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talera en Fontanillas
Jueves, 29 de Mayo
15°~33°
더워서 잠들기 어려웠는데 새벽 2시엔 추워서 깼다. 하지만 침낭 속에 들어가니 더웠고 가려움증이 심해졌다. 침대에 놔둔 짐들이 걸리적거렸다.
6시 반 주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직 누군가는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양치하면서 블라인드를 걷어보니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칫솔을 물고 사바나를 챙겨 주방으로 갔다. 사바나를 세탁기에 넣고 화장실로 가서 양치했다.
앙헬라가 커피를 권하지만 장이 터지기 직전이라 일단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34도까지 오를 날씨지만 아침에는 추웠다. 일교차가 크다. 언제 오더라도 사계절 옷을 준비해야 하는 스페인이다.
노아가 방황하고 있어서 어젯밤에 남긴 치즈를 주었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긴장하는 것 같았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포토타임을 가진 순례자들은 7시가 되기도 전에 모두 떠났다.
설거지를 하고 침대로 왔다. 장을 비우는 순간부터 하루가 시작되기에 오늘은 서두르고 싶지 않아 일단 누웠다.
하지만 장이 너무 불편해서 바나나를 먹고 화장실에 갔다. 장을 비우고 샤워했다. 항문 소양증 때문에 알코올웹으로 소독하니 타는 듯했다.
청소하고 걸레를 빨아서 널었다. 머리를 정리하고 수건을 빨아서 널었다. 옷을 갈아입고 비닐에 물과 세제를 넣어 거품을 내서 빨래를 해서 널었다.
8시 반, 원두커피를 데워서 마시고 Queso Mozzarella 2장을 식빵에 끼워서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조금 남은 시폰 케이크가 이틀째 남아있어서 먹어치웠다. 주스도 조금 남아서 마시고 통을 비웠다.
설거지하고 주방을 정리하고 침대로 왔다. 배낭을 정리했다.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도 짐은 여전했다. 패딩은 작은 비닐에 넣어서 부피를 줄였다.
마스크팩을 주고 떠날까 싶지만 혹시 트러블이 생길까 싶어 포기했다. 셀카봉은 빠꼬에게 선물로 주고 가야겠다. 사진을 찍기에는 나는 너무 늙은 느낌이다.
침낭을 넣기 전에는 배낭 정리가 불가능했지만 침대에 옷이 널브러져 있어서 일단 배낭에 모두 집어넣었다.
혹시 베드버그가 숨어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11시 청소를 시작했다. 앙헬라가 오늘 12시쯤 소에를 병원에 데리고 갈 거란다. 그래서 주방 바닥을 빗자루로 쓸었다.
오늘은 무척 더울 거라고 해서 짧은 소매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스카프를 두르긴 했지만 햇볕이 따가워서 다시 긴팔로 갈아입었다.
앙헬라가 준비하러 들어가고, 빠꼬 혼자 주방에 있어서 셀카봉을 선물로 주었다. Palo de selfie라고 하니까 아는 것 같았다.
길게 뽑아서 펼치고 세워서 삼각대까지 펼쳐서 보여주었다. 블루투스 리모컨을 꺼내보여 주었지만 접속까지는 하지 않고 방법만 알려주었다.
그런데 빠꼬의 폰이 너무 커서 잘 끼워지지 않았다. 어쩌나 싶었더니 빠꼬가 가지고 가서 억지로 끼웠다. 들어가니 다행이긴 한데 몇 번 쓰다 보면 무리가 될 것 같았다.
12시 다 같이 알베르게를 나섰다. 그때 뻬레그리노가 다가왔다.
얘기하니 가는 듯싶더니 순례자가 길 건너 그늘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다.
차창을 내리고 바람을 느끼며 사모라를 향해 달렸다. Zoe가 계속 울어서 앙헬라가 안고 갔다.
사모라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아픈 강아지 한 마리가 와서 차례를 기다렸다. 오늘도 폐에서 물을 빼낸다고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는 대놓고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앙헬라도 사진을 찍었다. 어쩜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래서 동영상도 촬영하기로 했다.
원프레임으로 찍고 싶어서 주사를 꽂는 것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소에 몸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고 관을 통해 핏물을 빼냈다. 수십 번을 반복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수의사의 행동이 점점 흐트러졌다. 몸에 꽂힌 바늘이 움직일 때마다 소에는 몸을 움찔거리며 울었다.
