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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용남 May 29. 2020

실리콘밸리가 가르쳐준 것들.

업무용 툴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일하는 방법을 재발명하라.

미국에 와서 안쓰던 글을 이제서야 쓴다. 이 곳에서 사고방식이 완전히 재조립되고 초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초심을 더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많이 배웠다. 미국에 오기 전, 정말 많은 위기들이 있었는데, 결국엔 위기가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진실인 것 같다.

작년 8월, 진행하던 투자건들이 무산되었다. 사무실에 혼자 앉아 사업계획서를 리뷰하다보니, 전혀 흥미로워보이지 않는 잡다한 지식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문득, 2014년 처음 창업했을 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 지 궁금해졌고 그 때 쓴 글들과 사업계획서를 읽어봤다. 전체적으로는 현재와 비교도 안됐지만, 제품에 대한 비전과 회사의 미션은 매우 분명했다.  


그 날,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언젠가부터 내가 만드는 콘텐츠나 제품 자체도 그냥 평범한 것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파는 방식, 그것을 알리고 가슴뛰게 하는 방식도 정형화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 판은 내가 이길 수가 없는 판인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의미있는 전장에서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 남들이 다 하는 전장에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려고 했던 것 같다. 사업의 실패공식은 최대한 피해가려고 앞으로도 노력하겠지만, 승리의 방정식은 나만의 방식으로 완전히 새롭게, 특별하게 세워보려고 한다. 그냥 그럭저럭 계속 하다가는 사업, 인생 모두 보잘것 없어질 것 같다."


이 날 이후 모든 것을 바꿨다. 사업계획서부터, 내부적으로 관리하던 마케팅 전략, 미션, 비전까지 Back to the basic 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바꿨다. 그리고, '미국 SaaS 시장이 어쩌고 저쩌고' 핑계 다 버리고,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제로부터 시작해서 5년간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를 포기하고 미국에 가는 만큼, 이런 부분을 보강해줄 수 있는 미국 초기투자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원하기로 결심한 것이 'Y콤비네이터',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였다. 기왕 지원하는거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최고에만 지원했다.


사람들은 내가 미국에 산 적도 없고, 미국 대학을 나온 적도 없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들 안될 것이라 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당연하지만, 나에게 선택권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에서 만든 사업계획서는 완전히 버리고, 10장짜리 핵심 내용으로 슬라이드를 재구성했다. 미국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대담하게 메시지를 써내려갔다.


그렇게,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에 지원하고 이틀 뒤, 인터뷰를 하라는 연락이 왔다. 인터뷰는 알케미스트와 알케미스트 출신 파운더들, VC들로 구성이 되어있었는데 물어보는 질문이 한국하고는 조금 결이 달랐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3일뒤에 이메일이 도착했다.


인터뷰부터 텀시트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이 되서, 결국 YC는 일정이 안맞아서 포기하고,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후, 미국에서의 사업계획을 더 디테일하게 정리했고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추가적으로 한국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공동창업자인 경병현 CTO와 함께 대망의 실리콘밸리에 입성하게 됐다.


미국이 체질에 맞다는 경병현 CTO와 알케미스트 창업자들


창업한지 5년 됐지만, 다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창업한 것 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구성했다. 우선, 고객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의 미션과 비전을 명확히 하기 시작했고, 창업 스토리도 가까스로 떠올려서 제대로 구성했다. 고객들을 만나던, 투자자를 만나던, 멘토를 만나던 우리가 누군지, 우리가 무엇이 될건지를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한국에선 잊고 살았던 기업 정체성을 완전히 명확하게 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


낮에는 고객들과 멘토들을 만나고, 밤에는 한국 팀원들과 제품을 개발하며 정신없이 일을 하던 중,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전세계가 '리모트워크' 물결로 물들었다. 내가 이 때 한국에 있었다면, '리모트 워크'와 '코로나'를 앞세워 사업을 했을 지도 모르겠으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약 2달간 명확히 세워놓은 기업 정체성은 우리를 단기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도와줬다.


