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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un 17. 2019

[프롤로그] 나다움을 이야기하자면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얼마나 아는지였다



내 이름은 무엇이고, 나이는 어떠하며,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통과의례처럼 자신을 소개한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한두 문장으로 '나'란 사람을 정의하면 상대방은 지레짐작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겠구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종종 무례한 사람은 직업윤리를 들먹이며 나의 생각이나 방식에 훈수를 두기도 한다. 몇 해 전만 해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당황해 눈만 끔뻑거렸다. 그러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며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런 편견들을 참아 넘기기에 꽤나 지친 걸까? 이제는 되받아친다. 글쎄요, 제 나이라고 다 똑같은 고민을 하는 건 아니에요. 직업은 저를 구성하는 아이덴티티 중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니에요. 아 그러니까 여기는 직장이 아니잖아요.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면 그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거 아닌가요?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여 스스로를 표현하는데 염증을 느꼈다. 일은 나를 설명하는 낱말임에는 틀림없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까. 불완전한 문장이 입안을 맴돌다 어둠을 비집고 숨어들었다. 뻔한 자기소개를 하게 되는 건 어쩌면 나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불분명하기 때문 아닐까?



다른 사람의 평가가 때때로 신경 쓰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판단이다. 본질은 스스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이다. 나를 탐구하는 방법을 떠올리다 '나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를 찾아 써보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시간과 공간, 삶의 지향과 태도를 글로 남기면서 나를 만나고자 한다. 긴 여행이 되겠지만 순간순간 즐겁기를, 나와 더 사이가 좋아지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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