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talera en Madrid
Martes, 03 de Junio
17°~25° 20°~29°
6시 반 수에리와 장이 식사하고 있어서 나는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마냥 있을 수 없어서 일어났다.
레체를 개봉했다. 마드리드에서 첫 카페꼰레체. 그리곤 소파에 앉아있으니 누가 커튼을 확 젖히며 들어왔다.
순례자는 나를 보고 놀라면서 바로 나갔다. 들어오지 말라고 입구에 써서 붙여놓았고, 커튼이 닫혀 있는데 왜 당연하다는 듯이 봉사자 공간에 들어오는 것일까? 게다가 그녀는 방금 전까지 다른 사람들과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봉사자 숙소에 들어오는 그 상황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식탁에 앉아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날씨가 흐려서 공기가 차다. 조용한 아침이 지나가고 있다.
8시 한국인 순례자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수에리외 Jean은 청소를 시작했다. 나만 9시가 되길 기다리기 그래서 화장실 청소도구를 챙겨서 큰 화장실로 갔다.
청소하려고 하니 수에리와 장이 오더니 나에게 작은 화장실부터 시작하란다.
이미 그들은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그들의 언어로 의논하고 결론을 내린 후에 나에게 질문하듯이 말했다.
"우리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건 질문이 아니라 통보나 다름없었다. 한 번은 그들이 결론을 내고 말한 의견에, 내가 싫다고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분위기가 묘해졌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은 나에게 와서 악의적이고 습관적으로 질문을 했다.
"이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사소한 일에도 매번 묻고 답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결국 나는 두 손 들고 말았다.
"그래 알았어, 너희가 알아서 결정해."
"거봐,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계획한 건지 이제 알겠니?"
그런 경험이 많았다. 내 성격에 안전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거절하고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씩, 여기서 휩쓸려 가면 마지막까지 힘들겠다는 위험이 감지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소심하게 이의를 제기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결정대로 휩쓸려 가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면 그냥 다수의 의견을 따라준다. 그게 속 편하다.
스페인에 봉사하러 오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걸림돌은 변기 청소였다. 하지만 화장실 휴지통에서 똥휴지도 꺼낸 마당에 똥 묻은 변기 청소가 대수일까?
하지만 나중에는 이 기억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밥을 먹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지저분한 기억에 힘들 때가 많았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했지만, 그 기억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청소기를 돌리는 장의 청소가 가장 먼저 끝나기 때문에 개인 일을 할 수 있지만 수에리는 자신의 물걸레질이 끝날 때까지 나가 있으라고 했다.
바닥 물기가 마르길 기다리면서 오늘도 바깥에 쫓겨나가 있었다.
하지만 청소가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쉴 수도 없었다. 들어와서 재활용 쓰레기통을 제자리에 두고 휴지통에 비닐을 씌워야 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싱크대 청소가 남아있었다. 그들이 주방까지 청소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이 말한 주방 청소는 바닥 청소였다.
장은 청소기를 돌리고 수에리는 물걸레 청소기를 돌리면 끝이었다.
답답한 내가 싱크대 청소를 하고 식기들을 닦아서 넣고, 제대로 닦이지 않은 식기들을 다시 꺼내서 설거지를 하고 닦아서 넣었다.
식기건조대와 받침대의 물때를 닦고, 행주를 빨아서 널었다.
청소가 끝난 장은 문을 열어두고 리셉션 의자에 앉아있었다. 수에리는 청소가 막 끝난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시작으로 외출 준비를 했다. 그래도 혼자서 하는 청소가 차라리 속 편했다.
청소를 일찍 시작한 덕분에 9시 반에 청소가 모두 끝났다.
그리고 한 번뿐인 나의 식사가 시작된다. 앙헬라가 사준 치즈와 빵은 아직 냉장고에 들어있었다. 아끼는 중이기도 하지만 먹을 기회가 없었다.
