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19

Paris, France→Nice, France

by 안녕
Day 14.
Monday, May 8


새벽 3시쯤 눈이 떠져서 미리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오늘도 설사했다. 스트레스와 알레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5시에 빨래를 걷어 짐을 정리하는데 베드버그 때문에 배낭에 싸 두었던 비닐의 바스락 거림에 아래 침대 남자가 잠이 깼다.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단다. 다른 사람도 잘 가라며 인사해 주었다. 그나마 이 호스텔에서 만난 매너 좋은, 아니 가장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오늘은 끔찍한 일주일을 보낸 파리를 떠나 니스로 이동하는 날이다.

Nice 행 TGV는 Gare de Lyon에서 출발하는데 메트로를 타면 금방이지만 새벽이라 시간도 이를 뿐만 아니라 그다지 안전하지 않은 새벽 메트로를 타고 가는 대신 4.4km 거리인 리옹 역까지 걸어가기로 이미 계획하고 온 터였다.

그제 사전답사 겸 바스티유 광장까지는 걸어가 봤기에 거리 풍경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배낭을 메고 처음 걷는 장거리라 걱정은 되었다.




5시 20분 호스텔을 나섰다. 호스텔 앞에 항상 머물고 있는 그 무서운 흑인 아저씨들은 없었다. 거리는 어둑했지만 가로등을 의지해 걸었다.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안전을 먼저 생각하다가도 가끔 난데없는 용기가 불끈 솟아오르기도 했던 나였다. 걸으면서도 인기척이 느껴질 때마다 무섭기도 했지만 비가 오지 않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배낭의 무게로 인해 점차 힘겨워지려 할 무렵, 바스티유 광장에 도착했다. 갈림길에서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려 폰을 꺼내려는 찰나 근처에서 남자 무리가 보여서 그냥 걸었고 결국 길을 잘못 들어섰다.

안전하게 되돌아갈까 하다가 잠시 확인해 보니 조금 돌아가는 길이긴 해도 어차피 만나는 길이라 그냥 걸었다.

요트가 정박해 있는 강변을 지나자 Gare de Lyon이 보였다. 6시 20분 도착, 한 시간 걸린 셈이니 배낭 메고도 잘 걸어온 셈이었다.




역에서 앉아 쉬다가 7시, 15번 플랫폼이 오픈되어 6171 TGV에 올랐다. 90일 전,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티켓으로 바로 탑승 가능하다.

008 차량 64번 창가 좌석이라 배낭을 선반 위에 올리려고 하는데 통로 좌석인 서양인 아주머니가 창가 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지정된 좌석이 있음에도 자기가 먼저 앉았으니 자기 자리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었다. 순간 급한 마음에 서두르느라 배낭을 안고 앉아버렸다.

무엇이 따라왔을지 모르는 배낭은 그 순간만큼은 나에겐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7시 19분 출발, 드디어 악몽 같았던 파리를 떠났다. 니스 숙소는 조식도 없고 주방도 없었지만 여성 전용 4인실이라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니스에선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냥 이슈가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 출발 5일 전에 테러가 있었던 파리를 떠나 2016년 7월 14일에 테러가 있었던 니스로 향한다. 예전 같으면 걱정부터 앞섰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게 두렵지 않았다.

마침 뒷좌석이 비어있었고 다음 정차역이 세 시간 후임을 알게 되었다. 이 시간 동안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가려고 배낭을 뒷좌석으로 옮기기로 했다.

옆자리 눈치가 보여 혼자 끙끙대며 배낭을 뒤로 보내자 아주머니의 배려인지 아님 내가 성가셔서인지 다른 빈자리로 이동해 버렸다.

배낭을 몸에서 떼어놓고 수건을 꺼내 덮어두었다. 수건이 마르지 않은 상태라 신경이 쓰였는데 먼지는 도착해서 다시 빨면 되지만 냄새가 나면 소독을 할 수 없으니 우선 말려야 했다.

어쨌든 편한 시간이지만 배가 계속 아프고 불편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잔뜩 찌푸린 날씨였는데 창밖의 풍경이 뭔가 이국적으로 변하면서 날씨도 화창해졌고 13시 01분 니스 역에 도착했다.




