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ía de la Plata #96

Hospitalera en Madrid

by 안녕
Martes, 10 de Junio


21°~32°
7시부터 시작된 아침식사, 한국어로 가득 찬 주방이다. 나가서 인사할까 했지만, 힘든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9시 샤워용품을 미리 챙겨서 화장실 청소하러 갔다. 청소기를 돌린 것 같지 않았지만 나 혼자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에 피해될까 봐 나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샤워했지만, 지금은 컨디션 난조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순례자들과 부대끼며 화장실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서 비교적 느긋한 오전에 씻기로 했다.

그동안은 내 청소가 끝나더라도 그들의 청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서로 감정 상한 상태에서는 딱히 맞출 필요가 없었다.

청소하다 말고 수에리가 나가 있으라고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나갔다 와야 했다. 그들의 청소가 모두 끝나야 나도 내 청소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제 화장실은 나 혼자 청소하게 되었으니 청소를 거의 끝내고, 샤워부터 했다. 다 씻은 후에 청소를 마무리 지었다.

내가 하고 싶은 순서대로 청소하고, 내 할 일만 끝낼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그들은 나를 도와줄 마음이 없으니, 나도 그들을 배려하지 않기로 했다.




께소 보카디요는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지금은 목이 부은 상태라 넘기기 힘들었다.

수에리가 외출하려고 나서다가 나를 슬쩍 보더니 갑자기 Jean에게 같이 나가자고 했다. 혼자 나갔다 돌아오면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다.

'그러게 너는 왜 그랬니?'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순간 문을 잠그고 나가버릴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러고 있는 내가 싫었다. 떠날 때까지 조용히 지내자. 한국에 돌아갈 날을 이토록 손꼽을 줄은 몰랐다.

만약 앞으로도 오래 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고 잘 지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할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고, 앞으로 다시는 볼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나에게 너무 힘든 사람이었고, 어차피 서양인 봉사자들의 마인드가 우리와 너무도 달라서, 나 혼자 노력한다고 달라질 수도 없었다.

협회 직원인 아니타 역시 많은 불만이 있어도 나는 항의 한번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계속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내색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말은 좋지 않았다.

열심히 하니까 무언가 억울한 순간이 오더라.

앙헬라는 집에 돌아갈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격려했다. 내 주변에는 무슨 이런 일만 있냐고 하지 않을까 싶다.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그들이 돌아온 모양이다.

'기다려. 나는 오늘 서두를 생각이 없어.'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다. 어디선가 문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누군가가 수도원 벨을 누르고 있었다. 이곳에도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방문자가 있었다.

빨래를 해서 널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Jean 혼자 돌아왔다. 그리고 수에리는 12시쯤 돌아왔다.




지난번에는 어플로 도어록을 해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들고나가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열쇠 하나로 봉사자 세 명이 관리하다 보니, 알베르게에 누군가 남아있으면 열쇠를 가지고 나갈 수 없었다.

내가 남아있을 때는 그들이 돌아올까 봐 나가지 못했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나갈 일은 없었지만 접시나 컵을 사 올까 하다가도 이런 이유로 포기했다.




한 순례자가 들어왔지만 이르다고 나가는 것 같았다. 14시 톨레도에 다녀온 순례자가 다시 체크인했다. 아몬드 가루와 설탕으로 만든 Mazapan을 사 와서 나누어 먹었다.

메일이 왔는데, 이제 한국 입국 시 건강 QR 코드를 제시해야 한단다. 미리 다운로드해 두었다.

짐을 가지러 온 노부부가 봉사자들 나누어 먹으라며 포도를 사 왔다. 디에고가 오면 나누어 먹겠다고 냉장고에 넣었다. 라면을 드시고 짐을 챙겨 가셨다.

한 순례자가 사과를 나누어 주어 먹고 있는데 다른 순례자가 과일을 사들고 왔다. 망고는 실패라며 서양배를 나누어 주었는데 맛있었다.

갑자기 이름을 물어서 실명을 알려주었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오늘은 해가 구름에 가려져서 더 무더웠다. 커피를 두 잔 연거푸 마시고 과일을 먹었더니 갈증이 사라졌다.

15시 수건도 마르고 속옷도 얼추 말라서 바지를 창가에 걸었다. Jean이 덥다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17:30 한국 청년이 라면을 먹고 있어서 나도 남은 바게트에 께소 한 장을 올리고 아보카도 스프레드를 다 발라먹었다.

아보카도 스프레드는 폰따니야스에서 맛을 보기는 했지만 맛있는 듯하면서 무언가 생소한 맛이다. 커피를 한꺼번에 마시고 보니 약을 잊었다.

한국인 아주머니가 남은 쌀과 감기약을 준다. 설거지를 끝내고 다시 자리에 앉으려니 왠지 어색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남은 음식을 청년에게 몰아주고 때마침 들어온 수에리도 챙긴다. 이성재까지 등장했다. 그들은 배가 부르다며 서로에게 떠넘겼다. 조용해지더니 둘만 남아서 얘기 중이라 나도 주방으로 갔다. 하지만 조용히 듣기만 했다.

대화소리가 들려서 리셉션에 나가보니 로사 아주머니가 와있었다.




19시 디에고가 와서 포도를 꺼내는데 장 보러 갔다. 다시 들어와 버렸는데 누군가 들락거렸다.

이내 조용해져서 나가보니 디에고와 Jean만 있다. 배지를 준다. 새로 제작한 배지는 1유로에 판매할 거란다.

디에고는 비스킷을 꺼내오고 Jean은 맥주를 한잔 따라서 들고 왔다. 두 잔을 더 따라서 들고 오더니 한잔을 내민다. 그래 마시자. 포도와 비스킷을 먹었다.

미사 갔던 아주머니가 돌아오고 자리를 비켜주었지만 19:55 교대시간이라 다시 나갔다. 20시 디에고는 퇴근하고, 수에리가 돌아왔다.

수에리는 오늘도 도미토리룸에 있다가 마감시간이 되어서 나왔다. 숙소에선 잠만 자겠다는 거였다.

오늘도 창문은 열려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Vía de la Plata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