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험을 추구하는가
체크인 데스크에 여권을 제시하고 15kg짜리 캐리어를 올린다. 건네받은 두 장의 기다랗고 빳빳한 종이에는 중간 경유지인 아디스아바바와 최종 목적지인 잔지바르의 이름이 진하게 찍혀 있다. 어릴 적 보물 상자 속 쪽지에 수줍게 적어둔 쉬이 닿지 않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동물의 왕 사자가 얼룩말의 목을 뜯고 남은 시체에 하이에나 무리가 달려들고 누떼가 노을 속으로 잠기는 풍경은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인상이다. 태초의 자연을 음미하는 여정은 다소 위험하고 낯설지도 모른다. 더욱이 오롯이 혼자 떠나기에 마주해야 할 고독과 예상치 못한 위기와 새로운 도전에 앞선 망설임도 이겨내야 한다. 미지의 공간으로의 입성은 어쩌면 물리적 제한을 넘어섬이 아니라 내적 한계를 스스로 끌어올림에 있지 않을까?
어느 무렵부터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보다는 어떤 경험을 얻고 싶은지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지향이 분명하다 보니 남들이 대개 추구하는 상(像)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형태는 평안함을 내재한 자유로움을 안겨주었고 수많은 인연의 옷깃을 스치게 했으며 갑작스레 찾아오는 행운과 불운을 맞게 했다.
이 모든 만남과 벌어진 사건의 끝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하였고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나의 허물과 부족을 인정할 수 있었다. 또한 감사하게도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거나 실감하지 못했던, 내 삶에 울림을 주는 깨달음을 선물 받았다. 아프리카에서의 한 달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산이자 나누고 싶은 이야기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