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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용남 Apr 15. 2016

카카오의 전략 vs MS의 전략

왕이 되려는 사람과 왕이 되어본 사람의 차이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60331062736

마이크로스프트가 얼마 전 AI 채팅 봇 개발도구와 개발자들이 활용 가능한 프레임웍을 공개했다. 이러한 MS의 행보를 보니, 머지않아 MS가 잃어버린 입지를 찾는 것을 넘어 매우 위대한 기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MS의 전략은 운영체제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끼워 파는 트릭을 사용하여 이익을 내거나,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Upselling 하여 독점성을 더욱 강화하는 형태였다. 물론 당시에는 매우 효과적이고 파괴적인 전략이었던 것 같다. 개인이 운영체제를 완전히 바꾸는데도 큰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데, 기업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예외지만, 해외에서 MS의 운영체제로서의 독점력은 상당히 감소해왔다. MS의 도구를 완전히 쓰지 않고 구글독스로만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MS가 힘들어할 때, 애플은 승승장구하였는데, 애플은 생산 제품, 소프트웨어 판매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버리고, Third party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와 회사를 자신의 하드웨어와 마켓플레이스(App store)에 끌어들여 그들이 수익을 벌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을 취했다. 결국, 애플은 자신들이 아이맥,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OSX, iWorks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를 넘어, 수많은 개발자들이 불어넣은 Third party app들의 가치까지도 모두 묶은 높은 차원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지속 가능한 형태의 사업은 생사를 걸고 무언가를 해내는 많은 사람들을 그 사업에 엮어내는 것에 있다고 본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존 산업계의 질서와 관행, 관성 자체를 무너뜨리는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는 기존의 관행과 싸워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해당 업에 생사와 가족이 걸렸던 사람들을 자신의 사업에 끌어들여 완전히 엮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의 현재 사업방식에 매우 회의적인데 카카오는 메신저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카카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새롭게 지배력을 형성하려 하는 것 같다. 최근, 카카오가 O2O 서비스를 차례로 인수하더니, O2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O2O는 기존 관성과 역행하려 하는 매우 엽기적인 형태의 서비스들이 많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이해관계자(다양한 산업 조합들)와 풀어야 하는 문제도 많아서 대기업이 잘 하지 않는 분야였다. 그래서 카카오의 O2O 전략을 대기업의 횡포라고 욕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사업이란 게 대형 기업의 자애로움이나, 법적인 보호를 기대하며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기업 담당자가 찾아와서 야구방망이로 날 때려서 사업을 못하게 하는 등의 물리적, 심리적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결국 O2O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업이 적임자가 제대로 사업을 할 때, 그 사업이 비로소 완성되고 사회도 안정된다. 어차피, 모든 스타트업이 '아직은' 대기업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약자인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면 비슷한 행보를 취하게 되어있다. 게다가, 카카오는 O2O사업을 의외로 매우 잘해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택시를 쓰면서 느끼지만 매우 편리하다. 카카오가 차라리 O2O 사업을 모두 점령해서 카카오 하나로 간단하게 탐색부터 결제까지 일련의 모든 프로세스를 일관성 있게 처리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이 것이 나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서는 맞는 방향이지만 사업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카카오는 이미 메신저에서 매우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다양했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지속 가능한 형태의 전략은 플랫폼 전략이 아닌 미들웨어 전략이라고 본다. 물론, 미들웨어란 것이 기술적으로 이 것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형태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미들웨어는 말 그대로 중간자 역할을 하는 기술적 결과물을 뜻한다. 통신과 통신을 연결해주는 프로토콜의 개념일 수도 있고, DB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줄 수도 있다. 비유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모든 비즈니스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인간들이 몇가지 종류의 패턴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포처럼 서로 상호작용해서 만들어지는 비즈니스라는 생물 또한 다세포 생물처럼 패턴을 갖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패턴이 우리 사회에서 트랜드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창업 붐을 대표하는 패턴(트랜드)은 O2O 였다. 창업팀이 돈 없이 오피스텔에서 부트스트랩 하면서 몸으로 뛰면서 수익을 빠르게 낼 수 있는 분야이고 엽기적인 형태의 다양한 비즈니스를 생각해볼 수도 있기 때문에 수 많은 O2O 스타트업들이 생겨났고 지금도 등장하고 있다. 인간의 귀찮음을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생각해보면 수 백개, 수 천 개도 나올 수 있다. 


만약, 카카오가 O2O서비스 분야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오히려 O2O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했다면 시장의 다이내믹함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시장의 다이내믹함이 오히려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독점력이 높은 IT기업들에게 매우 좋은 사업기회라 여기는데, 그들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과거 산업이 한창 팽창할 때 내수시장을 완전히 지배함으로써 입지를 굳건히 해왔다. 특히 먹고, 자고, 입는 비즈니스를 정복함으로써 매우 안정적으로 회사의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 카카오의 전략 또한 이 패턴을 답습하는 것 같다. 오프라인 내수시장은 이미 기존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으니, 온라인에서의 독점력을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던가, 이미 누군가 만들어놓은 시장을 패스트 팔로잉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는 지속 가능한 형태가 아니다. 우버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택시 서비스가 너무 뛰어나서가 아니라, 운수업계의 강력한 압력과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에 의한 것이다. 택시 회사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낸 조합 자체가 무서운 것이다. 생사를 걸고 업에 엮인 사람들이 모이면 비즈니스는 알아서 지속 가능해진다. O2O 또한 마찬가지다. O2O 서비스를 목숨 걸고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 수록 그 시장은 단단해진다. 만약, 카카오가 O2O라는 플랫폼 자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O2O 중 가운데 2를 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어땠을까?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O2O 사업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카카오라는 미들웨어를 이용해야 했다면? 그리고, 카카오를 통해 사업을 한 기업 중 세계적으로 매우 위대한 기업이 나왔다면? 


