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France
Day 13.
Sunday, May 7
밤새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고 아침까지도 그치지 않아 오늘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8시 화장실부터 다녀오고 아침을 먹고 요거트를 챙겼다.
숙박 연장을 하러 가니 오늘은 다른 직원이 있었다. 그냥 19유로를 지불하고 마지막이라 베드버그 얘기를 꺼내니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시치미를 떼는데 그럼에도 26번 룸으로 교체해 주겠단다. 바꾸어 달란 뜻으로 얘기를 한 게 아니라 당황했지만 어떤 룸일지 몰라 일단 먼저 확인해 보겠다고 했는데 2층 침대 두 개가 벽 쪽에 붙어있어서 공간이 제법 있는 4인실이었다. 다들 자고 있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뭔가 분위기가 다르고 깨끗해 보였다. 여기 호스텔이 ㄷ자 구조의 건물에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건물 바깥쪽과 안쪽으로 룸이 줄줄이 있는데 바깥쪽 룸이었다. 체크인 시간 이후에 입실이 가능하대서 오후에 짐을 옮기기로 했다.
쌀쌀한 저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어두던 이태리 인은 아침인데도 창을 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과도 마지막이라 조용히 나왔다.
배낭은 비닐에 싼 채 침대 위에 올려두고 8시 반쯤 호스텔을 나왔는데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다.
Le Musée du Louvre는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인 리볼리 가에 있는 국립 박물관이다. 소장품의 수와 질 면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영국 박물관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박물관이다.
지금의 건물은 루브르 궁전을 개조한 것으로 파리의 센 강변을 포함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 앞의 유리 피라미드 조형물은 근대에 건설된 것으로 한때 어울리지 않다는 평이 많았으나 현재는 루브르를 대표하는 조형물이 되었다.
프랑스어로 뮈제 뒤 루브르, 그랑 루브르, 또는 단순히 루브르라고도 불린다.
루브르 박물관은 루브르 궁전 내부에 위치해 있다. 루브르 궁전은 12세기 후반 필립 2세의 명으로 착공되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궁이 아닌 요새였다. 아직도 당시의 요새 잔재들을 볼 수 있다.
프랑스 미술품들 중에는 앙게랑 콰르통의 아비뇽 피에타, 장 푸셰의 King Jean le Bon 후고전시대 이래 남아있는 서유럽 작품 중 가장 오래된 독립 초상화인 하시엔디 리고의 루이 14세,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 외젠 들라크루아의 자유는 민중을 바리케이드로 이끈다 등이 있다.
북유럽 작품들로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레이스 짜는 여인과 천문학자, 캐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Trees of Crows, 렘브란트의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욕실의 바세바 그리고 도살되는 소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작품들 중에는 리얼리즘과 세밀함(위대한 영적 세상의 중요한 사건을 세밀히 묘사한다는 의미로)이 투영된 안드레아 만테냐와 조반니 벨리니의 기병대가 있다.
르네상스의 이름 높은 소장품 중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성 안나, 성 요한과 성모 그리고 아기 예수, 그리고 바위 위의 마돈나가 있다. 카라바조의 작품으로 점성술사와 동정녀 마리아의 죽음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루브르는 16세기 베니스의 화가 티션(티티안, 티치아노 베첼리)의 전원의 합주, 그리스도의 매, 가시 면류관을 전시하고 있다.
라 카스 컬렉션은 1869년 루이 라 카스가 루브르 박물관에 유품으로 남긴 것으로 루브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기증이다. 라 카스는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584점의 회화를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이중에는 앙투안 와토의 Commedia dell'Arte player of Pierrot가 있다. 이 기증품들을 주제로 2007년 1869:Watteau, Chardin...entrent au Louvre. La Collection La Caze 전시회가 열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거리를 지나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하니 9시 15분, 정문 쪽 대기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 10시쯤 보안검색을 통과했다.
그러나 지하로 내려가니 또다시 입구가 나왔는데 그저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구였을 뿐이었다. 일요일이라 유난히 사람이 더 많았다. 일요일엔 무료입장이란 말이 있었지만 아니었다. 목덜미에 자꾸 무는 느낌이 나서 신경이 쓰였지만 설마 베드버그가 따라왔을까 싶었다.
