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86

Fontanillas de Castro→Madrid

by 안녕
Sábado, 31 de Mayo


F15°~33° M20°~33°
새벽 2시, 추워서 깼다. 그리고 4시,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담요를 가져왔다. 침낭만으로 부족했다. 일교차가 심했다.

자주 쓰지 않은 담요를 가져오려다가, 불안한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많은 순례자가 사용했던 담요를 가져왔다. 지금은 베드버그보다 지저분한 편이 나았다.

인기척에 눈을 떴다. 6시, 순례자들은 분주했고 어느새 다들 주방으로 갔다.

정신없이 주방으로 갔는데 앙헬라가 카페꼰레체? 하니 그제야 사바나가 생각났다. 오늘은 내가 썼던 사바나도 세탁해야 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사바나 수거함을 들고 주방으로 가니 그사이 빠꼬도 나와있었다. 행주를 걷어서 세탁기에 넣는 사이, 순례자들은 모두 떠났다.

세탁기는 돌아가고 커피가 준비되는 동안 양치하고 와서 식탁에 앉았다. 7시 20분이다.

오늘은 캡슐 커피가 채워져 있었다. 폰따니야스에서 마지막 Café Con Leche를 마셨다. 순례자가 남긴 빵을 먹었다.

이제 한 시간쯤 쉬라고 하고 앙헬라와 빠꼬는 숙소로 돌아갔다.




노아는 하몬을 먹고도 나가지 않았다. 주변을 맴돌더니 내 무릎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마치 가지 말라는 것 같았다.

노아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지자 마치 몽이가 살아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이제 친해진 것 같은데 곧 떠나야 했다.

"잘 있어, 노아야."

주방에서 노아와 놀았지만 노아는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도미토리룸으로 가버렸다.




확실히 장을 비우기 위해 바나나를 먹었다. 그래도 속이 너무 편안한 것 같더니 설사를 가볍게 해서 비워냈다. 가뿐해졌다.

먼저 수건을 말려야 했다. 밖은 여전히 공기가 차가워서 화장실 라디에이터에 수건을 올려두었다. 젖은 수건을 가방에 넣으면 냄새가 날 수 있어서 말리기만 하기로 했다.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아서 정원에 널었다. 이제는 할 일이 없다.

어느새 햇볕이 나와서 수건도 가져다 정원에 널어두었다.




주방에서 방명록을 작성했다.

"두 달 동안 감사했습니다. 두 분의 친절, 잊지 않을게요. 다음에는 양손 무겁게 오겠습니다. 아스따 루에고!"

마지막은 언제나 힘들었다. 참고 참았지만 혼자라서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다.

간신히 진정하고 방명록을 데스크에 갖다 놓고 보니 앙헬라가 정원에 앉아있었다. 일부러 기다려준 느낌이다.

알베르게 열쇠를 반납했다. 다시 받을 날이 있을까? 십자가 그리고 팔찌와 액세서리를 선물로 준다. 바로 착용할까 하다가 배낭에 넣었다.

건조가 끝난 사바나를 정리했다.

Manolo가 왔는데 사모라에 볼일이 있어서 같이 갈 거란다. 앙헬라가 빠꼬를 깨워서 청소를 시작했다.

노아는 도미토리룸 1번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시원하고 폭신하니 좋아하는 것 같았다.

빠꼬가 와서 깨우자 노아는 나가버렸는데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수건을 가지러 나갔는데 빨랫줄이 비어있었다. 비어있던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사이 앙헬라가 수건을 건조기에 넣은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건을 빨아서 널어두는 건데 싶었다.

하지만 건조기를 열어보니 내 수건은 걸레와 함께 들어있었다. 이건 나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화장실 청소한 걸레를 행주와 함께 세탁기에 돌리는 것도 찝찝한데, 손빨래한 걸레를 건조기에 함께 넣으면...

아무리 깨끗하게 빨아도 걸레는 걸레일 뿐이었다.

나는 세탁한 빨랫감을 정리할 때, 방바닥에 놓지 않았다. 청소한 방이어도 수건을 내려놓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름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외출 준비는 금방 끝났다.

생수를 챙겨줄 거라 생각해서 물통을 버린 후였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챙겨 주지 않았다. 급하게 사과 하나를 손에 쥐고 차에 탔다.

Manolo가 길건너에 서있다가 차에 탔고, 앙헬라도 알베르게 문을 잠그고 차에 올랐다.