Côte d'Azur의 주도인 Nice는 프랑스 남부의 항만 도시로 프랑스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마르세유와 제노바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도시권 인구는 대략 100만 명이다. 주요 관광 지역이며 프랑스 리비에라의 중심지다. 연중 온난하며 풍경이 아름다워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니스의 해안에는 7km 길이의 긴 산책로가 있는데 영국인 산책로라고 부르는 La Promenade des Anglais에서 2016년 7월 14일 니스 테러가 일어났다. 니스는 1793년에 프랑스에 합병되어 1814년까지 프랑스 영토였다. 나폴레옹 전쟁의 패배로 사르데냐 왕국 영토로 돌아갔다가 이탈리아의 통일을 도와준 대가로 1860년 다시 프랑스에게 양도되었다.




Place Masséna, Matisse 미술관, Chagall 미술관, 예술 역사박물관, Art Moderne et Contemporain, Archéologique, 아시아 예술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러시아 교회, Belle Epoque, Vieux Nice,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 Quai des Etats-Unis, Baie des Anges, Préalpes




날씨는 정말 좋았다. 니스 역에서 Nice Art Hotel 까지는 가까웠고 상태는 예상대로였다. 해변에서 가까운 숙소를 찾으려다 모든 게 초행길인 나에겐 역에서 숙소까지 도보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우선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머무르다 보면 익숙해져서 해변 정도는 잘 찾아갈 수 있을 테니 거리는 상관없었다.

체크인은 15시부터였지만 바로 체크인이 가능했고 방안에 화장실이 있었지만 커튼 같은 문이라 불편해 보였다. 11번 룸 2번 침대. 여기도 시트만 주고 이불은 커버 없이 놓여있었다.

벽과 시트의 얼룩이 제이콥스 인 호스텔과 같아서 불안했는데 벽의 얼룩은 모기의 흔적이었고 방 안에 큰 모기도 보였다.

Carrefour Market Nice Bas de Cimiez부터 다녀왔는데 호텔에서 가까웠다. 바게트 200g 0.45€지만 치즈가 있어서 식빵 500g을 샀고 오렌지주스 1.5L와 오렌지 1kg도 샀다.

치즈는 새것은 아니고 이미 뜯은 거였는데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다 보니 햄도 챙겨 올 걸 그랬다.

리셉션에 가서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해서 앉아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17시가 되자 문을 닫는다고 나가란다.

이 호텔의 가장 깨끗한 곳이 리셉션의 휴게공간인데 직원이 없으면 정작 쉴 수 없는 곳이었다. 오늘은 외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방에 있기 싫어 나갔다.




18시쯤 트램길을 따라 바다로 갔다. 골목길이 곧지 않아 30분이나 걸렸다. 스카프만 하고 나갔는데도 바람이 따뜻한 게 기분이 좋았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었으나 등산화를 신고 있는 데다 해변은 모래 대신 자갈이 깔려있는데 죽은 벌레가 잔뜩이라 그냥 돌아왔다.

테러가 있었던 La Promenade des Anglais를 따라 동네 한 바퀴 돌면서 해변 쪽 까르푸 마켓에도 들렀는데 거긴 더 컸지만 내부가 조금 복잡했다.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끝이다. 그래도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덕에 기분은 좋아졌다.




호텔에 돌아오니 내 침대 아래의 중국인은 모나코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리셉션이 문을 닫았으니 오늘은 더 이상 투숙객이 없다는 건데 4인실에 2명이면 나쁘진 않았지만 룸이 가득 찰 일이 없으면 침대를 따로 배정해 줘도 될 텐데 침대 하나는 통째로 비어있었다.




니스에서의 일정은 일광욕과 모나코 행뿐이었다. 이탈리아에 갔다 올까도 생각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코트 다쥐르 해변 따라 모나코까지 걸어 갈까도 고민했지만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베드버그에 물린 온몸의 상처로 인해 일광욕은 불가능해졌으니 니스에서는 그저 쉬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니스에는 휴양차 방문한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Paris→Nice, France
Paris Gare de Lyon 07:19~13:01 Nice
TGV 6171 / 008-064

Nice Art Hotel 17.00€+0.75€ 체크인 15:00, 4인실 R11 B2
(35 Rue d'Angleterre)




Paris~Nice TGV -25.00€
Nice Art Hotel -17.75€
Nice Carrefour Market 2.91€
Brix 1.5L -1.08€
FLT Orange 1kg -0.99€
Pain Mie Carrefour 500g -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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