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나가기 전, 완전히 독립하기 전 대출 받아 집부터 사야 하는 이유
독립하기 1년 전부터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아, 이게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금 아니면 대출 받아서 집을 장만하지 못할 테니까. 직장인일 때 구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명백했다.
어느 날 문득, 바로 직전 직장에서 2년 넘게 재직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이렇게 오래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이직을 하더라도 1-2년만 있으면 독립할 예정이었고, 아니면 이 회사에서 바로 프리랜서로 전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결론은 하나였다. “아, 집을 서둘러 사야겠다.”
거처가 바뀌면 또 정신이 없을 테고, 그때 가서 집을 알아보고 대출을 알아볼 자신이 없었다. 지금처럼 회사에 오래 다니고, 신용점수도 좋고, 무리 없이 대출이 가능한 시기일 때 해야 했다. 즉 안정적인 직장인일 때 생애 최초 주택을 마련해야 했다.
이건 3년 전, 아직 직장인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10년 넘는 자취 인생, 월세, 반전세, 전세 다 해봤던 나에게 이제는 단순히 ‘잠잘 곳’이 아닌 나만의 집이 필요했다. 진짜 집.
부모님과 살 것인가
결혼해서 누군가와 살 것인가
향후 5년 내 서울 또는 한국을 떠날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는데, 모두 답은 ‘아니요’
서울에서는 원룸, 빌라, 오피스텔을 전전했고 해외에서는 쉐어하우스·기숙사·홈스테이까지 경험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거주지는 모두 ‘언젠가 떠날 공간’이었다. 문 없는 방, 좁은 주방, 내 취향이 단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집. 그런 공간을 나는 한 번도 ‘내 집’이라고 여긴 적이 없었다.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일 뿐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어차피 언젠가 살 집이라면 지금 사자. 투자용이 아닌 실거주용으로, 다만 나중에 임대하더라도 수요가 꾸준할 위치로. 그렇게 해서 서울의 더블역세권, 크진 않지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다 모여 있는 곳. 공원도 있고, 마트도 있고, 학교와 편의시설이 가까운, 내 인생 첫 집을 사기로 했다.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도 일정 소득이 쌓이면 증빙을 통해 주택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일 때보다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아직 안락한 지붕 아래, 따뜻한 난방이 되는 ‘직장’에 있을 때 가능한 건 다 해두는 게 좋다.
아마 그때 유독 집을 빨리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예전에 읽었던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이주리 지음) 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방송 작가로 일하던 저자가 디딤돌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과 방송국 사이에서 몇 달을 고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은행에서는 재직증명서를 요구했고 방송국 인사팀은 “정규직만 발급된다”며 서류를 내주지 않았다. 심지어 “웬 작가가 자꾸 찾아오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니... 저자는 이 과정을 '투쟁'이라고 묘사한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막연히 느꼈다.
‘그래, 역시 회사라는 지붕 안에 있을 때 해야 한다.’
나도 퇴사 전, 나라에서 운영하는 디딤돌 대출과 거래 은행의 직장인 전용 대출을 함께 받아 집값과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충당했다.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실 디딤돌이나 보금자리 대출만으로는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은행 대출을 병행해야 하는데, 퇴사 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해보니 금리가 훨씬 높게 나왔다. (물론 요즘 전반적으로 이자율이 많이 올랐지만) 직장인과 프리랜서(개인사업자)의 조건 차이는 여전히 뚜렷했다. 무엇보다 프리랜서로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 자체가 많지 않다.
퇴사 준비를 하면서 느낀 건, ‘일감’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생활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에게는 돈이 아니라 ‘현금 흐름’이 핵심이다. 그래서 퇴사 전에는 반드시 금융 관련 정리를 먼저 해두는 게 좋다.
재직 증명과 소득 확인이 필요한 대출은 퇴사 후엔 훨씬 까다로워진다. 심사 절차도 길어지고 금리도 높아진다.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알아보고 가능한 한 직장인 자격으로 실행하는 게 현명하다.
신용 점수는 급여 입금, 카드 이용, 대출 상환 이력 등 ‘생활 패턴’을 기반으로 쌓인다. 직장인일 때 거래 이력을 잘 쌓아두면, 프리랜서 이후에도 금융 신뢰도를 유지하기 훨씬 쉽다.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로서도 꾸준히 신고 기록이 쌓이면, 1~2년 뒤부터는 다시 신용 기반 대출이 가능해진다. 처음엔 귀찮더라도 ‘신고’가 곧 ‘증빙’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퇴사 후 바로 현금 흐름이 끊겨도 최소 세 달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대출 상환, 고정비, 갑작스러운 지출까지 고려하면 생각보다 여유 자금이 빨리 소진된다. ‘묶이지 않은 돈’으로 준비해두는 게 중요하다.
프리랜서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완전히 홀로 선 구조다. 회사를 그만두면 월급날도, 퇴직금도, 자동 입금 알림도 그리고 직장인 금융 혜택도 모두 사라진다. 결국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퇴사 전 마지막 몇 달을, ‘경제적 체력’을 기르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