하지만 어제는 룸메이트가 창을 열어두는 바람에 외투를 입고 누워있었으니 아니라고 장담을 할 수는 없었다. 또다시 기다려서 티켓을 사고 또다시 기다려서 입장을 하려니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온몸이 망신창이가 되어서 박물관에 들어가서 집중해서 관람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내부만 보고 지하 피라미드를 통해 나왔다. 카루젤 문을 지나 튈르리 정원 쪽으로 가서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Musée d'Orsay는 프랑스 파리 센 강에 자리한 미술관이다.
소장품 중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을 비롯한 19세기 인상파 작품이 유명하다.
원래 오르세 미술관의 건물은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개최를 맞이해 오를레앙 철도가 건설한 철도역이자 호텔이었다. 1939년에 철도역 영업을 중단한 이후 용도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철거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1970년대부터 프랑스 정부가 보존, 활용책을 검토하기 시작해 19세기를 중심으로 하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1986년에 개관한 오르세 미술관은 지금은 파리의 명소로 정착했다. 인상파 미술을 전시하던 국립 주드폼 미술관의 소장품은 모두 오르세 미술관으로 이관되어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칙상 1848년부터 1914년까지의 작품을 전시하도록 되어있고 1848년 이전의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 1914년 이후의 작품은 퐁피두 센터가 담당하도록 분할되어 있다.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품 중에서도 인상주의나 후기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 등이 유명하지만 같은 시대의 주류 아카데미즘 19세기 미술을 폭넓게 포괄하고 있다.
10시 40분 오르세 미술관에 도착했지만 여기엔 줄이 더 길었다. 딱히 할 일은 없고 돌아서기엔 아쉬워 일단 줄을 서긴 섰는데 목덜미가 계속 따끔거려 신경이 쓰였다. 한 시간이 지나고 12시쯤 입장을 했는데 무료란다. 다운로드해 간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설명을 들으며 이동했는데 설명을 들으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거대한 시계탑 틈 사이로 파리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목덜미의 통증과 가려움이 시작되어 한 시간여 만에 관람을 중단했다. 몸이 가려우니 미칠 것 같았고 정신이 나가 있으니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익숙한 그림도 너무 낯설게 느껴졌고 더 있다간 그 그림마저 싫어질 것 같아 나와야 했다.
천천히 관람하다 16시 반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간 연주를 듣고 파리 여행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현재로선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았다.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3시 모든 걸 멈추었다. 이젠 무조건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힘들고 지쳤다. 엉망이 되어버린 내 파리 여행, 이걸로 끝이었다.
잠시 그쳤던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참 서글펐다.
너무 방목하며 키우신 부모님 덕에 강하게 자라긴 했지만 딱히 크게 화낼 줄도 모르고 부당함에 맞서기보단 일단 눈치 보며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봄, 제주도로 전학을 갔었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어머니 기준에, 굳이 좋은 학교로 전학을 시키셨는데 덕분에 몇십 분이나 떨어진 옆동네 학교로 다니게 되었다. 첫날 학교 위치를 한 번 알려주시곤 그 뒤론 혼자서 학교까지 걸어 다녔는데 심지어 그 당시 학교 건물 하나가 화재가 나서 교실 부족으로 고학년, 저학년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했던 터라 고학년이었던 오빠와도 함께 등교할 수 없었다. 고작 아홉 살짜리가 처음 가 본 커다란 섬에서 동네도 익숙하지 않은데 생소한 먼 거리의 학교를 단 한 번의 기억으로 찾아가는 것은 힘들고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무섭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혼자서 긴장하며 학교를 간신히 찾아갔었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길엔 길을 잃고 헤매었다. 그때 걸었던 그 들판 길이 아직도 꿈에 나온다. 그리고 나의 악몽 단골 소재는 학교 가는 길이었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서도 집 하나 제대로 찾아오지 못했다고 혼날까 봐 어머니한테 얘기하지도 못했었다.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왔으니 아무 일이 없었던 셈이다.
그리고 얼마 후 부모님은 육지에 일이 있다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 어린 동생만 데리고 집을 비우셨는데 학교를 다니고 있던 오빠와 나는 일주일간 둘이서 밥을 해 먹으며 학교를 다녀야 했다. 익숙한 집도, 익숙한 동네도 아닌 곳에서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알아서 밥을 지어먹고 학교를 다녔던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처음 밥을 지었을 때 물 양을 못 맞추었다. 손 등까지 물을 채우라는 어머니의 말에, 오빠는 손을 세운 상태의 손등까지라 했고 난 손을 눕힌 상태에서 손등까지라 했지만 언제나처럼 오빠 말을 따라야 했고 그래서 죽이 되어버렸다. 오전반인 오빠가 등교하고 나면 혼자서 설거지하고 청소하다가 오후에 학교를 갔었다. 동네 친구가 유괴되어 난리가 난 지 일 년이 지났을 때였으니 다른 부모님이라면 결석시키고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뉴스에 나올만한 큰 사건이라도 당신 자식에겐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굳게 믿으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단 한 번도 부모님을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았고 무섭다고 울지도 못했다.
