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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용남 Jan 13. 2016

가상현실(VR)속에서 우리는 폭력성을 숨길 수 있을까?

갑자기 떠오른 진지한 생각 시리즈물





오큘러스 시리즈의 뉴스를 보다가 인상적인 댓글을 봤다. "혹시 가상현실(VR) 기기로 돌아가신 어머니도 뵐 수 있나요? 꼭 한 번 뵙고싶은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이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기계가 만드는 세상이 실제와 근접해지면서 많은 것이 가능해졌다. 연인과의 대화도 전화보다 카카오톡이 편한 경우도 있다. 전화가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채팅은 또 나름대로 채팅만의 감성 또한 존재한다.


VR시대가 오면 정말 많은 일들이 가능해지겠지만, 그만큼 우리에게도 딜레마가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 인터넷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인류가 처음 세상을 만들 때의 원초적인 문제들을 접했다. 사이버 폭력문제,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성매매, 사이버 사기 등 많은 범죄들이 인터넷을 통해 시작됐다. 물론, 인터넷 시대가 안정화 되면서 이러한 문제들도 어느정도 해결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가 법을 만들고 경찰을 만들어서 치안을 관리하는 것 과 같은 맥락이다.


VR 시대는 어떨까? 인터넷 세상이 개인과 타인을 이어주는 거리가 10정도였다면 VR시대는 고작 3도 안될 것이다. 가령, 스카이프로 친구와 화상채팅을 한다고 해보자. 얼굴이 나올 것이고,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인지한다. 저 녀석은 나와 멀리 떨어져있고, 나는 안전하게 내 공간을 보장받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화면에서 나를 모욕하는 방법은 가운데 손가락을 보여주는 정도밖에 없다.

그러나, VR 시대는 조금 다르다. 화면속의 친구들이 그대로 내 옆에 등장하여 앉는다. 우리는 바디랭귀지를 하면서 실제처럼 대화할 수 있다. 상대의 친밀함도 우리에게 전해지지만, 상대의 폭력성도 그대로 전해진다. 인터넷이 그동안 지켜왔던 안전거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이 소개팅 앱으로 상대방을 만났다. VR기기로 만나니 더욱 현실감 있게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을까. 그의 눈길이 점점 야릇해진다. 그러더니 나에게 다가와 내 몸을 마구 만지기 시작한다. 물론, 실제 촉감이 느껴지진 않지만, 상대가 나를 모욕할 때 표정과 눈빛 몸짓 모두 보이니 소름이 끼쳐서 앱을 끄지도 못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VR기기를 던져버렸다. 당신은 이 치욕감을 잊을 수 있을까?


채팅으로 모욕만 당해도 굉장히 기분이 나쁘고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실제처럼 보이는 상대가 내 눈앞에서 내 시선을 따라오면서 나를 모욕한다면 그 폭력성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VR기기를 통한 물리적, 성적 폭행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해야 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앱을 쓰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서버에 녹화해야 한다. 이것이 CCTV와 크게 다를까? 우리가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 마다 누군가 따라다니며 우리를 찍는다면 우리는 용납할 수 있을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지금처럼,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보는 수준에서의 VR은 매우 흥미롭고 유쾌한 경험이다. 내가 모든 것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나와 상관없이 영화 속 세상은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리고 낯선 타인이 그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이것은 우리 인간의 삶과 똑같아진다. 주체할 수 없는 인간의 폭력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국 인간 사회에서 존재하는 법률이나 그것을 처벌하는 제도 등이 구비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다. VR속 세상은 어차피 가짜다. 그렇다면 우리가 VR기기를 쓰고 FPS게임을 하며 상대방을 향해 총을 쏴대는 것은 그저 게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인가? 가상현실 속 세상을 현실로 봐야하나, 아니면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놓은 가상세상으로 봐야하나? 진지한 생각을 해볼 때다.


현실에서 마우스로 총잡이를 하는 것은 우리의 폭력성을 해소했으면 해소했지, 무언가 극대화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총게임을 잘하지만 전쟁을 하고싶어하진 않는다. 그런데, VR기기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어차피,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 그 그래픽과 섬세함 정도는 현실을 닮아가려 노력할 것이다.


가상현실 속 세상이 현실과 같아지면 같아질수록, 어떤 소프트웨어는 우리에게 크게 유익할 수 있지만 게임이나 소셜데이팅 서비스 등 우리의 폭력성이나 성적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인간의 가치판단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VR세상이 다가오기에 앞서 많은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과학의 경우도 우리가 금기시하고 있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복제가 그 중 하나다. 기술 또한 이제는 기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 보다 인간사회에서 기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제, 기술은 인류가 필요로 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모두 받아들이려 했다가는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설 것이다.


인류가 기계와 경쟁하는게 무섭다거나 이런 말은 하고싶지도 않다. 다만, 우리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 내부에 잠재웠던 폭력성이 가상현실이나 실재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잘 컨트롤 될 수 있을 것인지.

네이버 뉴스 댓글만 봐도 내가 봐온 세상과는 다른 세상 속의 사람들 같다. 인간의 폭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당신은 가상 현실 속에서도 물리적, 성적 폭력성을 숨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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