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흥미롭다.
5년 전 군대에서 처음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알게 됐다. 아마, 일본에서 쓴 책이었던 것 같은데 SaaS, PaaS, IaaS에 대한 개념도 알게 되면서 매우 흥미롭게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IOT, VR, O2O 이런저런 Trend들이 많지만, 나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미래의 핵심이 될 것이라 본다. 이제까지는 인터넷이 검색엔진,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등 키워드를 포괄하는 큰 범주였다면, 이제 클라우드가 IOT, VR 등 새로운 기술의 가장 상위 카테고리가 될 것이라 본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클라우드의 본질은 사용자의 입력(Input) 데이터가 개별적인 Application에 묶여있지 않다는 것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보를 입력한 생성자, 애플리케이션의 지배력(전통적인 인터넷 시대의 패러다임)은 약화되고 정보 그 자체만으로 해석되고 그 용도와 경험, 가치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즉, 내가 페이스북, 브런치에 올린 포스팅이 언젠가는 페이스북, 브런치와는 다른 완전히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전혀 다른 look과 Experience로 새롭게 발견되고 해석되어 그 가치가 확장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가입하곤 한다. 과거 기업의 그룹 내 서비스에서나 적용했던 SSO(Single Sign On)이 이제는 웹 전체에 대해 통합된 계정의 개념으로 확장된 것이다. 물론, 구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얻어지고 연결된 데이터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내부적으로 활용하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또한 그 데이터를 제 3자 애플리케이션(Third party)에서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했기 때문에, 우리가 구글, 페이스북의 API에 접근해서 해당 데이터를 또 다른 서비스와 Integration 하게 되면 그 데이터를 전혀 다른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게된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던 '웹'의 개념은 이제 거미줄이 아닌 하나의 구름(Cloud)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물론, 이 구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고 미세한 입자로 이뤄져 있을 것이다. 이 입자가 개별적으로 각종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된 데이터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클라우드 속에서 매우 Versatile 하게 활용되어 그 용도와 개념이 크게 확장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 이전의 데이터들은 '지폐'였다.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내 것이기 때문에 그 용도의 확장은 나의 능력에 달려있었다. 내 손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데이터는 지폐를 ATM에 입금한 뒤 찍히는 숫자와도 같다. 실체는 사라졌지만, 우리의 손을 떠난 그 돈이 은행을 거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전혀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 내가 아침에 입금한 돈이 점심에 마시는 커피와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확장된 개념의 '화폐'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것이 가능한 이유는 '내 것'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체가 있는 지폐가 내 손을 떠나면 화폐의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다양한 용도에서 자유롭게 그 가치를 넓혀나간다.
클라우드 또한 이러한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본 데이터가 매우 안전하게 보존되는 선에서, 클라우드는 데이터의 생성자와 생성된 애플리케이션의 과도한 지배력을 포기시킨다. 우리가 모바일뱅킹에 찍힌 단순한 숫자를 보고 이것이 실재하는 돈이라고 생각하듯, 데이터나 정보 또한 이제 물리적인 실체가 하드 드라이브에 없어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약속(Protocol)이 생긴 것이다. 드롭박스, 구글드라이브 등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맞이하면서 생긴 약속으로, 이 또한 5-7년 전만해도 그 개념이 매우 모호하고 위험해보였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부담없이 올린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져오는 변화는 매우 놀랍다. 오늘 내가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한 문서가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전혀 다르게 활용될 수 있다. 슬랙과 같은 메신저에서 채팅의 형태로 등장할 수도 있고, 어떤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서 정리한 형태의 문서로 새롭게 해석하여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이 바꿔나갈 세상이 매우 흥분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클라우드 저장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가 어떤 형태로 확장되고 지금은 전혀 상상도 못할 차원의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가슴이 벅차다.
최근, Online과 Offline을 이어주는 것이 Trend인데, Online을 그저 도달률과 접근성이 높은 일종의 커머스 채널로 판단해선 안된다. 이미 Digital로 이루어진 세상은 이미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법과 윤리, 사회적 책무, 체면에 부딪쳐 발산되지 못한 인간의 본능까지도 반영하는, 현실보다 더욱 현실을 반영하는, 완전히 새롭고 원초적인 세상이다. 오프라인으로 하던 일을 온라인으로 가져옴으로써, 효율성을 강화하고 기존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은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매우 근시안 적인 것이라 본다. AirBnb의 경우도 물론 매우 위대한 기업이지만, 그 비전과 사업의 형태가 100년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고민해야 할 것은 온라인 상에 떠도는 지혜와 지식들을 어떻게 가공하고 그 의미를 확장하여, 실제 우리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임팩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세상에서 가공되고 확장된 데이터를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들이 또다시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활용함으로써 그 가치를 증대시키고 의미를 확장시켜야만 한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툴 비캔버스의 비전도 이런 나의 믿음과 함께한다. 우리의 여정은 비캔버스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HR, CRM 등 다양한 분야의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캔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사소한 Fingerprint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해석할 것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비캔버스를 통해 협업하고 일해왔던 패턴들이 전혀 다른 분야의 툴(가령 HR)에서 어떻게 새롭게 발견되고 확장될 수 있는 지 알게될 것이다. 이렇게 확장되고 통합된 가치를 매우 일관된 경험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업이다. 고객이 Wow하는 순간은 전혀 상관없이 흩어졌다고 생각했던 경험의 굴레가 통합되고 일관된 경험으로 다가올 때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