첫날은 디에고가 만들어준 빠에야를 먹었다. 나는 양보다도 음식에 들어있는 나트륨의 양에 따라 그날의 식사량이 정해졌다. 둘째 날은 전날에 먹고 남은 빠에야를 먹었다.
우유를 꺼냈는데 기다란 머리카락이 뚜껑에 걸려있었다. 내 머리카락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유를 데우고, 마드리드에 와서 한국말 몇 번 했다고 우유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데운 우유에 꼴라까오를 진하게 탔다.
냉장고 속에 있던 재료는 거의 사라졌다. 하몬, 치즈 같은 재료는 Jean이 보카디요를 만들면서 다 쓴 것 같았다.
어제 아침에 수에리가 냉장고를 정리했는데 나에게 양송이버섯을 내보이면서 필요하냐고 물었다. 식재료 버리는 것은 극혐이라 빠에야 데울 때 같이 요리해서 먹었다.
냉장고에는 순례자들이 남기고 간 재료가 많이 있었음에도 다른 것은 묻지도 않았으니 그 또한 이미 그들의 의논 결과였다.
오늘은 플레인 요구르트 대용량 하나가 남아있었다. 나는 빵 하나를 꺼내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고다 치즈는 한 덩어리로 얼어버렸다. 떼어내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역부족이라 조각난 치즈를 빵에 올렸다.
피시 크로켓이 냉동실에 방치되어 있어서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해서 먹었다. 맛있다.
치즈 올린 빵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치즈를 녹였다. 조금만 들어갔지만 진득한 치즈가 느껴졌다.
Colacao con yogur natural까지 한상 차림 사진을 찍었다.
컵은 물을 담아두는 것으로 킵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수에리가 누가 왔다며 나와보란다. 스페인 아주머니였다. 오늘은 포옹으로 인사했지만 그걸로 끝이다.
언어가 통하는 그들은 리셉션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들어왔다. 그리곤 무얼 계속 찾았다. 얘기를 하지 않으니 무얼 찾는지 알 수 없었다.
작업을 하는 사람인데 어떤 물건을 찾고 있단다. 알베르게 곳곳을 뒤지고 다녔지만 오랫동안 찾지 못했다.
수에리가 사바나가 들어있다고 열어보지 말라고 했던 박스를 열어보니 그 직원이 찾는 물건이 들어있었다.
정보용 PC를 설치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봐야 한다는데 그들도 얘기를 듣더니 무언가 난관에 봉착한 것 같았다.
디에고가 오늘의 작업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 미리 알려주었을 텐데 싶었는데, 이들에게는 미리 얘기했겠다 싶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나도 설명을 들었다고 생각할까 봐 들어왔다.
주방으로 와서 레체 파스타를 만들었다. 스파게티 면을 삶고 우유를 넣은 후 남은 치즈가루를 모두 넣었다.
하지만 페퍼를 넣어도 맛이 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 핫소스를 찾았는데 은근히 매워서 한결 나았다.
디저트로 꼴라까오 가루를 요구르트에 섞어서 먹었다. 진해서 좋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르고 13시쯤 조용해지나 싶어서 가나 싶어 인사하러 나가봤는데 아니었다.
수도원 앞을 지나는 미니전차가 002 무료버스였다. 까르푸 마켓 앞에도 지나가는 버스라 굳이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001은 아토차역까지 간단다.
오늘 대통령 선거란다.
내일은 밤 근무라 낮에 나갔다 올까 싶었다. 발가락 물집이 굳어서 거슬렸는데 손톱깎이를 가져오는 게 귀찮아서 손으로 뜯다 결국 피를 봤다. 걸을 때 아프게 생겼다.
수에리가 나에게 알베르게에만 있다고 잔소리하더니 외출했다. 나는 아직 발이 불편했다. 오래 걷는 것은 힘들었다.
'굳이 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기다리기 지루했지만 일찍 교대해 주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16:55에 교대하러 갔다. Jean에게 손짓으로 교대하자고 했더니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다.
'나는 네가 더 기분 나빠.'
