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22

Nice→Monaco→Nice, France

by 안녕
Day 17.
Thursday, May 11


밤새 추웠다. 이불은 쓰기 싫고 침낭을 꺼내자니 아직은 무사한 침낭마저 오염시킬까 불안해서 참았다. 면 시트 한 장으론 은근한 추위를 견디기에 어려웠다.

모기 때문에 새벽까지 불을 켜놓았다가 새벽 3시 반, 악몽을 꾸다 깼다. 일어난 김에 불을 끄고 다시 누웠다.

모기 한 마리가 앵앵거렸으나 물렸어도 기존 상처들로 인해 물렸는지 알 수는 없었다. 추워서 수시로 잠에서 깼더니 피곤한 아침이다.

8시 반, 모나코에 다녀오려면 이제는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데 꼼짝하기가 싫었다.

가지 말까? 벌써 시차 적응이 끝났나 보다. 장은 비우지 못하고 하루를 위해 억지로 빵까지 챙겨 먹고 나서니 9시 30분이다.




까르푸 가는 길 따라 곧장 가면 되는데 이래저래 골목 구경하느라 10시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에 몇몇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100번은 보이지 않았다. 노선번호조차 보이지 않아 Gare Routière Saint-Jean d'Angély로 가서 물어보니 바로 뒤편에 있다고 알려준다.

주차장이 너무 넓어서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찾고 보니 노선번호에 100X라고 되어 있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신경 쓰인다. 타임 체크를 위해 사진을 찍다 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구입 후 처음 있는 일이라 마음이 쓰렸다.

커피가 쏟아질까 커피 통을 에코백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는데 왠지 아슬하다 싶더니 그만 폰을 떨어뜨린 거였다. 후회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지 뒤편으로 떨어져서 액정은 무사했다.

100X 버스가 왔는데 4€란다. 기사 아저씨가 정복을 갖춰 입고 뭔가 프리미엄 버스 같은 데다 승객은 나뿐이라 환불받아 내렸다.




100번 버스 정류소로 알려져 있는 항구 쪽 Le Port 정류소를 찾아 나섰다. 못 찾으면 그냥 돌아오려고 했는데 어느새 항구에 도착했다.

대기 중인 버스들이 보였지만 사진 찍느라 정신 팔려있다가 뒤늦게 익숙한 건물이 보였고 그 앞에는 대기 중인 100번 버스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서 타고 보니 11시다.

버스비는 1.50€. 우측은 아니지만 앉을 수 있어서 창밖 풍경을 보며 모나코로 출발했다.

프랑스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모나코 국경을 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시내버스 타고 38선을 넘는 날이 올까?

도중에 사람들이 내려서 우측 창가로 다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코트 다쥐르 해안의 바다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걸어도 좋았을 풍경이었다. 어느새 바다에서 멀어지다가 건물 속으로 들어가더니 어느새 모나코에 들어섰다.




Monaco는 유럽에 있는 작은 공국으로 공식 명칭은 Principauté de Monaco다.

도시 국가이며 유럽과 세계의 주권 국가 중에서 바티칸 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영토가 작은 나라다.

바티칸 시국은 유엔에 가맹하지 않았으므로 유엔 회원국 가운데는 모나코의 국토 면적이 가장 작다. 공항은 없고 근처의 니스에서 기차나 버스로 방문한다.




1297년부터 지금까지 그리말디 가문이 통치하고 있는 모나코는 영토 문제로 1701년부터 군 보유를 포기하였고 지금까지도 국방권은 프랑스에 위임되어 있다.

1861년 프랑스-모나코 조약으로 주권이 인정되었다.

1918년에는 모나코 공위를 계승할 사람이 없을 때 마지막 공작이 죽으면 프랑스에 합병된다는 조약이 체결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파시스트 이탈리아 군에 점령되었고 곧이어 나치 독일군에 점령되기도 했다.

국가 원수는 모나코 공작(公爵: Prince)이다. 레니에 3세가 1949년부터 2005년까지 56년간 재위하였고 그 뒤를 이어 알베르 2세가 즉위하였다.