우리가 고객을 인터뷰 하며 느낀 것들, 그리고 한국과 리모트로 일하며 배운 것들을 종합하면 우리는 리모트워크를 위한 툴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일하는 방법을 완전히 재발명해야 했다. 일하는 방식이 현재와 같을 경우, 리모트워크 또는 우리처럼 다른 타임존에서 일하는 Distributed team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결국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BeeCanvas를 셧다운 하고 다시 개발하기 시작했다. 우선 실리콘밸리의 팀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현재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대단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오히려 이들은 업무용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보수적인 측면이 강했다. 대부분 트렐로, 아사나, 슬랙 정도로 업무를 진행했고, 한국과 다르게 노션은 협업툴로 사용하지 않고 개인노트로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은 Figma나 gitlab같은 툴로 리모트로 일을 하던, 떨어진 팀과 일을 하던 문제가 없었지만, 디자이너, 개발자, 프로덕트매니저, 외부파트너 등 사람들이 섞여서 일을할 때는 결국 트렐로, 슬랙이 그들의 공통의 언어였다. 그리고 그러한 툴들이 창조해낸 '업무방식'은 습관처럼 깊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이 사람들의 습관은 깨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통해 업무방식을 재창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했다. 굳건한 기업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세계가 리모트워크로 들끓던, 시장기회가 커지던 눈돌리지 않고 우리 미션에만 집중했다.


아래의 내용이 우리의 기업 정체성이자 미션이다. 결국 이 미션이 리모트워크에 효과적인 툴을 개발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일 뿐, 우리의 목적은 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미션 선언문


우리의 미션은 사람들이 그들이 상상도 못한 만큼의 놀라운 위대한 성과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 부터, 협업하고, 영향을 끼치는 것 까지 사람들이 업무하는 방식자체를 새롭게 재창조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들이 기대한 것 보다 더 큰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하는 장소, 일하는 분야, 누구와 일하는 지와 상관 없이, 우리는 위대한 성과를 내는데만 집중해야 합니다. 생각부터, 생각을 표현하는 것, 협업하고 최종 액션 가능한 플랜을 만드는 것 까지 BeeCanvas 를 통해 Visualize 해보세요. 비캔버스는 그동안 Visualize 되지 않았던 모든 것을 Visualize 함으로서 그동안 닿을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의 성과를 빠르게, 강력하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비주얼 기반의 협업은 디지털 협업에서 바디랭기지처럼 직관적이고 효과적입니다. 이것은 언어, 인종, 문화, 관습, 컨택스트를 뛰어넘습니다.


비캔버스를 사용하게 되면, 기존의 Workflow 자체는 유지하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했다. 그렇게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비캔버스가 이번에 국내에 론칭된 비캔버스 글로벌 버전이다. 우리나라외 국가에서는 모두 비공개 베타서비스를 운영하며,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선 무조건 우리 팀과 인터뷰를 해야 한다. 고객들의 문제를 우리 솔루션이 해결해줄 수 있는지, 고객의 업무프로세스에서 어떤 부분은 유지하고, 어떤 부분은 바꿔야 하는지를 진단한다.


우리는 6년차 기업이지만, 새로 창업한 것 처럼 Product market fit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객들을 한명한명 인터뷰하면서 큰 승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고객들을 얻을 수 있었고, 우리가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 데모데이를 할 때, 고객 추천 영상까지 직접찍어 보내줬다. 0 to 1, 1 to 100, 100 to 1000으로 조금씩 스케일 하면서 차근 차근 정말 중요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모든 것이 셋팅되어 있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장점인 것 같다.


창업팀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강력한 Product market fit,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독창적인 비전과 미션, 성장하는 기업의 소용돌이를 몸으로 막아내며 성장할 수 있는 창업팀, 이렇게 세가지가 중요하다. '실패하지 않을 이유', '엑싯 계획'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Upside를 중심으로한 비전이 명확하게 정의내려져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비전 슬라이드를 아애 생략하거나, 그냥 한 장 껴넣는 수준이었는데, '세상을 바꾼다'라는게 그냥 듣기 좋은 허울이 아니라,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이 존재해야 했고, 그 비전을 믿게 만들어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창업자가 아니면 좋게 보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비전에 공감하면, 그 다음 미션을 보고, 미션에도 공감하면, 제품을 봤으며, 제품에 공감하면 이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들의 디테일한 숫자를 봤다.


이게 글로 쓰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어쨌든 사고방식이 완전히 재조립되는 느낌이었고, 정말 많이 배웠다. 그렇게 우리의 펀더멘탈에 집중하면서 개발해낸 비캔버스 글로벌 버전으로 알케미스트 데모데이를 진행했고, 예상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지금 그것을 수습해나가고 있다.


비캔버스의 핵심 가치는 이제까지 시각화하여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각화 시키는 새로운 업무방식을 적용하도록 돕는 것인데, 고객 분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한 우리의 독특한 제품 철학과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기존 업무방식 그대로, Kanban 형태 또는 칼렌더 형태로 개별적인 업무 파이프라인을 구성한다.

