 침대에만 있었더니 피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열 시가 가까웠으니 먹으면 바로 자야 했다.
눈칫밥 먹었던 Astorga를 기억하자. 바게트만 먹었던 마드리드를 생각하자. 어차피 마드리드에 가서 지내면 살이 빠지겠지.
다른 사람들은 방으로 돌아왔지만 종일 주방에 있던 그 순례자는 주방에서 계속 떠들어댄다. 진짜 떠들어대었다. 까미노가 하고 싶은 걸까? 대화가 하고 싶은 걸까?
걷다가 한국인을 만나면 나도 반가워서 떠들기는 한다. 하지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도 몸이 힘들어서 그만두게 된다. 이들의 비결은 뭘까?
나는 까미노를 즐기면서 걷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봤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항상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무엇 하나 얻어가기는 했다.
지난번에는 베드버그에게 뜯기고 무릎인대도 끊어졌지만 끝까지 걸었고 대신 후유증이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그때 Astorga Albergue에서의 도움, 지금 생각해 보면 퇴실 시간만 잘 지키면 연박이 가능한 알베르게였을 뿐이다.
그래도 많은 알베르게에서 퇴짜를 맞았던 후라 고마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제 그곳은 잊었다. 이번에는 큰 상처를 준 곳이지만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저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도 숙제를 안고 간다.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버스를 경유해야 하는 오지와 같은 곳이지만 그들이 떠나기 전에, '폰따니야스의 그들'을 만나러 다시 오고 싶다.
이곳에 필요한 것을 들고 양손 무겁게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마드리드의 일정이 남아있지만 이곳에서의 이별이 아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