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20

Nice, France

by 안녕
Day 15.
Tuesday, May 9


어두운 방이라 눈을 뜨니 벌써 8시 반이다. 중국인이 나가고 혼자가 되자, 할 일도 없고 계획도 세우기 싫어서 빨래를 하기로 했다.

트렌치코트를 꺼내 이불 위에 잠깐 올려두고 지퍼백에 뜨거운 물을 받아와서 코트를 담갔다. 빨래라기보다는 베드버그 박멸을 위한 대책이 필요했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뜨거운 물에 옷을 담가 두는 정도였다. 뜨거워서 죽든, 물에 빠져 죽든 뭔가 도움은 되겠지 싶었다.

이제부터는 어딘가 있을지 모를 베드버그를 한 마리라도 더 빨리 찾아내어서 없애야 했다. 파리에선 베드버그 소굴에 있었으니 잡아도 잡아도 계속 옮겨 붙었고 끊임없이 나왔지만, 니스에선 잡는 만큼 줄어들 테니 서둘러 없애야 했다.

빨래를 널고 다시 침대로 오니 이불에서 베드버그 한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게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다 동작이 너무 빨라서 일단 잡았다. 파리에서 데리고 온 녀석이겠지만 솔직히 이곳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침대에 놓여있던 이불이 의심스러웠지만 그래도 코트에서 떨어진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불은 그냥 두려다가 이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건 차단해야 해서 건너편 침대로 치워버렸다.

까미노였으면 태양에 바짝 말릴 수 있었을 텐데, 당장 순례길에 오르고 싶었다. 햇볕에 바짝 말릴 수 있는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이 절실했다.




장을 비우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장기간의 설사 뒤엔 장이 멈추어 버린다. 베드버그 방역할 때 방에 들어가서 약품에 노출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샤워하러 가니 욕실에 문 잠금장치가 없었다. 남녀공용인데 잠금장치가 없으니 난감했다. 다른 층에 가서 샤워했는데 온몸이 울긋불긋 난리도 아니었다.

거울을 통해 처음 본 광경이었다. 베드버그가 휩쓸고 간 등과 허리에는 커다란 분화구가 여러 개 생겼다. 물린 자국으로 인해 베드버그가 지나간 자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둔탁한 언덕처럼 튀어나온 상처를 만져보니 피부가 딱딱했다. 베드버그에 물린 건지 모르겠다면 그건 다른 벌레에 물린 거였다. 처음 보는 상처였지만 누가 봐도 베드버그에 물린 상처였다. 손이 닿으면 더 자극되어 가려웠다. 가려움은 차가운 물로 달랠 수밖에 없었지만 물만 닿아도 쓰리고 가려웠다.

리셉션에 냬려가니 다른 직원이 있었다. 뜨거운 물을 얻어서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 앉아있었는데 딱히 할 일이 없어 이내 올라왔다.

룸에서 모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얼마나 더 숨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Vieux Nice의 트램 길을 따라 걸으면서 상점 구경을 했다. 하지만 가려움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Place Masséna를 지나 해변까지 걸어가니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해변으로 나가는 길목에 철제 기념물이 서 있었는데 프랑스에 의해 니스 카운티의 1860년 합병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의뢰된 프랑스 예술가 Bernar Venet의 Neuf lignes obliques였다.




영국인의 산책로라 부르는 La Promenade des Anglais의 기나긴 해변길을 따라가 보았다. 테러가 있었던 길이라 대테러 무장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Point de Vue de la Colline du Château가 보여 올라갔다. 만만해 보이는 언덕이어도 막상 오르면 힘들 거라 생각해서 각오하면서 올라갔다.

이제 좀 쉴까 하고 보니 전망대였다. 높지 않아 좋았고 시야 확보가 확실해서 더 좋았다. 새파란 바다와 길게 펼쳐진 해변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Parc de la Colline du Château 에는 소풍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였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트램길에 계속 눈에 띄던 성당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도 그렇고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갔다. 사실 유럽이니까 성당이라고 생각한 거였다. 성당인 줄 모르고 들어갔는데 Basilique et Paroisse Notre Dame de Nice였다.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서 오늘도 펑펑 울었다. 출발부터 고난 길이었고 런던에서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으나 파리에서 고난은 다시 시작되었다.

잠시라도 행복하고자 계획하고 준비한 여행인데 행복은커녕 날마다 고통의 연속이다.




가려움에 몸부림치다 호텔로 돌아오니 15시 반, 룸 클리닝이 안 되어 있었다. 바로 내려가서 말하려다 일단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오렌지 하나를 까먹고 커피 마시러 내려갔다.

하지만 리셉션은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24시간 오픈이라더니 어젠 17시, 오늘은 16시, 제멋대로의 운영시간이다.

저녁엔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 치즈를 모두 먹어치웠다. 어제 사 온 오렌지 주스를 개봉해서 마셨는데 무가당이라 상큼해서 좋았다. 오늘은 많이 먹었지만 장은 아직 휴전 중인가 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뉴스다.




●Vieux Nice
●Place Masséna
●Neuf Lignes Obliques
●La Promenade des Anglais
●Point de Vue de la Colline du Château
●Parc de la Colline du Château
●Basilique et Paroisse Notre Dame de Nice




Nice Art Hotel -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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