도박 산업이 발전하여 화려한 카지노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카지노 대부분은 1878~1910년 사이에 건축되었다. 관광업을 육성하는 나라답게 국민 가운데 소수인 모나코 원주민은 도박이 금지되어 있으나 세금을 면제받고 있다.

문화유산으로는 근위병들의 절제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왕궁과 왕궁 남쪽에 있는 나폴레옹의 유품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나폴레옹의 손수건, 양말, 제복, 검, 훈장 등이 진열되어 있다.




대표적인 관광자원은 몬테카를로 지구에 소재한 그랑 카지노(Grand Casino), 국제회의장, 국립 인형 박물관, 국제 스포츠 클럽, 팔라소테라피, 그랑 카지노의 오페라 극장, 일본 정원(Jardin Japonais)에서 마르탱 해변으로 이어지는 그레이스 왕비 거리, 모나코 빌 지구에 있는 공궁(公宮), 역사박물관, 모나코 밀랍 박물관, 모나코 역사박물관, 해양학 박물관과 수족관, 풍비에이유 지구에 소재한 레니오 공작 클래식카 컬렉션, 선박 박물관, 우표와 동전 박물관 등이 있다.

포뮬러 원 대회 중 하나인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몬테카를로에서 내려서 모나코 궁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근위병 교대식 시간이 11시 55분이라 모나코 궁으로 먼저 갔다.

버스에 내려서 당연한 듯이 사람들을 따라갔는데 그냥 지하 쇼핑몰이 나왔고 까르푸가 보였다. 다들 밥부터 먹으러 가는 길이었나 보다.

다시 길을 물어서 제대로 찾아갔는데 모나코 궁은 한마디로 언덕 위의 요새였다.




11시 52분 궁 앞에 도착했는데 교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잡고 지켜보고 있으니 뭔가 간단하다 싶더니 53분에 끝이 났다.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져서 나도 긴가민가 하면서 자리를 떠나 풍경 사진을 찍었다. 저 아래로 바다와 요트가 정박해 있는 항구와 그 옆으로 그랑프리 경주장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언덕 위에 있는 궁 주변으로는 돌담 옆으로 대포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2층 버스도 지나다녔다.

55분 군악대 소리가 들리더니 진짜 교대식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자리를 미리 잡지 못해 사람들 뒤에서 간신히 지켜봐야 했다.




모나코의 대공 레니에 3세의 대공비 Grace Patricia Kelly가 결혼식을 했던 모나코 대성당을 찾아갔다.

바다 전망 쪽으로 걸어갔는데 미술관이 나오고 전망대가 나왔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서 어딜 보나 엽서 같은 풍경이었다. 바다를 보고 있으니 빠져들고 싶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모나코 대성당이 나왔는데 거의 반대편에 있었다.




1929년 11월 12일 생인 그레이스 켈리는 1950년 연기를 처음 시작한 후 뉴욕에서 연극과 생방송 드라마에 출연하였다.

1953년 10월 모감보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했으며 195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회상 속의 연인을 비롯해 5개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였으며 골든 글로브 상을 탔다.

26살에 연예계 은퇴를 하고 모나코로 가게 된 그녀는 모나코 공녀 카롤린과 알베르 대공 그리고 스테파니 공주를 낳았다.

미국 시민권과 모나코 시민권을 둘 다 유지했던 그녀는 1982년 9월 13일 자동차를 운전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다음날 사망했는데 차에 같이 타고 있던 그녀의 딸 스테파니 공주는 살아남았다.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 대성당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버지가 오빠를 죽이려고 하는데 오빠가 반항도 하지 않는 이상한 꿈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겐 손을 대지 않으셨고 그들 앞에서는 폭력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으셨다.

오로지 여자인 어머니와 나에게만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셨다. 평생을 두려워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당하고만 있던 어머니도 내가 맞을 때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맞서기도 했지만 어린 나는 어머니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숨어야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서는 어머니가 당하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아버지에게 맞섰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한 그 죄책감에서 나온 용기 덕분이 아니었나 싶었다.