그렇게 강하게 키우신 덕에 모든 걸 혼자서 생각하고 해결했기에 무슨 일이 생겨도 부모님을 찾는 일은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참기만 하는 사람이 되었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우리 부모님은 더 심했을 거라 생각하며 당연하다고 합리화했던 것 같았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냐고 물으면 난 항상 없다고 답했다. 지나온 어떤 일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먼 훗날로 가겠다고 했다. 내 미래는 굳이 안 살아봐도 알 것 같았고 그럴 수만 있다면 그냥 건너뛰고 싶었다. 죽기 직전으로 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게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리셉션에 열쇠가 없으면 무조건 방문이 열려있다고 해서 꼭 두 번씩 걸음 하게 만드는 호스텔이라 짜증이 났다. 마녀라 불리는 여사장과 그 직원은 주말에는 출근하지 않나 보다. 19번 룸은 청소를 끝냈는지 내 배낭은 바닥에 놓여있었다. 짐을 들고 다시 내려가서 26번 룸 열쇠를 달라고 하니 바쁘다고 마냥 세워두었다. 한 번에 줬으면 서로 좋았을 텐데.
아침에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26번 룸은 욕실이 딸린 방이었다. 침대도 새것 같았다. 다만 시트는 같은 호스텔이다 보니 여기저기 남아있는 얼룩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방은 깨끗한 편이었지만 벽에 얼룩들이 남아있는 걸로 보아 여기도 결코 안전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빨았다. 이곳은 따뜻한 편이라 잘 마를 것 같았지만 아니어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괴로웠던 목에는 물린 상처가 있었고 부어올라 있었다.
당장 빨지 못하는 트렌치코트랑 스카프는 확인만 하자 싶어 살펴보는데 코트의 목덜미에 커다랗다 못해 작은 바퀴벌레처럼 보이는 베드버그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서 목에만 계속 물리고 있었던 거구나. 바깥에서라도 외투를 벗어서 확인해 볼 걸 그랬다.
오늘도 19번 룸에 있었으면 어두워서 발견하지 못했겠다 싶으니 일단 옮기기는 잘한 것 같았고 상황이 이러니 일정을 중단하고 돌아온 것도 잘한 거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스카프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 비닐팩에 넣고 코트는 베드버그가 없는지 더 확인하려고 잠시 앞에 두었는데 무언가 움직임이 느껴져 보니 또 다른 베드버그가 시트 위를 기어가고 있었다. 딸려 온 것인지 여기에 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두 마리는 떼어놓고 갈 수 있었다. 룸에 의자가 있어서 배낭은 비닐로 싼 채 의자에 올려두었는데 여전히 불안했다.
토마토 수프나 만들어 먹고 오자 싶어 주방에 내려가니 식빵과 마들렌, 맥주 한 병이 남아있었다. 며칠 전부터 보이던 맥주 한 박스가 한 병만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누군가 남기고 간 걸 투숙객들이 알아서 챙겨 먹었던 거였다. 커피통을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은 겉옷도 커피 통도 챙겨 오지 않아 맥주는 그냥 다 마셔버렸더니 은근히 취했다. 마들렌은 몇 개 챙기고 냉장고 속 오이지와 치즈로 샌드위치까지 만들어 먹었다. 토마토 통조림은 면을 넣어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마지막 만찬일지도 모르니 열심히 먹어두었다.
내일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려고 했으나 담을 데가 없어 포기하고 새 치즈만 챙겨서 올라왔다. 어쨌든 파리에서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룸으로 돌아오니 서양인 커플과 동양계 여인이 있었는데 모두 매너가 좋았다. 오늘은 왠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은 새벽에 나가야 해서 미리 양해를 구해두었다.
●Musée du Louvre
●Musée d'Orsay
Jacobs Inn Hostel +B -19.00€
Cuisine
Réfrigérateur
Four à Micro-Ond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