10시 30분 출발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풍경을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나는 반드시 이곳에 다시 돌아올 것이고, 앙헬라도 다시 오라고 반겼지만 언제나처럼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가족이 발목을 잡든, 다른 일이 생기든 변수는 늘 생겼다.




11시, 사모라 입구 어느 건물에 정차했다. Manolo가 용무를 보는 동안 우린 차에서 기다렸다.

이어서 메르까도나에 갔다.

장을 보면서 빵 2개와 고다치즈를 사주는데 이 더운 날씨에 무사할까 걱정스러웠다.

11시 50분, Churrería Lorenzo로 갔다.

Manolo가 추로스를 사고 앙헬라가 뽀라스를 샀다. 두배로 먹었더니 장이 난리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화장실 들렀다 나왔는데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사모라 시내로 갔다.

Ale-Hop에 들어갔는데 왠지 나에게 선물해 주려는 느낌이다.

마침 12€ 진자추가 보였다. 내가 고르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분위기라 진자추를 사달라고 했다. 다른 것도 사려고 해서 겨우 데리고 나왔다.




12시 40분,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탔고 10분 후에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소에는 철장 안에 얌전히 있다가 앙헬라의 목소리를 듣더니 벌떡 일어났고 문을 열자 앙헬라의 손에 얼굴을 비벼대었다. 그리고 이제 집으로 가자는 듯이 스스로 나왔다. 소에와도 인사하고 떠날 수 있었다.

앙헬라가 의사와 얘기하는 동안 빠꼬가 소에 케이지를 들고 먼저 차로 갔다. Manolo와 나도 차에서 기다렸다.

13시 10분 출발했고, 10분 만에 사모라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때 순례자에게 전화가 왔는데 영어로 묻는다. 아직 오픈 전이라고 스페인어로 말하니 서로 대화는 통하지 않았다.

앙헬라가 오픈 시간을 얘기해도 계속 재촉하는 느낌이라 내가 큰소리로 2pm open 이라고 하니 그제야 알았다며 끊는다.




앙헬라, 빠꼬, 마놀로까지 포옹으로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Hasta Pronto."

13시 반이라 차가 먼저 떠났다. 나는 손을 흔들며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제발 다시 돌아오게 해 주세요."

가족 중에 아무도 아프지 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빌었다.




사모라 버스 터미널은 노란색으로 새 단장을 한 것 같았지만 아래층 승강장으로 내려가니 옛것 그대로였다.

승강장은 그늘진 외부라 추웠다. 치즈는 무사하겠지만 내 장이 무사할지 모르겠다.

대합실 벤치에 앉고 보니, 콘센트가 있는 벤치는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두 시간이 남았는데 저 멀리 Monbus가 보였다. 저 버스가 이곳에서 출발하는 건지 아니면 이곳을 경유하는 버스가 오는지 알 수 없어서 안에서 기다렸다.

시간은 잘 흘렀다. 모니터에 플랫폼 번호가 뜨지 않으니 어디서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다.

주차되어 있던 Monbus가 잠깐 움직이는 것 같더니 그 자리에 다시 주차해 버렸다. 아닌가 보다.

지나가는 차가 이곳에 들리는 거라면 15시가 넘을 수도 있지만 만약 주차 중인 버스가 출발하는 거라면 늦으면 안 된다.

어째 불안했다. 물어볼 직원도 없다.




어느덧 출발 3분 전이 되었다.

일단 배낭을 메고 승강장으로 나가보니 저 멀리 버스가 서있는 곳까지도 승강장이 이어져 있었다.

혹시 거기서 출발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그 순간 버스가 움직였다.

그 순간에도 이제 승강장으로 오려고 그러나 싶어서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미 출발시간인 15시였다.

무조건 기사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야 했다. 후진하고 있는 버스 앞쪽으로 다가가서 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기사가 버스를 세운다. 기사는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배낭을 멘 채로 버스에 올랐다.

"Madrid?"
"Si!"

15:00 정각에 기사가 내 티켓 바코드를 찍었다.




나는 버스 터미널에 두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눈앞에서 마드리드행 버스를 놓칠 뻔했다.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뻔한 상황이었는지 애써 생각하지 않았다.

들판을 보니 울컥.

30분 Toro 그리고 날씨 예보 중심지였던 Tordesilla 16시 출발했다.

버스를 놓칠 뻔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다.

지금 타고 있는 버스가 두 시간 동안 주차되어 있었지만 나는 왜 버스 근처에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밖에 앉아있었으면 승객들의 이동 방향을 보았을 테고, 그들이 버스에 타는 모습을 보았을 텐데.

Monbus 와이파이에 접속했다. 인터넷이 된다. 이제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마음을 놓았다.