5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다.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내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한쪽 폐가 끝날 때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바닥을 보면서 아무도 모르게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간신히 로비 의자에 앉았지만 계속 빙빙 돌았다.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밖은 더운데 안은 추워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뜨거운 열기에 몸에서 땀이 더 흘렀다.
마치 모든 구멍에서 체액이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화장실도 급해졌다.
너무 어지러워 다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 누구도 눈치채면 안 된다. 그리고 무사해야 했다.
간호사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괜히 눈치가 보였지만 나는 더 이상 꼼짝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다들 수술실에서 나왔다. Zoe 캐리어는 간호사가 챙겼고 우린 빈손으로 병원을 나섰다.
차로 가는 걸 보니 Zoe는 입원하는 것 같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내 상태가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누가 말을 걸어도 답할 상황이 아니었다.
차는 출발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한참을 달렸다. 나는 조용히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괜찮아지길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않았으면 싶었다. 여기서 '저 아파요.' 할 수는 없었다.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도로에서 빨간 옷을 입은 자전거 순례자가 보였다. 이 땡볕에 더 가는 것은 무리였다. 폰따니야스에서 멈출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알베르게 앞에는 순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할 때 왔던 그 순례자 같았다. 바로 체크인했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오면서 봤던 빨간 옷을 입은 그 자전거 순례자였다.
체크인하고 앙헬라가 침대 배정하려는데 순례자가 짐을 가지러 자전거에 먼저 다녀오겠단다.
그렇게 순례자가 짐을 꺼내는 동안 다들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한참이 지났지만 순례자는 짐을 정리하고 있어서 내가 안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짐을 들고 오나 싶더니 일부는 주방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냉장고에 한 보따리 넣고, 또 한 보따리는 싱크대 위쪽 찬장 위에 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앙헬라가 방에 가지고 가라고 했다.
생수가 거의 없어서 큰 생수통을 개봉해서 썼는데 빠꼬가 숙소에서 생수 6팩을 가져왔다.
우유를 데워서 커피가루를 넣어서 마시고 있는데 빠꼬가 주방에 왔다.
팔과 목덜미가 햇볕에 타서 아프다고 했다. 개봉하지 않은 자외선 차단제를 가져다 주니 고맙단다.
침대에서 쉬고 있는데 앙헬라가 오더니 점심을 준비한단다. 먹을 상황이 아니어서 거절했지만 소용없어서 간단히 먹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주방으로 다시 갔다.
중국인 순례자가 와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는데 캡슐 커피는 여전히 빈통이었다.
그래서 컵에 생수를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커피가루를 넣어서 마시라고 했지만 순례자는 모르겠다고 해서 내가 커피를 해주었다.
오늘 점심은 돼지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밥. 개봉한 김을 마저 먹었다.
빠꼬는 개봉하지 않은 자외선 차단제라고 다시 돌려주려고 했다. 나도 필요 없다고 번역기를 돌리는데 알겠다고 했다.
마드리드에서는 햇볕에 빨래를 널 수 없는데 오늘이 햇볕에 말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아니라고 한다. 내일 소나기가 오지만 저녁이란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했다.
15:30 앙헬라가 커피를 마시겠냐고 해서 Solo Café! 하지만 컵을 들고 침대로 갈 수 없어서 식탁에 앉았다. 앙헬라도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기대되냐고 묻는다. 아니! 집에 아무도 없다. 여기에서 영원히 함께 살고 싶냐고, 당연하지.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자주 오겠다고 했다.
사나브리아로 가기 전에 폰따니야스에 한번 더 올 거라고 하니 자신은 문명을 느끼고 싶단다. 차를 타지 않고 약국에 갈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단다. 그래서 이동하고 나서도 그곳에 가겠다고.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뻬레그리노 체크인 준비해 주고 침대로 왔다.
샤워하고 싶었지만 순례자가 먼저 씻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순례자는 씻을 생각이 없는지 꾸물대고 있는데 또 초인종이 울렸다.
나가는데 순례자가 좁은 복도에서 옷을 훌렁 벗고 수건만 걸치고 있다. 마드레미아!
문을 여니 뻬레그리나가 서있었다. 조금만 빨리 왔으면 그녀가 입구 침대를 차지했을 텐데 싶다.
나의 샤워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샤워하러 갔다. 하루 두 번 장을 비워야 할 정도로 먹었는데 하루 한번 장을 비웠으니 초반에는 밤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지금은 그나마 저녁에 장을 비워서 저녁식사라도 할 수 있었다. 자꾸 먹이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민소매로 갈아입었다. 집안에서는 버틸 만한데 음식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 힘들었다.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앙헬라가 자꾸 여름옷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 또한 부담이다.
