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30
단순 이직이 아닌 완전한 ‘독립’을 결심하자 걱정은 끝도 없이 밀려온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먹고 사는 문제(과연 내가 회사라는 지붕을 떠나서 오롯이 혼자 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나만의 힘으로?), 그 다음은 내 능력에 대한 불안감(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정말 1000% 믿는 사람이라, 불안이 1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는 고민은 ‘영업’.
독립 결심 후 “I 성향인데 프리랜서를 할 수 있을까?”, “일감 만드는 법”, “수익 자동화” 같은 주제의 글을 많이 봤다. 마케팅은 쭉 해왔지만 영업을 해본 적이 없었고, 사람을 만나 관계를 쌓고 그걸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일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영역이기에… 결국 내 가장 큰 고민은 ‘일감’이었다. 회사를 나와서 내 스스로 어떻게 일을 만들 수 있을까?
SNS 채널을 비즈니스용으로 새로 만들어서 열심히 운영해야 할까? 인스타그램이나 링크드인을 실제 회사 SNS 전략 세워서 운영하듯이 해야 하나? 하지만 그건 지금 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마케팅에 전문성이 있었고,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워를 모으는 일보다는 나의 일과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다면 내 전문 분야를 살려서 당장 필요한 건 뭘까?
‘오가닉 유입을 만들어야지.’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비용 없이 유입과 전환을 만드는 일이다. 회사에서 그랬듯, 나 역시 그렇게 ‘찾아오게 만드는 구조’를 직접 설계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답은 명확했다.
내 콘텐츠를 쌓아갈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
(이게 한 2년 전 생각이었는데요. 매일매일 데드라인 쳐내다 보니 내 콘텐츠를 1년에 1건도 못하는 상황까지 왔네요. 앞으로 다시 열심히 올려보겠습니다!)
답은 ‘아니요’.
최근 오래 함께해 온 고객사와 새로운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면서 브랜딩 파트의 디자이너를 직접 섭외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디자이너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당연히 레퍼런스, 그리고 그걸 담고 있는 포트폴리오다. 요즘은 플랫폼에 작업물을 올려둔 형태나 인스타그램 피드로 포트폴리오를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후보를 두세 명으로 좁히고 나면 그다음에 보게 되는 건 조금 다르다. 작업물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 사람의 사고방식, 일하는 방식, 프로젝트를 대하는 관점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용도의 채널이 아닌 작업물이나 전문성을 더 깊이 볼 수 있는 채널, 예를 들어 블로그, Behance, 링크드인, 홈페이지 같은 곳들. 그런 채널이 하나라도 연결되어 있으면 신뢰감이 확 달라진다. 단순히 결과물을 잘 만든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포트폴리오를 본 분들이 이 브런치에 연재하는 ‘직장인 독립기 시리즈’를 통해 나와 만나고 얘기를 나누기 전부터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그건 P의 의미로, 포지티브! 결국 포트폴리오만으로도 물론 충분하지만 이왕이면 나만의 콘텐츠를 나만의 그릇에 담는 것이 좋다. 모두가 비슷한 결과물을 내는 시장에서 나만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담긴 공간은 확실한 경쟁력이 된다.
굳이 외주를 맡길 필요는 없었다. ‘노코딩 툴’도 고민했지만 당시엔 오히려 더 복잡해 보여서 결국 익숙한 방식으로 직접 만들기로 했다. 이전에도 티스토리나 워드프레스로 개인 블로그를 여러 번 만들어봤고 지금도 기업 블로그를 워드프레스로 제작해 주고 있으니, 내게 아주 어려운 건 아니었다.
영국 유학 시절 (그 먼 거리, 그 비싼 학비를 주고) 대학교에서 워드프레스 블로그 만드는 법을 배운 적이 있는데(이제 기억도 희미하지만) 그때 배운 걸 갖고 이렇게 먹고 살 줄은 몰랐지.
사업자등록을 위해 브랜드명을 정하며 동시에 홈페이지 제작에 돌입했다.
Contents On. ‘콘텐츠로 세상을 켠다’는 뜻을 담았는데 당시 여러 생성형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작명했다. 지금 생각해도 콘텐츠온이라는 회사 이름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
1. 호스팅 구매하기 나는 해외 호스팅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데 블루호스트, Godday 모두 예전부터 사용해 봤고 최종적으로 현재 홈페이지 도메인은 Hostinger에서 구매했다. 국내는 후이즈, 가비아를 많이 사용하더라. 본인에게 맞는 걸 고르시면 된다.
2. 제작 툴 정하기 최종적으로 가장 나에게 익숙한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다. SEO 최적화에도 유리했고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었다.
3. 간단한 로고, 파비콘 만들기 이건 나중에 제대로 디자이너 통해 작업해야 하는데… Canva와 피그마를 활용해서 직접 웹사이트에 등록할 이미지를 만들었다. 추가로 겸사겸사 명함도 제작함.
4. 사이트 내 넣을 콘텐츠 기획하기
메인 페이지: 브랜드의 첫인상, 핵심 메시지를 담은 공간
블로그: 프로젝트 후기와 마케팅 인사이트를 꾸준히 기록
파트너·레퍼런스: 함께한 브랜드와 협업 사례를 업데이트
SNS 연결: 외부 채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동
5. 최종 제작하기 콘텐츠 기획이 끝나면 사이트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할 차례! 워드프레스 테마를 고르고 색상·폰트·구성 요소를 하나씩 조정하며 직접 제작했다. 워드프레스도 요즘 좋아져서 AI 템플릿 기능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같은 걸 선택하면 자동으로 사이트를 생성해 준다. 그러면 난 거기에 맞춰서 편집만 하면 됨. 최종적으로 SEO 작업을 해야 하는데 SEO 플러그인(Yoast, Rank Math, AIOSEO 이 세 가지 가장 추천)을 설치해 기본 구조를 잡고, 메타태그와 검색 노출 설정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6. 배포하기 모든 세팅을 마친 뒤 사이트맵을 생성하고 구글 서치 콘솔에 등록했다.
물론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갑자기 일이 쏟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내 블로그, 브런치, SNS 같은 전문성과 일하는 방식이 드러나는 채널을 여러 개 만들어두는 건 분명 도움이 된다. 나를 검증해야 하는 누군가가 ‘이 사람, 괜찮은데?!’라고 느낄 수 있도록. 특히 마케터라면 개인적으로 글 쓰는 능력과 기획력은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보여주기에 텍스트 기반 콘텐츠만큼 좋은 건 없다. (AI를 적절히 활용하되 작문까지 모든 걸 맡기지는 마세요)
한동안은 내 콘텐츠를 열심히 올리다가 작년 하반기부터는 일이 정말 말 그대로 쏟아지면서 올해는 한 건도 못 했다. 이건 정말 내가 직장인 때 그리던 모습이 아닌데… 다시 시작해야지. 이 독립기 시리즈 꼭 완결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