가예따스를 개봉했다. 먹으면 무한대로 먹게 되는 초코 샌드 비스킷이었다.
17:40 수에리가 돌아왔는데 알베르게 문을 닫고 있다고 잔소리를 했다. 문을 닫고 있으면 우울해서 싫단다.
"리셉션에 앉아있는 건 나인데, 왜 너의 취향을 따라야 하니? 나는 낯선 사람들이 불쑥 들어오는 게 더 싫다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러자 수에리가 억지로 영어로 얘기하더니 "헤이트!" 라며 들어가 버렸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한국말로 "나도 너 싫어."라고 말해 주었다.
디에고가 작성한 알베르게 안내문에도 적혀있었다. '안전을 위해 문을 닫고 있으니 초인종을 누르라고.'
오늘은 예약자도 없고 연박하는 순례자도 없었다. 알베르게에는 오로지 봉사자 셋 뿐인데, 하나는 외출하고 하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무얼 믿고 문을 열고 있으라는 건지.
수에리는 안전하다고 말하겠지만 '두 달 전에 직접 안 겪어봤잖아?' 그때는 디에고가 있었고, 그 후에 봉사자의 안전을 걱정해서 이런 안내문을 작성했다.
끄레덴시알 6장 발급을 따로 적어야 하는지 몰라 놔두었는데 상관없는 사람 리스트 옆에 6장을 입력해 두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 받아두었던 인적사항을 적고 끄레덴시알을 따로 표시해 두었다.
Jean이 쇼핑 가는데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다.
청소 끝나고 체크인 시작 전에 나의 모든 식사는 종료된다. 그 후에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었다. 배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심심해서 먹을 뿐이다.
Jean이 초인종 대신 노크를 했고 내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Jean이 초코 샌드 아이스크림을 하나 준다. 땡큐~
아이스크림 소식에 수에리가 침대에서 나왔다. Jean이 그녀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수에리가 파스타를 만들 건데 같이 먹겠냐고 묻는다. 오늘따라 단체로 왜들 이러지?
'봉사자의 식단에 관여하지 않는다.' 봉사자 신청 때 식비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드리드 알베르게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했다. 그 말 그대로 누구든 내 식단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9시 반쯤 디에고가 지인과 왔다. 문 앞에서 기척이 들려서 먼저 문을 열어주었는데 얼굴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이 얼굴에 묻어있었다. 민망해.
새로운 바닥 보수제를 가지고 왔는데 내일은 재택근무 신청해서 여기로 출근할 거란다. 바닥 보수하면 14시까지는 대기해야 하는데 나갈 수 있으려나?
오늘은 모임이 있다며 버스가 끊기면 여기로 온단다. 문을 열어놓고 나갔다. 열어두라는 건가 싶어 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Jean이 문을 닫아준다.
'드디어 네가 내 성향을 이해하는 거니?'
그들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다시 한번 더 물어보는데 나는 여전히 거절했다. 아이스크림으로 지금 내 배가 터질 것 같다는 사실을 너희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수에리는 화장실에 가고 Jean은 설거지를 했다. 그래 오늘은 시간을 안 지켜도 봐줄게.
20시 교대하자마자 샤워했다. 바람이 차다. 그녀가 담요를 챙겨서 리셉션으로 갔다.
'거봐 춥지? 그러게 문을 닫으면 되잖아.'
어젯밤에 수에리는 숙소 창문을 열어놓고 잤었다. 침대 아래는 따뜻하지만 위쪽은 춥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Jean은 기침이 심해졌다. 열이 닌다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오늘은 수에리도 기침을 시작했다.
22시 수에리가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길래 추워서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이내 커튼을 닫아줄까,라고 묻길래 다시 나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굿나잇 하곤 침대에 가서 눕는다. 얘는 뭐지? 20:00~23:00까지인데 장은 22:30에 들어오더니 수에리는 22:00에 종료했다.
여자치고는 너무 큰 할머니, 남자치고는 너무 작은 아저씨. 왠지 나는 그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기분이다.
오늘도 창문이 열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