Kanban 형태 업무 파이프라인
일정, 회의


여기서 기존의 경우에는 개별적인 업무나, 일정에 대해서 논의를 할 때 메신저나 코멘트와 같은 텍스트 기반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쌓아가게 된다.


이렇게 Asana, Trello, Monday 등에서 코멘트를 달며 일을 하거나,
이렇게 메신저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이 과정이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변해가는 업무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텍스트 특성상 사람들이 모두 글을 명확히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오해는 쌓여가고, 불필요한 대화들이 너무 많이 오가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재 많은 사람들이 구글독스를 통해 완성된 문서를 주고 받거나, 완성된 디자인을 주고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완성된 문서 또는 매뉴얼을 기반으로 일을 하는 것은 리모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의 Gap을 일부 채워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직접 만나서 화이트보드를 보며 생각을 교환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정의해놓고 그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구현할 수는 없다.


즉, 다같이 우리의 최고의 결과물을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닌, 담당자 한명이 거의 완성까지 끌고 나간뒤에 간단한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아직 이것이 정량화 되지는 않았지만, 리모트워크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올해 이후 기업들의 Employee engagement 하락으로 인한 창의성 저하와 결과물에 대한 질적 손실이 정량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캔버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사람들이 화이트보드에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최고의 결과물을 빚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온라인에서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 저 위의 업무 방식만 바꾸면, 해결된다. '캔버스'는 이러한 마법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Kanban 보드나 달력에서 만들어낸 태스크를 누르면 캔버스가 열린다.

캔버스, 생각을 표현하고 교환하는데 가장 강력한 수단

특정 업무에 대한 모든 진행상황, 아이디어 교환, 피드백 교환을 시각적으로 완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 페이지를 쭉쭉 늘려나가며,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하듯 생각을 정리해나가고 의견을 주고 받으면 된다. 간단한 채팅 기능도 지원하여, 슬랙으로 별도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특정 업무에 대한 모든 내용과 히스토리, 피드백, 아이디어 교환 등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혼자 작업을 하던, 공동이 같이하던 작업이 모두 끝나면, 마치 Google docs 문서처럼 문서화가 되기 때문에 따로 문서화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새롭게 들어온 사람이 이 결과물이 어떤 히스토리와 아이디어 교환 과정, 시행착오, 피드백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더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매니저는 해당 업무의 진척상황을 마치 실무자의 뇌를 들여다 보는 것 처럼 파악할 수 있어 극도로 투명하고 빠르고 창의적인 업무진행이 가능해진다.


한 캔버스에서 실시간으로 영상, 음성, 텍스트 채팅을 하며 캔버스를 빚어나간다. 마치 최고의 결과물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같이 빚어나가는 것 처럼 말이다.


이 미묘한 포인트를 바꿔내는 것 만으로 차원이 다른 결과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아직 우리의 미션과 비전에는 이 프로덕트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제품은 계속 고도화 될 것이고, 결국 우리 미션이 현실로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전세계에서 아직 누구도 이렇게 제품을 해석하지 않았고, 업무 방식을 재창조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것을 우리가 한다. 슬랙이 IRC를 업무용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업무 방식을 만들어냈듯, 비캔버스는 기존의 프로젝트 관리도구와 온라인 화이트보드를 완전히 재해석하여 새로운 업무 방식을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생각을 하고, 비전을 꿈꿀 수 있게 만들어준 많은 기회에 감사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열심히 이 미션을 향해 달려주는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의 비전에 공감하고, 우리의 미션을 함께 달성해나갈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나가고 싶다. 창업 6년차지만, 내 결의는 처음 창업했던 그때처럼 강력하다. 사업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오래될 수록 더 그렇고, 남들에게 '아직 너 비캔.' 모시기 아직도 하냐?'라는 소리 들으면 더욱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냉철하게 달성하고자 할 큰 승리를 정의하고 그 것을 현실로 만들 계획을 세우면 기회는 온다. 진실은 드러나게 돼있다.

'아직도' 하는 게 아니다. 완전히 '새롭게' 하고 있다. 더욱더 큰 최고의 그림을, 승리를 꿈꾼다.
어제의 나를 오늘 뛰어 넘는다.


We're hiring!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미션을 함께 달성해나갈 좋은 분들을 찾습니다.

vision@beecanvas.com


한국과 미국에서 정말 힘든 길을 진정성있게 같이 걷고 있는 우리 팀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열심히 먹는중인 미국팀원들
열심히 일하는중인 한국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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