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on, France→Lourdes, France
Day 28.
Monday, May 22
어젯밤 황당하고도 기막힌 그 사건이 있은 후, 아래 침대 남자는 조용히 돌아왔다.
혹시라도 보복이 있을까 다소 불안은 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긴장을 한 탓인지 깊은 잠은 이루지 못했고 알람이 울리기 5분 전인 4시 55분에 눈이 먼저 떠졌다. 일단 짐부터 휴게실로 옮겼다.
체크아웃하고 보증금 5€를 돌려받으니 5시 반이다. 아직은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물을 끓여 믹스커피를 마시고 10분 후에 출발했다.
배낭이 무거워서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많이 힘들지는 않았고 그저 비가 오지 않음에 감사했다.
6시 20분쯤 빠르디유 기차역에 도착했다. 45분쯤 J 플랫폼이 확정되어 TGV에 올랐다. 바로 옆칸이 짐칸이어서 편했다.
7시 6분 리옹을 출발했고 잠깐 졸다가 8시쯤 티켓 검사를 받았다. 웨지 포테이토 먹고 8시 30분 님, 9시 10분 몽뻬리에, 25분 세뜨, 45분 베지에, 10시 나흐본, 30분 까흐까손, 11시 15분 툴루즈에 도착했다.
루르드행 엥떼르시떼로 갈아타기 위해 툴루즈 기차역 플랫폼에 앉아 기다렸다. 한 시간 차이를 두고 바욘행 기차를 탔는데 엥떼르시떼 화장실이 더 실용적이었다.
아침에 장을 비우지 못해 배가 아픈가 했더니 이번에도 루르드에서 마법에 걸릴 모양이다. 당장 침수가 걱정이지만 일주일 동안 머무를 예정이니 마지막 날을 기대해 본다.
14시 타흐브를 거쳐 20분쯤 루르드에서 도착했다.
Lourdes는 프랑스 남서쪽 피레네 산맥에 있는 오트피레네 주의 남서쪽에 있는 마을이자 코뮌이다.
루르드는 원래 피레네 산맥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 당시 가장 눈에 띄었던 특징은 바위 절벽 위에 있는 마을 한가운데에 높이 솟은 요새화된 성채였다.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프랑스의 루르드 마사비엘 동굴에서 14살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18차례에 걸쳐 성모님이 발현하셨다.
베르나데트는 성모님의 모습을 흰옷에 파란색 허리띠를 두르고 하얀 베일로 머리를 감쌌으며 팔에는 묵주가 있고 발아래에는 노란 장미가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성모님은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 베르나데트의 물음에 "나는 원죄 없는 잉태이다 Immaculata Conceptio"라고 밝히시고 "회개하고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메시지를 남기셨다.
루르드의 성모 발현은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반포한 "성모님의 원죄 없는 잉태" 교의를 확인시켜 준 사건이기도 하다.
아홉 번째 발현 때는 "샘에 가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으라."라고 말씀하셨으며 그때 베르나데트가 파낸 샘물이 아직도 메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기적의 샘물, 루르드의 물이다.
루르드는 질병의 치유를 위해 찾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선사하고 동시에 회개와 보속을 통한 내적 치유를 만들어내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1858년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루르드의 성모가 발현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자 루르드는 가톨릭 성지 순례 장소 가운데 중요한 곳으로 탈바꿈하였다.
루르드는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숙소를 보유한 도시이다. 이곳에는 타르브에 루르드 교구좌가 자리 잡고 있다.
루르드는 내 인생 두 번째 방문이다. 이번에는 마중 나온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루르드 기차역을 나서니 완전 땡볕이다. 비만 아니라면 좋다고 했으니 기쁜 마음으로 걸었다.
차를 탔을 때와는 다르게 걸어가니 성지는 훨씬 더 가까웠고 금방 도착했다. 다시 오게 될 줄 몰랐으니 모든 게 반가웠다.
이번 까미노는 루르드에서부터 걸어가려고 했다. 아직도 고민 중이긴 하지만 일단 끄레덴시알 발급을 위해 루르드 성지 광장에 있는 Centre d'Information으로 갔다. 하지만 이제는 루르드에서 끄레덴시알 발급을 하지 않는단다.
성지 와이파이에 접속해 루르드에 잘 도착했음을 알리는 프로필 설정을 하고 성지 후문으로 나가 숙소로 향했다.