카카오가 플랫폼이 아닌 미들웨어 전략을 취했다면 훨씬 더 강력해질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옐로아이디 등을 통해 소상공인과 고객을 이어주는 미들웨어를 만드려고 했던 것 같지만 CRM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후지고 마케팅 툴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걸 보니, 크게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카카오 아지트는 또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결국 카카오가 만든 것 중에 가장 Fancy 하고 사랑스러운 건 카카오 택시 하나밖에 없다. 메신저 사업은 이제 유지 정도지, 크게 뭔가 메신저 자체에서 재미있는 그림을 그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메신저 to Offline을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다해먹는 사업은 아무것도 못 먹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진정성으로 인해 언젠가 주저앉게 되어있다. 카카오 정도로 지배력을 강화했다면 자신은 뒷단(Back-end)으로 빠지고 새로운 비즈니스나 경쟁자들이 앞단(Front-end)으로 뛰게 만들면서 오히려 본연의 노란색을 감추는 것이 지속 가능한 형태의 전략이라고 본다. 수많은 O2O 스타트업들이 사실은 카카오의 이익을 위해 뛰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자발적으로 강한 동기를 갖고 말이다. 아무리 카카오 직원분들이 훌륭하다 해도, 이런 자발적이고 배고픈 진정성을 따라 하긴 쉽지 않다. 


만약에, 카카오가 이런 말을 했으면 얼마나 그들이 위대하게 느껴졌을까?


"이제까지 국내의 소수 대기업들이 Offline을 지배해왔습니다. 이제, 스타트업이 새롭게 Online의 영역을 지배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균형을 맞춰갈 것입니다.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의 흐름을 잘 만나 회사를 이렇게 크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전통적인 Offline 시장을 Online으로 가져오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카카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O2O 사업수요 분석 플랫폼과 유효고객 발굴을 위한 마케팅 툴, 고객들과 카카오를 통해 소통 가능한 CRM 플랫폼, 결제 시에 이용 가능한 페이먼트 시스템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제까지 카카오가 사람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새롭게 등장하는 수 많은 비즈니스와 그 비즈니스를 정확히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고 고객과 사업자 모두가 성공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어떤 말로 포장해도, 어차피 수익을 내기 위한 전략이지만 기업의 PR측면에서도 좋고 지속 가능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하기에도 좋다. 한국사람이라면 모두 깔고 사용하는 카카오가 컨슈머 데이터에서 가진 막강한 힘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미들웨어는 매우 다양할 것 같다. 그게 원스톱으로 일관된 경험으로 제공돼서 사업에 미숙한 신규 사업가들도 카카오 하나면 수요분석에서 결제까지 한 판에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끝내주는 경험일까?


컨슈머 비즈니스로 시작했다고, 굳이 그 일반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만 계속 만들겠다는 생각은 조금 근시안적이고 위험해 보인다. MS가 채팅 봇 프레임워크를 개발자에게 뿌리겠다는데 언제부터 MS가 개발자와 다른 회사 좋은 일을 하던 회사였나?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독점적으로 팔며 단속원들을 고용해서 기업을 급습,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던 회사가 아니었나. 그런데 그런 MS도 '직접 판매'라는 프레임을 깨버리고 중간자로서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비즈니스는 늘 경쟁자를 만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매우 위대한 기업이 됐지만, 오라클이 어떻게 큰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브런치도 오라클의 SQL로 돌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눈에도 전혀 안보이는데, 내가 상상도 못한 녀석이 돈을 벌고 있는 게 정말 무서운 비즈니스다.


카카오는 이제까지 매우 잘해왔고, 이런 무서운 기업이 될 자격이 있는 회사인 것 같다. 물론, 이사회나 투자자와의 문제 등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절차상의 어려움이나 내부적인 의견 충돌이 존재하겠지만, 그러한 맥락을 모른다는 가정하에 내가 입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직급의 카카오 직원이었다면 위와 같은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인터넷서점에 '플랫폼'을 치면 뭔가 잔뜩 나오는데, 플랫폼 사업은 너무 트렌디한 것 같다. 지속 가능한 형태의 사업은 미들웨어 형태의 사업인 것 같다. 새로운 세대와 강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면 정말 100년 가는 기업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대기업은 이런 사업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라는 어떤 법적, 사회적 자애로움을 요구받을 필요도 없다.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면서도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 


카카오의 이번 전략이 얼마나 잘 먹혀 들어갈지 모르겠다. 돈을 잘 버는 독점적인 기업이 될지 언정 100년 가는 위대한 기업은 안될 것 같다. 우리 회사 정도 되는 작은 사업체의 단기적 목표는 돈을 잘 버는 독점적인 기업이 되는 거겠지만 카카오 정도 됐으면 아무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지속 가능한 비전을 꿈꿔야 하는 것 같다. 카카오 정도의 시장지배력과 인재를 갖춘 회사라면, 너무 위대하고 획기적이라서 소름 끼치는 모델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회사지만 적어도 지금 전략에 기대는 안 한다.


카카오가 O2O 진출한다고, 자금조달이 끊겨 어려워지거나 파산한 스타트업들이 있는데 이는 카카오 자신의 비즈니스 수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매우 강력한 모바일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나 경쟁자의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미들웨어를 만들어 그들의 성공과 함께 카카오가 성공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진출도 할 수도 있고 위대한 기업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우회상장했듯이, 다른 스타트업을 통해 우회로 글로벌 진출하는 그림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곧 매우 흥미롭고 소름 끼치는 카카오의 새로운 전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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