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92

Hospitalera en Madrid

by 안녕
Viernes, 06 de Junio


17°~30°
너무 아프다. 새벽 내내 창문 때문에 신경전을 벌여야 해서 더 힘들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기 힘들었다. 청소 직전에 일어나려고 계속 누워있었는데, 7시 반 디에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샤워하고 나와서, 막대걸레로 화장실 물기를 제거하고 있으니 디에고가 무선 물걸레 청소기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나는 청소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샤워 후에 물기를 제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두 순례자는 아침 일찍 톨레도로 떠났지만, 아직 순례자가 남아있었는데 이미 청소가 시작되었다. 8시였지만 디에고도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는 9시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9시가 넘은 줄 알았다고 했다.

빨리 외출하기 위해 순례자가 있어도 아침마다 청소를 서두르는 수에리와 Jean에게 앞으로는 청소시간을 지키라고 디에고가 지적했다.

수에리는 불만을 표출했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했다. 청소가 끝나자마자 수에리는 샤워하고 단장하더니 혼자 밥을 먹었다.




밤마다 창문 신경전을 하고 있음을 실토했더니 디에고가 두꺼운 이불을 가지고 왔다. 지금도 담요만으로 충분했다. 이불속은 따뜻했지만 새벽마다 머리카락이 흩날릴 정도로 불어대는 바람이 문제였을 뿐이다.

새벽 찬바람에 감기가 걸렸고, 창을 닫지 않으면 감기는 나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밤에만 창을 닫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나는 그거면 충분했다.

디에고가 수에리에게 얘기했지만 그녀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자고 싶다고 거부했다.

디에고가 모두를 위해 크루아상을 사 왔지만 수에리는 먹지 않고 나가버렸다.




앙헬라가 감기약을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하소연했다.

나는 급격한 기온차로 인해 감기가 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았지만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명과 함께 지내야 하는 곳에서는 힘들었다.

어차피 나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자기 때문에 창문이 열려있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이곳은 돌풍이 자주 불었다.

세찬 바람이 벽을 맞고 침낭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때마다 체온 변화를 겪어야 했다.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디에고가 점심에 피자를 시킨단다. 하지만 오늘은 감사합니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기분도 그렇고 컨디션도 그랬다. 다른 봉사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13시 피자가 왔고 다 같이 나누어 먹었다. Jean이 디에고에게 맥주 한 캔을 주었다. 나는 사양했다.

디에고에게 한 캔을 더 권했지만 많다고 해서 반 캔을 나누어 마셨다.




어느덧 14시, 한국인은 복귀했지만 예약자 14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들 어디 간 거지?

약을 먹었더니 졸음이 쏟아졌다. 디에고가 가져다준 두꺼운 이불을 덮고 누웠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16:30 어수선한 분위기에 일어났다. 한국인 순례자 4명, 이탈리아 순례자 7명이 한꺼번에 도착했다.

다들 리셉션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Pilgrim Pass 입력해야 한단다. 한 명씩 Pilgrim Pass 입력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런데 한국인 4명은 아스또르가에서 만난 분들이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분이 기억하고 인사해 주었다.

마드리드에 공립 알베르게가 생긴 걸 모르고 있어서 귀국할 때 머물다 가시라고 안내했었는데 온 거였다.

오늘은 모두 14명이 입실해서 2명은 침대 위를 사용해야 했다.

오늘은 줄곧 디에고가 체크인을 맡았지만 Jean은 리셉션을 포기하지 않았다.

빠꼬에게 노아가 실종되었다는 메시지가 와서 놀랐는데 아침에만 사라졌단다. 노아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소에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나에겐 노아의 존재가 더 중요했다.




17시 리셉션으로 가서 교대했다. 디에고가 지폐를 바꾸러 나가자, 수에리는 Jean을 데리고 나갔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상관없었다.

첫날에는 한일전을 방불케 하는 두 사람의 신경전에 나까지도 잔뜩 긴장했었다.

그때 수에리는 의도적으로 Jean을 왕따 시키기 위해 나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스페인어가 되는 두 사람이 한편이 되었다.

수에리가 없으면 Jean은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수에리가 있으면 그는 그녀의 눈치를 보곤 했다.

그 상황이 불편해서 나는 굳이 그들과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디아에 다녀온 한국인들이 주방에 모였다. 이것저것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아서 현관문을 닫고 주방에 갔지만 딱히 필요가 없었다.

생과일주스를 사 왔다며 나누어 주는데, 천천히 마시고 싶었지만 컵이 부족해서 부리나케 마시고 설거지를 했다.

한 아주머니는 사레가 자주 들렸지만 계속해서 음식을 급하게 먹었다. 컥컥 거리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니 괜히 불안했다. 제발 천천히 드세요~




오늘도 피곤한 밤이 될 것 같다. 나에게 두꺼운 이불이 생겼으니 수에리는 창을 열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19:30 수에리와 Jean이 알베르게로 돌아오자, 주방에 있던 한국인들이 수다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 순례자는 남아서 수에리에게 작업을 걸었다. 여자 순례자들에게는 신경질적으로 대하던 수에리가 좋아하며 그와는 대화를 이어갔다.

순례자는 방으로 돌아가고 수에리가 나와서 문 앞에 서있길래, 20시 정각에 자리를 비워주었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봉사자 숙소 소파로 왔는데, 내 초코 샌드 비스킷이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같이 나누어 먹을 수는 있었지만, 자기 음식에 누가 손대면 난리 나던 이들이었다. 내로남불!

침대에 누워있으니 톨레도에 갔던 이들이 돌아왔다. 수에리와 마찰을 빚고 있는 이들은 주방으로 왔다.

너무 힘들어서 방 창문만 닫고 누웠다.

자신의 스케줄이 아닌데도 Jean은 저녁 내내 수에리와 함께 리셉션에 있더니 23시가 넘어서 같이 들어왔다.

아직 뜨거운 낮의 열기가 식지 않아, 실내 공기도 뜨끈했지만 그들은 창문을 열지 않았다.

만약 어젯밤의 소동이 없었다면, 나는 창문을 열어도 된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추울 때는 닫고 더울 때는 열면 되지만, 추울 때도 열었으니 나름 나의 복수였다.

수에리가 뒤척이며 짜증 내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 2시 잠이 깼다. 약을 먹으려고 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4시, 새벽공기는 차가워졌다.

둘 다 커튼을 치지 않고 자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주방 창문을 닫았다.

침대로 올라가기 힘들어 잠시 소파에 앉아있는데 Jean이 일어나더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약을 먹기 위해 주방에 가서 물을 끓였다. 커피를 들고 소파로 오니 그사이 그의 커튼이 닫혀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이번에는 수에리가 일어나서 나를 노려보더니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확 닫아버린다.

'내가 커튼을 열어놓은 게 아니고 네가 안 닫은 거거든! 답답하다면서 커튼을 치는 너희가 더 이상해.'

과한 나의 상상이겠지만, 마치 커튼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느낌이 들었다.

약을 먹을 정도로 식은 커피를 마시고 침대로 올라갔다.

이불속은 더웠고, 밖은 추웠다. 하지만 공기는 전과 달랐다.



매거진의 이전글Vía de la Plata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