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독립기 9. 프리랜서 되기 전, 내집마련하기

직장을 나가기 전, 완전히 독립하기 전 대출 받아 집부터 사야 하는 이유

by 김도비
독립하기 1년 전부터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아, 이게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금 아니면 대출 받아서 집을 장만하지 못할 테니까. 직장인일 때 구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명백했다.


어느 날 문득, 바로 직전 직장에서 2년 넘게 재직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이렇게 오래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이직을 하더라도 1-2년만 있으면 독립할 예정이었고, 아니면 이 회사에서 바로 프리랜서로 전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결론은 하나였다. “아, 집을 서둘러 사야겠다.”

거처가 바뀌면 또 정신이 없을 테고, 그때 가서 집을 알아보고 대출을 알아볼 자신이 없었다. 지금처럼 회사에 오래 다니고, 신용점수도 좋고, 무리 없이 대출이 가능한 시기일 때 해야 했다. 즉 안정적인 직장인일 때 생애 최초 주택을 마련해야 했다.

이건 3년 전, 아직 직장인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내 집이 필요한 이유

10년 넘는 자취 인생, 월세, 반전세, 전세 다 해봤던 나에게 이제는 단순히 ‘잠잘 곳’이 아닌 나만의 집이 필요했다. 진짜 집.

부모님과 살 것인가

결혼해서 누군가와 살 것인가

향후 5년 내 서울 또는 한국을 떠날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는데, 모두 답은 ‘아니요’


서울에서는 원룸, 빌라, 오피스텔을 전전했고 해외에서는 쉐어하우스·기숙사·홈스테이까지 경험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거주지는 모두 ‘언젠가 떠날 공간’이었다. 문 없는 방, 좁은 주방, 내 취향이 단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집. 그런 공간을 나는 한 번도 ‘내 집’이라고 여긴 적이 없었다.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일 뿐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어차피 언젠가 살 집이라면 지금 사자. 투자용이 아닌 실거주용으로, 다만 나중에 임대하더라도 수요가 꾸준할 위치로. 그렇게 해서 서울의 더블역세권, 크진 않지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다 모여 있는 곳. 공원도 있고, 마트도 있고, 학교와 편의시설이 가까운, 내 인생 첫 집을 사기로 했다.

프리랜서 직장인 내집마련.jpg 당시 상담 문의 위해 적었던 메모 일부


직장인일 때 대출 받기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도 일정 소득이 쌓이면 증빙을 통해 주택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일 때보다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아직 안락한 지붕 아래, 따뜻한 난방이 되는 ‘직장’에 있을 때 가능한 건 다 해두는 게 좋다.


아마 그때 유독 집을 빨리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예전에 읽었던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이주리 지음) 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방송 작가로 일하던 저자가 디딤돌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과 방송국 사이에서 몇 달을 고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은행에서는 재직증명서를 요구했고 방송국 인사팀은 “정규직만 발급된다”며 서류를 내주지 않았다. 심지어 “웬 작가가 자꾸 찾아오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니... 저자는 이 과정을 '투쟁'이라고 묘사한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막연히 느꼈다.

‘그래, 역시 회사라는 지붕 안에 있을 때 해야 한다.’


나도 퇴사 전, 나라에서 운영하는 디딤돌 대출과 거래 은행의 직장인 전용 대출을 함께 받아 집값과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충당했다.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실 디딤돌이나 보금자리 대출만으로는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은행 대출을 병행해야 하는데, 퇴사 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해보니 금리가 훨씬 높게 나왔다. (물론 요즘 전반적으로 이자율이 많이 올랐지만) 직장인과 프리랜서(개인사업자)의 조건 차이는 여전히 뚜렷했다. 무엇보다 프리랜서로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 자체가 많지 않다.


독립을 준비한다면 퇴사 전 반드시 챙겨야 할 금융 팁

퇴사 준비를 하면서 느낀 건, ‘일감’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생활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에게는 돈이 아니라 ‘현금 흐름’이 핵심이다. 그래서 퇴사 전에는 반드시 금융 관련 정리를 먼저 해두는 게 좋다.

프리랜서 직장인 내집마련.jpg
한국주택금융공사.png


1. 주택 관련 대출은 퇴사 전에 실행하기

재직 증명과 소득 확인이 필요한 대출은 퇴사 후엔 훨씬 까다로워진다. 심사 절차도 길어지고 금리도 높아진다.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알아보고 가능한 한 직장인 자격으로 실행하는 게 현명하다.


2. 주거래 은행과 신용 점수 관리하기

신용 점수는 급여 입금, 카드 이용, 대출 상환 이력 등 ‘생활 패턴’을 기반으로 쌓인다. 직장인일 때 거래 이력을 잘 쌓아두면, 프리랜서 이후에도 금융 신뢰도를 유지하기 훨씬 쉽다.


3. 사업자 등록 후 소득 신고 꼼꼼히 하기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로서도 꾸준히 신고 기록이 쌓이면, 1~2년 뒤부터는 다시 신용 기반 대출이 가능해진다. 처음엔 귀찮더라도 ‘신고’가 곧 ‘증빙’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4. 3개월 이상 생활비는 반드시 현금으로 확보하기

퇴사 후 바로 현금 흐름이 끊겨도 최소 세 달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대출 상환, 고정비, 갑작스러운 지출까지 고려하면 생각보다 여유 자금이 빨리 소진된다. ‘묶이지 않은 돈’으로 준비해두는 게 중요하다.


프리랜서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완전히 홀로 선 구조다. 회사를 그만두면 월급날도, 퇴직금도, 자동 입금 알림도 그리고 직장인 금융 혜택도 모두 사라진다. 결국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퇴사 전 마지막 몇 달을, ‘경제적 체력’을 기르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장인 독립기 8. 프리랜서 홈페이지 제작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