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하다 이럴 땐

요리사의 숙명이라고 할까?

남들이 식사를 하는 시간에는 접시를 내어야 하고

남들이 쉬는 휴일에는 더 바쁘게 접시를 내야 한다.

지구는 못 지켜도 점빵은 지켜야 한다.

대부분의 밥집들이 그러하듯이

도비의 이딸랴 밥집도 점심타임이 지나고

오후 세시 브레이크 타임이 돼야 늦은 점심을 먹는다.

저녁은?

정말 배가 고프면 접시를 내는 짬짬이 이것 저것 주어먹기도 하지만

보통 밤 열 시가 넘어야 저녁을 먹는다.

어제도

밤 열 시가 넘어서 유난히 허기가 지는지라

마구 폭식을 하고 씻는 둥 마는 둥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포만감에 잠도 꿈같이 달디 달았다.

그리 많이 처먹고 바로 잠자리에 든 것이 미련한 짓이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 저절로 눈이 떠졌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면서 우선 두통약부터 챙겨먹고

다시 잠을 이루려 해 보지만 그러기에는 머리가 너무 아프다.

체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몇 번을 토하고 수건을 찬물에 적셔 머리에도 올려보고 했지만

머리는 머리대로 웅웅 거리고

속은 불편하다.

게다가 속에 있는 것을 다 비워서 그런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걱정을 하면서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새로 다섯 시다.

나홀로 점빵의 문을 열 수 있을까?

난감하다.

얼마 전에는 대상포진에 걸려 끙끙거리면서도

점빵을 찾아주시는 손님이 헛걸음 하실까 봐 접시를 냈다.

대상포진, 정말 아프다.

토사곽란으로 지샌 오늘, 두통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는데

대신 기운이 없다.  스러질 것만 같다.

이런 날은 정말 난감하다.

나홀로 점빵의 비애다.

그래도 오늘도 도비는 점빵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