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5
Lourdes, France
Day 3.
Friday, May 29
밤새 몹시 추웠다.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는데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한국 시간으로 한낮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경량 패딩을 꺼내 입고 다섯 시 반쯤 호텔을 나섰다. 어두운 새벽길 가로등이 있어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겨울 날씨 같았다. 수녀님이 두꺼운 롱 패딩을 가지고 다니신 이유가 설명되었다.
시간에 맞추어 동굴 성당에 도착했고 6시 미사에 참여했다. 야외에서의 미사라 정말 추웠는데 오리털 경량 패딩이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했다. 미사 중, 성모상 뒤로 낯익은 여인의 모습이 보여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미사가 끝나자 다시 한번 성지를 둘러보고 풍경 하나하나를 사진에 담았다.
그토록 그리던 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7시쯤 숙소로 돌아왔지만 그때부터 열이 나서 끙끙 앓았다. 한 시간을 깜빡 졸다가 식사 시간에 맞추어 내려가서 조식을 먹었다.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개인별로 세팅해 주었는데 언제 아팠냐는 듯이 맛있게 먹었다.
아홉 시쯤 다시 성지로 갔다. 이번엔 후문으로 나가서 십자가의 길 언덕에 올랐다. 산길을 따라 십자가 14처 조형물이 조성된 곳이었다. 작은 동산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는 코스라 조용히 십자가의 길을 하기에 정말 좋았다.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다시 성지로 가서 수녀님을 만났다. 오늘은 대구에서 온 그룹에게 성지 안내를 해주기로 되어있는데 나도 그 그룹과 함께 설명을 들어도 좋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성모 발현 동굴, 기념관, 성 비오 10세 성당, 성녀 생가, 감옥 방(카쇼), 성녀 세례 성당, 성녀 첫 영성체 한 호스피스 경당, 십자가의 길,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로사리오 대성당까지 정신없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룹과 달리 가이드 무신 수신기가 없었던 나는 수녀님의 설명을 제대로 들으려면 수녀님 곁으로 가까이 가야 했고 더 열심히 뛰어다녀야만 했다. 시간에 쫓기듯 서두르는 그룹을 따라다니다 보니 엄지발톱에 통증이 왔고 이내 다리에도 무리가 오고 있었다. 날씨가 흐려지니 어깨도 더 아프기 시작했다.
동굴 성당에는 샘이 있고 이 물을 마시면 치유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기적을 겪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실제로 관광객보다 휠체어를 탄 환자가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샘물은 현대화 방식으로 수도꼭지를 틀면 콸콸 나오게 되어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동굴 성당 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직접 만지길 원하는 듯 보였다.
젊은 나이에 나는 이미 일명 오십견을 겪고 있었지만 무거운 배낭까지 한몫을 하고 있어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배낭은 매고 있을 때보다 내리고 짊어질 때 무게감이 더 크게 온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오랜 시간 고통받아오던 통증이 있었다. 복부의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를 받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다른 병들이 발견되어 수술까지 받곤 했지만 통증과 관련된 원인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진통제 처방뿐이었고 지금도 진통제로 버티고 있던 중이었기에 어쩜 통증이 사라지는 기적을 바라고 여길 왔는지도 모르겠다.
동굴 성당에 이어진 긴 대기줄에 서 있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동굴 성당 벽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손을 뻗었고 진득한 무언가가 손에 느껴지는 순간 어깨에 통증이 왔고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감싸 쥐었다. 아니 배를 만졌어야지 왜 어깨를 먼저 만졌지? 하면서 동굴을 나오는데 웬일인지 어깨가 가벼웠다. 에이 설마... 어깨를 아무리 돌려보아도 아프지 않았다. 원래 안 아팠었나? 아닌데 아침에 샤워할 때도 팔을 들어 올리지 못했었는데... 아파야 정상인 듯 열심히 통증을 찾으려던 나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착각이든 기적이든 안 아프면 된 것 아냐?
그룹 미사까지 참여하고 그들만의 촛불행렬을 잠깐 보다가 혼자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21시 촛불 행렬을 보러 다시 나가려고 했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성모 발현 동굴 미사
06:00
▲침수
08:30~11:00, 14:30~16:00
▲성체강복(성 비오 10세 성당)
17:00
▲촛불행렬(동굴~광장~로사리오 대성당)
21:00
Plaisance Hotel -43.00€
Mary-Bernadette Soubirous House -1.00€
Cachot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