자기 전까지는 시원하게 있다가 잘 때 긴팔로 갈아입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수건을 널러 나갔더니 빨랫줄이 가득이다. 스카프 옆에는 어김없이 누군가의 양말이 자리하고 있었다. 타월을 사이에 두고 수건을 널었다.
팔꿈치가 문제가 아니라 팔이 거칠어서 남은 핸드크림을 발랐다.
선크림을 바디로션 대용으로 쓸까 하던 차였지만 선물해 버리고 나니 집에 두고 온 바셀린이 아쉬웠는데 딸기 핸드크림이 생각났다. 막상 바르고 니니 사바나에 크림이 묻을까 봐 조심스러웠다.
아찔한 하루가 지나간다.
입구 순례자는 무호흡증, 오늘 밤도 고생하겠다. 각자의 이유로 시끄러웠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장이 편하지 않았지만 사과를 깎아 먹었다. 쭈글이지만 맛있다. 다시 장을 비우고 싶었다.
앙헬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의 강아지는 협착증이 있었습니다. 의사는 치료에만 집중하고 강아지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강아지는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마침내 심장 마비로 사망했습니다. Zoe가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의사는 긍정적인 답을 보내왔단다. 별다른 약은 쓰지 않고 물을 빼내는 치료만 할 모양이다.
치료하면 6개월, 안 하면 2개월이라는 말이 오히려 틀렸기를 바랐다.
바람을 쐬려고 문을 열었는데 벤치에 순례자가 앉아있었다. 초인종을 누를 것 같아 빼꼼 열어두었다. 너무 지친다.
Bench = Banco 순례자 은행이 아니라 순례자 벤치다. 번역은 여전히 은행이라고 한다.
20시가 되어도 식사하러 가지 않는 두 명 때문에 빠꼬가 그들을 부르러 왔다.
잠시 후에 앙헬라가 침대로 왔다. 의사가 보내온 Zoe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밥은 먹지 않고 물만 마시고 있었다.
내가 고양이를 잘 돌보지 않는다고 지적한 줄 아는 걸까?
설거지할 때까지 쉬려고 했는데 애매해서 따라나섰다. 주방에는 순례자즐이 식사 중이고 정원에는 빠꼬가 물을 뿌리고 있었다.
누군가 설거지를 하려고 해서 주방에 들어갔지만 아직 식사 중이라 기다렸다가 설거지했다.
끝났나 싶었더니 와인 글라스 가져오고 끝났나 싶었더니 냄비가 식탁에 그대로 있었다. 기름기 때문에 더운물을 썼더니 땀이 났다.
21시 바깥으로 나갔지만 아직 열기가 느껴졌다. 손의 물기만 제거하고 침대로 와서 누웠다. 31도지만 체감온도 35도. 서울이라면 훌렁 벗고 지내야 했다. 오늘은 판단을 빨리 해서 다행이다. 긴팔을 입을 게 아니라 벗고 자야 할 듯싶다.
사람들이 돌아오나 싶더니 갑자기 누가 방귀를 부아앙 하고 뀐다. 들어오는 건지 마는 건지 불은 꺼지지 않았다.
22시가 되어도 부르러 오지 않기에 불을 껐다. 하지만 10분이 지나자 부르러 왔다. 입구 순례자가 말을 끊으려고 하지 않아서 길어졌단다.
달걀밥을 한가득 만들어 두었다. 한 숟가락 먹고 빵 먹고 빠따따스 먹고 디저트 먹었다.
달걀 비린내가 느껴졌다. 지금은 달걀이 맞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달걀은 일 년에 한 번 먹어도 될까 말까 했다. 그것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괜찮아야 먹을 수 있었다.
빠꼬는 흰쌀밥에 데운 토마토소스를 섞어서 먹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는데 뭐지 싶었다.
다들 조미김을 좋아하지 않았다. 남은 두 팩은 다음번에 와서 내가 먹어야 할 듯싶다.
오늘따라 리끼가 울어댄다. 새우를 까주다 보니 다 주고 통을 비웠다. 고양이들은 새우껍질까지 먹으려고 하는데 앙헬라가 껍질을 버렸다.
침대에 돌아와서도 힘들었다. 뒤척이는 소리에 나도 덩달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