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91

Hospitalera en Madrid

by 안녕
Jueves, 05 de Junio


15°~28°
두꺼운 침낭 위에 밍크담요 세장을 덮고 잤다. 그래도 추워서 옷 위에 옷을 껴입고 잤다. 더웠다가 추웠다가 변덕스러운 밤이었다. 그리고 정말 아팠던 기억이 난다.

7시 주방에 들어온 사람들 기척에 제일 먼저 일어났다. 샤워하고 있으니 화장실에 여러 명이 드나들었다. 한 순례자가 짐을 맡기고 먼저 나갔다.

수에리가 나에게 기침만 심한 건지, 실제로 아픈 건지 물었다. 내가 밤새 끙끙대어서, 많이 아파 보였단다. 걱정이 되었는지 약국에 가라고 해서 내가 먹고 있는 약을 보여주었다. 괜찮냐고 물었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




8시 순례자가 식사하고 있는데도 수에리와 Jean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수에리는 그렇게도 자랑하던 무선 물걸레 청소기를 이젠 쓰지 않았다. 청소 후, 물걸레 빨래가 벅찬 모양이다.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이어서 주방 청소도 끝냈다. 하지만 수에리는 여전히 바닥 물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도와주겠다는 말도 나오지 않아서 쉬려고 했더니 나에게 화장실 바닥 물걸레질을 하라고 지시했다.

바닥은 자기들이 청소하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 청소를 했다. 청소가 손에 익어서 청소를 빨리 끝내니 시키는 일이 늘어났다.

각자 할당된 몫이 있었지만 그건 내가 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결정에 따라 나는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기를 돌리는 Jean이 가장 먼저 청소가 끝나지만 수에리는 Jean에게는 일을 더 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공용 구역까지 청소하고 있는 나에게, 수에리 자신의 몫까지 시켰다.




아스또르가에서도 그랬다. 일을 많이 하고, 잘한다고 해서 칭찬과 격려를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고, 오히려 다른 봉사자들이 나를 걱정했었다.

봉사하러 왔으니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이곳의 청소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더구나 화장실은 혼자 청소하는 게 나았다. 바닥은 그들이 청소해 주겠다고 했지만 더 불편했다.

그들의 청소가 우선이기 때문에 나는 기다려야 했고 계속 눈치를 봐야 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지저분한 화장실 청소를 시키면서 다른 건 안 해도 된다며 했었다. 하지만 내가 군말 없이 청소를 해내자, 별거 아닌 일이라 싶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일을 더 시켜도 되겠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나 보다.




가볍게 해치우고 침대로 와서 누웠다. 열은 심해지고 있었다.

아스또르가에서의 노동 여파가 이제야 오는 듯싶다. 몸살이 제대로 왔다.

열이 오르자 이제는 관절이 아프다. 설마 침대 위로 오르는 일이 힘들었던 것은 아니겠지?

11시 누군가 점심을 먹길래 일어났다. 쌀 한 스푼을 넣고 끓여서 라면수프를 넣었는데 싱겁다, 보니 국물용 수프여서 한 봉지 더 털어 넣었다.

바게트 한 조각을 녹여서 고다치즈를 넣고 녹였다. 어제 에어프라이어 청소를 아무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 끝내니 12시다.

작은 침낭이 필요했는데 체크아웃하는 순례자가 나눔 해 주었다. 오늘 아침까지 사용한 거라 베드버그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13시쯤 밖을 내다보니 짐을 맡기고 나갔던 아주머니 순례자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문을 열고 기다렸는데,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아서인지 알베르게로 들어오지 않고 공원 벤치에 가서 앉았다. 그래서 들어오라고 했다.

아주머니 순례자는 오늘 젊은 순례자와 같이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며 15시에 알베르게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식사를 하면서 기다렸다.

Jean이 바깥에 또 다른 한국인 순례자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가보니 예약자인데 아직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들어오라고 했다.




14시에 두 명의 순례자가 체크인했다. 배낭 없이 들어와서 물어보니 아침에 짐을 맡기고 갔었단다.

그런데 수에리가 매몰차게 대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수에리는 스페인어가 통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유난히도 신경질적으로 대했다. 나도 그녀의 눈빛이 무서웠다. 감기약을 받았다.

외출했던 수에리가 돌아왔다. 계속 리셉션에 앉아있던 Jean은 그녀가 오자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공항에 같이 가려고 기다리던 아주머니 순례자는 괜히 기다리기로 했다며 힘들어했다. 젊은 순례자는 15시에 돌아왔다.

오는 대로 출발하려고 점심을 먹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돌아온 그녀는 라면을 먹고 가겠단다. 같이 먹자고 권했지만 아주머니 순례자가 거절하자 다른 순례자가 대신 먹었다.


젊은 순례자는 동영상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며 느긋하게 준비했다. 15:20 알베르게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자, 둘은 떠났다.




수에리는 한국인 순례자가 샤워하고 물기를 안 닦았다고 나에게 와서 한소리 늘어놓았다.

잠시 후에 순례자 숙소 화장실에서 큰 소리가 나서 가보니, 도미토리룸 화장실 세면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순례자에게 샤워하고 물기를 안 닦았다고 따지고 있었다.

아침에도 수에리에게 수모를 당하고 갔는데 낮에는 식당에서 차별을 받아서 기분이 언짢았다고 했다. 그런데 수에리가 와서 또 그러자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기분을 풀어드리기 위해 같이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인 순례자는 주방에서, Jean은 소파에서 큰소리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남자들이란!

