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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May 28. 2021

우리는 돈을 벌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돈의 심리학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이다. 연일 매체에서는 주식과 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줄기차게 보도한다. 누군가는 큰 수익률을 얻어 일순간 부자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리한 투자로 빚에 허덕인다. 많은 사람들은 소위 대박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꿈꾼다. 성공적인 투자로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빠른 시기에 은퇴를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빚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무리한 대출로 인한 위험도 기꺼이 감수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주식시장은 대폭락 했고 시장경제는 큰 위기에 처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시점에서 세계경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극적으로 반등하여 이전보다 더 순항 중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팬더믹이 갑작스레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렸듯이 세상에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9.11 테러, 세계대전, 대공황 등 지구를 뒤흔든 사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경제는 자연과학과 달리 사람의 일이기에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다. 지금껏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갔고 앞으로도 무수히 빗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반복된다'는 볼테르의 말처럼 인간의 행동 방식을 토대로 일반적인 경향성은 찾을 수 있다.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은 탐욕과 공포의 관계,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행동 방식 등을 분석하여 우리가 돈과 관련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2013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이 말하길, 자신은 평생 400곳에서 500곳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대부분의 돈을 벌어준 것은 그중 10곳이라고 했다. 찰리 멍거가 이어 이렇게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 투자 사례 몇몇을 제하면 장기 실적은 거의 평균에 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위대한 투자자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남들과 다른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높은 투자 수익률을 안겨준 종목은 2% 남짓하고 나머지는 별다를 바 없거나 심지어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금융에서 소수의 사건이 결과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일은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2018년 아마존은 S&P 500 지수에서 수익률의 6퍼센트를 이끌었다. 세계시장을 대표하는 500개의 기업 중 단 하나의 회사 아마존이 행사하는 영향력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이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몇몇 사건이 전체에 큰 힘을 미치는 것을 ‘꼬리 사건(tail event)’이라 부른다. 꼬리 사건은 기업 내에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은 파이어폰, 여행사 등 수백 개의 제품을 실험했지만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아마존 프라임과 웹서비스 덕분이다. 성공한 개별 사업들은 기업 내부에서도 꼬리 사건에 해당한다.



시간이 너희를 부유케 하리니

  

 '꼬리 사건'처럼 사소한 일이 예측 불가능한 투자 성공을 만들었다면 워런 버핏은 단순히 운이 좋아 부자가 된 걸까? 그가 어떻게 놀라운 투자 수익률을 얻었는지 알기 위해서 우리는 워런 버핏이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빚에 흥분하지 않았다. 패닉에 빠져 주식을 파는 일 없이 14번의 경기침체를 견뎠고 살아남았다. 그는 남의 돈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녹초로 만들거나, 중도 포기하거나, 은퇴하지 않았다.


워런 버핏이 몇 차례의 행운으로 좋은 주식을 보유하는 기회를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뛰어난 투자자로 만든 진정한 힘은 시간이다. 그는 무려 75년 동안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 복리의 원리는 한 번에 큰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아니라 꽤나 괜찮은 수익률을 오래 유지하는 데 있다.



너와 나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썩이는 주식과 코인 시장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졸인다. 다른 투자자의 수익률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안도하고 아쉬워한다.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 자신의 투자 목적과 계획을 분명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하루하루 주가에 목매게 되고 타인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게 될 것이다. 상대와 내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30년을 내다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향후 30년간 구글의 예상 현금 흐름을 할인율로 할인하는 냉철한 분석이 들어가야 좋은 가격이라고 할 것이다. 10년 내에 현금화할 계획인가?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기술 업계의 잠재력과 구글의 경영진이 비전을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격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내에 팔 생각인가? 그렇다면 구글의 현재 제품 판매 사이클과 약세장이 오지 않을지를 눈여겨보라. Day trader(초단타 매매를 하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좋은 가격이 ‘무슨 상관’인가? 지금부터 점심시간 사이에 몇 달러를 쥐어짜 내는 것은 어느 가격대에서든 벌어질 수 있다.




우리는 돈을 벌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모건 하우절은 '돈이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경제적 자립을 이룬다고 행복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원하는 무언가를 얻지 못하거나 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고 생활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그토록 경제적 독립을 부르짖는 까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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