한적한 돌담길을 따라 이어진 오솔길 끝에 대저택의 모습을 한 Couvent Immaculée Conception, 도착하니 15시다.
땡볕에 배낭을 메고 걷다 보니 땀은 비오 듯 쏟아졌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매사에 밝은 모습의 아프리카계 스태프와 수줍음이 많은 아시아계 스태프가 맞아주었다. 마치 수녀 지망생 같은 모습들이다. 수도원에서 관리하는 곳이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뭔지 모르지만 Carte d'Adhérent 3€ 추가로 내고 체크인을 했다. 204호 열쇠를 준다. 높은 층으로 달라고 하려다가 엘리베이터가 없을까 봐 망설였는데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2인실을 혼자서 쓰는 마당에 패스~ 실제로는 3층이었고 화장실 딸린 트윈룸이지만 샤워실은 공용이었다.
짐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걸어오다 저 소나기를 만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기도를 들어주셨구나 싶었다.
루르드에만 오면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선 공용 샤워실에 가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배낭 무게에 일조했던 캔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셨다.
잠깐 쉬다가 나가려는데 여자 샤워실이 따로 있는 걸 보니 난 아까 남자 샤워실에서 씻었던 거였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성지까진 걸어서 10분 거리라 정말 좋았다.
우선 루르드 샘물로 귀와 눈을 닦고 마사비엘 동굴로 가서 인사드리고 로사리오 성당에 가서 기도드렸다.
울컥, 내가 여길 다시 왔다. 익살스러운 성모님이 이제야 기억이 났다.
루르드에도 기념 메달 벤딩머신이 있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예전에도 있었으려나? 안에는 2종류가 있었고 바깥에는 3종류가 더 있었다. 몇 개 더 사서 주변에 선물로 나누어 줄까 하다가 고민해 보기로 했다.
17시쯤 숙소로 돌아오는데 길목에서 히잡을 쓴 여인이 인사했다. 쳐다보니 그녀 옆에는 수줍은 그 아시아계 스태프가 있었다. 둘이 같이 퇴근하는 길인가 보다.
그런데 숙소 문이 닫혀있어서 초인종을 누르니 아까 그 아프리카계 스태프가 열어주었다. 그렇다면 조금 전 인사한 히잡 쓴 여인은 누구지? 직원이 몇 명 더 있었나 보다.
어제 추가로 돌렸던 웨지 포테이토를 꺼내먹었다. 한 봉지는 전자레인지에 20분은 돌려야 한단다. 바삭하려면 30분은 돌려야 하는 걸 고작 15분 정도 돌렸으니 맛이 영 별로였다.
아까 마시다 남겼던 맥주와 함께 꾸역꾸역 먹었지만 욕심이 과했다. 내일은 장 보러 가야겠다.
빨래 때문에 창을 열어두었으나 추워서 닫았다.
20시 반쯤, 지는 태양볕이 따뜻해서 다시 창을 열었고 햇빛 잘 드는 책상 위에 배낭을 올려두었다.
이곳에서도 무사히 지내다 가려면 배낭을 잘 관리해야 했다. 필요한 짐만 꺼내고 비닐로 배낭을 싸 두었다.
배낭 속 음식을 따로 모으니 제법 양이 많았다. 주방이 없으니 이번주내로 조리해 먹지 못하는 것들은 여기 스태프에게 나누어 줘야겠다.
해가 넘어가자 다시 추워졌다. 예전에도 새벽에는 추웠으니 미리 침낭을 꺼내두었다.
오늘 밤도 무사하길, 무사할 것이다. 여긴 루르드니까.
Lyon→Lourdes, France
Lyon Part Dieu 07:06~11:15 Toulouse Matabiau
(TGV 6809 / 006-86)
Toulouse Matabiau 12:33~14:16 Lourdes
(Intercités 14145)
Couvent de l'Immaculée Conception
Maison Saint Pierre et Saint Paul +B 14.10€+0.40€ 2인실
(5 Chemin de la Forêt)
●Sanctuaires de Lourdes
●Centre d'Information
●Grotte de Notre Dame de Lourdes
●Basilique Notre Dame du Rosaire de Lourdes
Le Flâneur Guest House Dépôt +5.00€
Lyon Part Dieu~Toulouse Matabiau TGV -25.00€
Toulouse~Lourdes Intercités -10.00€
Basilique Notre Dame du Rosaire de Lourdes -2.00€
Carte d'Adhérent -3.00€
Maison Saint Pierre et Saint Paul +B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