나의 반격 그 자체는 아버지에게 엄청난 충격이었고 감히 딸이 자신에게 맞섰다는 이유는, 또 다른 분노가 되어 며칠을 드러누우셨다.

결국 어머니는 맞은 나에게 되려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드셨다. 그게 아버지에게 처음 대들었던 일이었고 고작 스무세 살의 일이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스무네 살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많은 생각에 허우적대다가 간신히 추스르고 대기 행렬을 따라 성당 안을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묘비명이 새겨져 있는데 꽃으로 장식된 곳이 그레이스 켈리가 묻힌 곳이겠거니 짐작만 했다.

이곳에도 기념 메달이 있어 모나코 대성당 메달로 구입했다. 대성당을 나와 걸어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니 궁이 나왔다. 궁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면 바로 대성당이었던 셈이다.

덕분에 한 바퀴를 돌아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더 머물고 싶었지만 기운 있을 때 몬테카를로까지 걸어가야 해서 내려왔다.

이곳의 차도는 평소에도 철조망이 둘러져 있는데 그 차도 한가운데를 따라 이동했다.

25일에 시작하는 그랑프리 경주장을 두 발로 거닌 셈이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레이싱 게임인 아스팔트에서 달렸던 그 길을 걸으니 기분이 묘했다.

몬테카를로로 올라가는 언덕 중간에 스타벅스가 있었는데 전망이 좋아 많은 관광객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보니 모나코 시티 데미따세 세트는 없었다. 관광객들을 따라 계단으로 올라가니 바로 그랑 카지노가 나왔으나 들어가진 않고 사진만 찍었다.




몬테카를로 인포메이션에 가서 여권을 제출하고 모나코 입국 도장을 받으니 14시다.

다시 궁전으로 돌아가기엔 무리일 것 같았고, 더 돌아다니기엔 내 마음이 무거웠다.

바로 앞 버스 정류소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니스로 돌아왔다.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내가 탔던 Le Port 정류소가 버스 종착지란다.




항구 부근의 상점들을 기웃거리다 곧장 돌아왔더니 까르푸가 바로 나왔다.

바게트는 작은 게 없어서 0.64€짜리 식빵을 사려고 했으나 갑자기 먹고 싶지 않아 그냥 나오려는데 스페인에서 먹었던 미니사과가 보여 바로 구입했다.




룸에 짐을 두고 다시 내려와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리셉션이 문을 닫고 있어서 먼저 들어가서 룸을 바꿔달라고 얘기하니 퇴근 중이라고 내일 바꿔주겠단다.

룸엔 두 명이 체크인 한 모양인데 화장실의 불은 끄지도 않았다. 심지어 물을 내리지도 않고 나가고 없었다. 물 내리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샤워하는데 무언가에 또 물린 느낌이다.




미니 사과는 단단한 것 같았지만 먹어보니 푸석했다. 달지 않은 사과는 먹어도 푸석한 사과는 정말 싫었다.

뷔페 조식이 포함된 호텔에 투숙하고 싶어졌다.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을까? 5성급 호텔에만 묵었던 내가 첫 번째 순례길 이후엔 당연한 듯 호스텔 생활만 하고 있다.




18시가 넘으니 할 일이 없어 일찍 누웠다.

생활 스크래치 하나 없이 잘 썼는데 구입하고 처음으로 떨어뜨린 폰이 자꾸 신경 쓰였다. 내 실수로 떨어뜨린 건데 누굴 탓하겠나 싶어 잃어버린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잊자.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Nice→Monaco→Nice

○Monaco
●Le Palais Princier
●Cathédrale de Monaco
●Fontville
●Port du Monaco
●Monte Carlo
●Grand Casino
●La Condamine




No.100 Bus to Monaco -1.50€
Cathédrale de Monaco -2.00€
No.100 Bus to Nice -1.50€
Apple 1kg -0.99€
Nice Art Hotel -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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