16:30 수에리와 Jean이 나가자, 기분 상했던 순례자가 그제야 방에서 나왔다.




17시 교대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픈 동료를 위해 일찍 교대는 바라지 않았지만, 시간은 지켜야 하지 않나?

컵을 씻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주고 계속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 꼬멘다도라스 모나스떼리오가 좋았단다. 둘이 수도원 구경 다녀왔나 보다.

너무 힘들어서 침대에 올라가 누워있으니, Jean이 와서 수도원 팸플릿을 건네며 뷰티풀이란다. 나도 알거든!

몇 시간째 주방에 앉아서 큰소리로 동영상을 보던 순례자는 리셉션에 수에리가 앉아있으니 가서 얘기한다.

방치되어 있던 도넛을 어제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그녀는 먹지 않았다. 그래서 도넛을 들고 침대로 왔다.




수에리가 따라 들어와서, 나에게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아픈 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따지듯이 말하는 모습에, 아니란 것을 알았다. 감기가 옮을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아침에는 약국에 갔다 오라고 하더니, 저녁에는 병원에 왜 안 갔다 왔냐고 따졌다.

외국에서 감기로 병원에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니? 의료보장되는 한국에서도 안 가는 병원을, 스페인에서 가라고?

너는 정말 인성이 나쁘구나. 웃으면서 대해주니 내가 만만하지?

자꾸 짜증이 났다.




주방으로 나갔다. 순례자에게 얻은 독한 약을 먹기 위해 고다 께소 바게트를 먹으려고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있는데 디에고가 왔다.

수에리가 디에고에게 내 얘기를 한 모양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 디에고가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감기요!

오자마자 수에리가 디에고에게 나를 처리해 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무슨 말인가 싶었단다. 역시 걱정이 아닌 불안인 셈이다.

'수에리 너는 시간이나 지켜.'

그들은 저녁을 함께 먹었다. 뭐지? 오히려 내가 왕따 당하는 중인가?

나도 이제 내 맘대로 해볼까?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자꾸 짜증이 났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마인드 컨트롤.

한국인 두 명이 여기저기서 차별당했다고 하소연했는데, 한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그저 운일까?

이제 미소는 집어치우자. 상대방이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는데 나는 왜 바보같이 미소만 짓고 있을까? 착한 이미지 프레임은 이제 끝이다.

공식적으로 11일이 끝이다. 12일엔 청소조차 도와주지 않을 거다. 늦게 일어나서 쇼핑하다가 조용히 사라질 거다. 그 어떤 친절도 베풀지 않을 거다.




20시 수에리는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Jean은 수에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다.

오늘은 주방 창문도 미리 닫았다.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추웠다. 바람이 차다.

누군가 주방에 들어오는 인기척에 나가보니 차별당한 순례자 중 한 명이다. 이야기가 이어지자 다른 한 명도 왔다.

다른 한국인 순례자도 주방으로 왔다. 어쩌다 보니 한국인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게 되었다.

21:40 Jean이 오더니 시계를 두드린다. 그러자 순례자들이 아직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나가라고 독촉하는 거냐며 황당해했다. 방으로 가려던 사람들도 도리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8분 후, 이번에는 수에리가 와서 나가라고 했다. 보다 못한 내가 "Not Yet!"이라고 하자 수에리가 "What?" 그러면서 내 이름을 소리친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얘기했다. "Not Yet."

그러자 그녀는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데, 좋은 말일 리는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한국말로 "그래봤자 나는 못 알아들으니 상관없어."라고 말했다.

순례자들도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이없어했다. 디에고에게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조만간 말이 나올 것 같단다.

두 사람 때문에 초단위까지 지키겠다며, 모두들 22시 정각에 일어났다.




나도 양치하고 침대로 왔다. 이때까지는 컨디션이 견딜만했다.

방으로 함께 들어온 수에리와 Jean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나도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창문을 모두 닫고 왔는데 어딘가 열려있는지 시끄러웠다. 힘들지만 침대에서 내려갔다.

방 창문은 닫혀있었지만 주방 창문이 열려있었다. 수에리가 열고 온 모양이다. 주방 창문을 닫고 오니 그사이 방 창문이 열려있었다. 그래서 창문을 닫았다.

그러자 수에리가 답답하다고 창을 열어두라고 했다. 무시했다. 그러자 내 이름을 부른다.

왜? 창은 열어두란다.

나는 싫다고 했다. 왜냐하면 위쪽은 추우니까! 창을 열고 싶으면 베드 체인지 하자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투덜대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봉사자 숙소, 아래 침대는 막혀있어서 따뜻하지만 윗침대는 사방이 뚫려있어서 춥다.

Suely와 Jean은 주방 창문도 열어놓고, 방 창문도 열어놓고 잔다. 그래서 나는 침낭으로 부족해서 담요를 세장이나 덮었지만 감기에 걸렸다.

약을 먹고 기침이 간신히 가라앉는 중이라 저녁에 창문을 모두 닫았다. 그런데 수에리가 다시 모두 열었다.

밤이 되니 기침이 다시 시작되어 창문을 모두 닫았더니, 수에리가 창을 열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나는 "위쪽은 춥다. 창을 열고 싶으면 침대를 바꾸자"라고 했다.

그러자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데, 싸우기 싫어서 일단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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