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32

Lyon, France

by 안녕
Day 27.
Sunday, May 21


오랜만에 만난 코골이로 인해 깊이 잠들지 못했다. 게다가 오늘따라 체크아웃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아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워 일찍 눈을 뜨게 되었다.

일어난 김에 장을 비우고 오니 8시다. 밤새 예민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12번은 일찌감치 나가 버린다.




나도 볶음밥이나 만들어 먹을까 하고 주방에 나갔다.

어제 입실했던 단체 투숙객이 주방을 점령하고 있었는데 주방 전등은 꺼져 있고 마룻바닥은 물로 첨벙이고 있었다.

도대체 무얼 했길래 주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싶은데 오늘따라 스태프는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볶음밥은 힘들겠다 싶어서 간단하게 바게트를 먹으려고 하니 까망베르 치즈를 다 먹은 모양이다. 먹다 남긴 피자를 조금 먹었다.

이 사소함조차 뭔가 끝나버린 느낌이다. 오늘 하루만 평범하면 되는 건데 운을 다 써버린 걸까?




9시 반쯤 다시 주방에 가보니 정상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생선 필레를 구워 볶음밥에 넣어 먹고 커피를 마셨다. 간식 담을 봉지를 찾다가 까르푸 천가방을 찾았는데 일본인이 놓고 간 에코백이었다. 끈이 길어서 까미노에서 유용할 것 같아 일단 빨아서 널어두었다.




10시 40분쯤 미사 참여를 위해 리옹 대성당으로 갔는데 11시쯤 도착했다.

프랑스 주일미사는 한 시간 반은 기본인 것 같았다. 12시 45분에 미사가 끝나서 마지막으로 내부를 둘러보는데 보수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기념 메달을 사고 다시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 언덕을 오르는데 계단으로 올라가니 훨씬 편하고 빨랐다.

노트르담 대성당도 주일 미사가 막 끝난 직후였는데 오늘은 내가 사고 싶었던 기념 메달 벤딩 머신이 채워져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고 전망대를 거쳐서 내려오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벨쿠르 광장을 한 바퀴 돌며 어린 왕자 동상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오늘도 13시가 넘은 시간에 숙소에 돌아왔다.

보스로 보이던 필립은 같은 건물에 사는지 건물 위층으로 통하는 문에서 나왔고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서자마자 아침부터 리셉션을 지키던 여인과 키스한다. 커플인가 보다.




룸은 청소 중이라 오렌지 주스를 들고 주방으로 나갔다. 리더 프라이스 오렌지 주스는 50%라 맛이 가벼웠다.

14시쯤 마지막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생선 필레를 넣으니 간도 되고 딱 좋았다. 리옹에서 볶음밥을 사서 활용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았다. 까미노에서도 먹을 수 있을까? 아마 어렵겠지.

15시가 되기 전에 남은 피자를 마저 먹어치웠다.

16시쯤 샤워를 하고 짐을 꾸렸다.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빠르디유 기차역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휴게실에선 무슨 연극인지 마술인지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무얼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 와중에 앉아서 바게트를 먹었는데 하루가 지났음에도 아직 말랑한 게 어제 먹었어도 맛있었겠다 싶다.

내 배는 여전히 빵빵한데 먹을 게 보이면 미련스럽게 먹어대고 있다.




문득 어린 왕자는 어디에 있을까 싶어 다시 검색해 봤다. 대략 있을 만한 곳은 충분히 확인했었지만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로드뷰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관광버스에서 단체로 내리던 중국인들을 피해 서둘러 지나쳤었던 바로 그곳에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관광객이 우르르 내리기에 혹시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긴 했지만 그들로 인해 가려져서 못 봤었나 보다.

지금이라도 나갔다 오면 되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억지 인연은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그냥 떠나기로 했다. 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 그런데 다시 올 수 있을까?

내일 루르드에선 비가 온다는데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낭도 무거운데 비까지 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루르드의 성모님, 저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저녁을 안 먹으려고 초코 다이제까지 먹었는데 또 주방에 갔다.

남아 있는 웨지 포테이토를 봉지째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먹다 보니 양이 은근히 많아 남겼다. 남은 걸로 런치박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점심으로 먹기엔 양이 부족했다.

내일 출발하기 전에 준비해서 기차에서 따뜻한 포테이토를 먹으며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마저 해동시켰다.

내일 체크아웃하는 와중에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부담일 것 같아 모든 준비는 오늘로 종료했다.




루르드의 날씨가 변하고 있었고 비를 맞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리옹은 나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준 곳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이나마 베드버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편히 쉴 수 있었다.

여유로움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옹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황당하고도 기막힌 사건이 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침대 아래의 백인 남성이 청소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늘따라 침대 시트를 손수 교체하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 주변을 바스 타월 등으로 다 가려놓아서 왜 그런가 싶었다.

23시쯤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이 되었을 때였다. 그 백인 남성이 나가더니 한 여성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왔다. 처음엔 다른 룸에 투숙 중인 여성인 줄 알았다.

남성을 따라 들어온 여성이 2층 침대를 보고는 왠지 당황스러워했다. 성인 두 명이 눕기엔 많이 좁은 침대였고 2층짜리 철제 침대였으니 아래쪽의 움직임이 위쪽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상황을 그들이 모를 리 없었다. 심지어 이곳은 침대가 묶여있어서 반대쪽 끝까지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는 걸로 보아 친구나 연인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오죽하면 그러겠나 싶어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킨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옷 벗는 기척까지 느껴지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도미토리 12인실에서 도대체 무슨 배짱인가 싶었다.

오늘은 마지막 밤이라 편하게 자고 싶었다. 내일은 루르드로 이동하는 날이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해서 일찍 자야 하기도 했다.

나가서 얘기하자니 보복이 있을까 봐 밤새 두려움에 떨 수도 있겠다 싶어 수십 번은 고민했다.

하지만 그들의 애정행각은 점점 심해졌고 침대에서 내려오는 나의 인기척을 느꼈음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나가서 스태프를 불러왔다. 스태프가 룸으로 들어와서 그들에게 침대에서 나오라고 해도 그 둘은 멈추지 않았다.

스태프가 끝까지 버티고 섰고 끈질긴 기다림 끝에 그들은 포기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옷을 챙겨 입고 여자와 함께 나가버렸다.




●Place Bellecour
●Cathédrale Saint Jean Baptiste
●Basilique Notre Dame de Fourvière




Cathédrale Saint Jean Baptiste -2.00€
Basilique Notre Dame de Fourvière -2.00€
Bonus +0.10€
Le Flâneur Guest House -19.00€


Cuisine
Réfrigérateur
Four à Micro-On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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