어머니에게 톡이 와있었다. 폐렴이라 입원 중이란다. 그 순간 걱정보다 불안이 엄습했다.

스페인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제공하지 말아 주길... 제발.

앙헬라에게 메시지가 왔다. 도착하면 연락하란다.

17:58 마드리드는 여전히 멀리 있었다. 맵스미로 체크하니 아직 16km 남았고, 12분 후에 도착이란다.

그때 한 승객이 계단을 내려갔다. 여기가 2층이었나 싶었더니 계단 옆이 화장실이었다. 알사버스도 그런가 싶었다.

몽끌로아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을까 싶어서 스탑 벨을 눌렀더니 반응이 없다. 옆에 있는 조명 버튼을 누르니 버스 안 모든 조명이 다 켜졌다. 그게 스탑 버튼이었다.




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내리는 사람도 꽤 있었다. 놓고 내리는 물건 없이 마드리드 몽끌로아 터미널에 도착했다.

마드리드는 뜨거웠다. 스카프를 뒤집어쓰고 데카트론 방향으로 걸었다.

버스터미널에서 알베르게까지 1.4km 18분 거리였다.

18:16 몽끌로아 터미널을 출발했는데 20분 만에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발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이제 내 걸음이 지도를 따라잡고 있었다.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디에고 앞에 누군가 앉아있었는데 브라질에서 온 Suely였다.

일단 화장실부터 다녀왔다.

땀이 나서 먼저 씻고 싶었지만 수에리가 또르띠야를 먹겠냐고 했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자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또르띠야를 잘라서 접시에 담아주더니 혼자 데워서 먹으란다.

일단 나는 커피가 급했으므로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마셨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또르띠야는 비려서 살사소스를 뿌려서 먹었다.




디에고가 퇴근하자 수에리가 주방에 와서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묻더니 직업을 묻길래 나는 백수라고 했다.

자기는 사서인데 은퇴했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30대로 보이는데 젊은애가 왜 직업이 없냐고 하더니, 가족이 지원을 해줘서 여기엔 온 거냐고 묻는다. 뭐지?

'내가 가족을 부양했으면 했지, 가족이 나를 지원해 준 적은 없다고!'

외국인이 이런 사적인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하는 건 처음이다. 이 할머니 만만치 않았다.

"나는 30대가 아니에요. 젊었을 때는 큐레이터였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은퇴했어요."

그러자 큐레이터가 뭐냐고 묻는다. 그럼 사서는 뭔데?라고 하고 싶었지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눈빛이 왠지 신경 쓰였다.




짐을 책상에 풀고 샤워했다.

수납장에 있던 담요는 꺼내서 소파에 두고 지난달에 3주 동안 사용해서 익숙한 그레이 담요를 털어서 침대에 놔두었다. 침낭은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옷 보따리를 침대에 놔두자니 아쉬웠는데 지금은 옷장 겸 수납장이 두 침대 사이에 벽처럼 설치되어 있었다.

배낭을 넣기 위해 선반 높이를 조절할까 했더니 높이 조절은 안 되는 거라 배낭은 눕혔다.

수납장 선반을 닦았다. 물건들이 모두 수납되니 좋았다.

수돗물에 커피를 타서 마시니 찝찝했다. 마드리드에 있을 때는 다들 마시니까 마셨는데, 폰따니야스에서 생수로 음식을 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우유가 아쉬워서 내일 사 오자 싶었더니 근처에서 구입해도 되는 거였다.

이미 양치했지만 또 커피를 마시고 뮤즐리를 먹었다.




22:20 그녀가 숙소로 들어간다. 아직 마감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나도 따라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다.

조금은 무례한 첫인상의 브라질 할머니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수에리가 커튼을 치자 동시에 알베르게 모든 조명이 꺼졌다. 그런데 그녀 쪽은 밝았다. 그녀가 방향제를 뿌려서 눈이 따갑고 코가 아렸다.

나, 알레르기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발등이 가렵더니 잔잔한 무언가가 돋았다. 연고를 찾으려고 옷장을 열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손전등을 켜고 봤지만 수납장에는 보이지 않더니 알고 보니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23시 잠자리에 들었다.

빠꼬가 처음으로 글이란 것을 써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는 이미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잘 지내고 곧 다시 만나자."




●MONBUS
Estación de Autobuses de Zamora 15:00 ~ 18:10 Madrid, Moncloa
19.16 € -9.17€(45%) =9.99€ +1.00€



매거진의 이전글Vía de la Plata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