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본지 어언... 몇년째인지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되었다. 그동안 혼자 해외여행을 다니며 편함 반, 긴장 반으로 다녔고 혼자도 생각보다 편한데? 라고 생각할 무렵 티비에서 '텐트 밖은 유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있었고 스위스편을 본 엄마가 저곳에 가게된다면 어떤 느낌일이에 대한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 엄마랑 함께 스위스를 가봐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함께 가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바로 다음날 엄마에게 스위스 가자라고 얘기했을때 엄마가 적잖이 놀랐던게 기억이난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놀란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왜냐면 난 평소에 효심깊은 효녀같은 사람은 아니고 불속성 선택적 효녀라 내가 함께가자고 할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것같았다. 다만 이렇게 불속성 효녀여도 혼자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집에와서 엄마랑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할때마다 엄마가 넌 자유롭게 다녀서 좋겠다란말을 들었을땐 살짝에 죄책감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엄마에게 평생 기억이 남도록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여 다녀오게되었다.
여행 당일! 엄마가 캐리어를 챙겨다니는게 번거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들어 28인치 한개에 두명의 짐과 미리 준비한 햇반, 반찬 등을 꾸겨넣었고 상비약과 작은 화장품들은 작은 기내캐리어에 담아서 준비했다.
엄마도 그렇지만 나도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편이라 해외여행을할때는 다른건 몰라도 상비약만큼은 꼭 준비하는편이다.
5월말의 스위스는 한국 3월 날씨라고 들어서 긴팔과 외투들을 챙겼더니 캐리어가 꽤나 무거워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 여동생이 차로 인천까지 데려다준다고하여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어렸을때는 동생들이랑 치고박고 싸우는게 일이었는데 성인이되니까 서로 도움이 되는일이 더 많은것같다.
오전 11시대 비행기라 일찍 도착 후 인천공항에서 다함께 마지막 한식을 먹었다. 맛은 뭐랄까 사실 난 그렇다 생각한다 김치찌개는 맛이 없을 수 없는...? 아무리 맛이없어도 평균은 하는?!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김치찌개도 맛이 없을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을 하였다.
아무튼 마지막 한식 식사를 마치고 동생의 배웅과 함께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출국검사를 마치고 면세점을 둘러보았는데 엄마가 고맙다고 선글라스 사줬다! 인생 첫 선글라스였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면세점 직원분이 정말 진심으로 나에게 딱 맞는 선글라스 디자인을 찾아주셔서 감사했다. 해외여행의 시작은 면세점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좋은 기분을 심어주신 그 직원분에게 지금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드디어 탑승시간! 혼자 여행을 다닐때는 최대한 경비를 줄이기위해 경유가 있더라도 저렴한 항공들을 이용했는데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여서 직항으로 가기위해 대한항공을 예매했다. 아주 많이는 아니어도 자주 여행을 가는편이다보니 비행기를 탈때 설레는 느낌이 많이 없었는데 '대한항공' 을 탄다는 사실이 가장 설렜던건 안비밀이다. ㅎ
이때까지만해도 10시간이상 비행이 상상 이상으로 힘든일이라 생각하지못한 엄마는 신남 반 비행기 뜰때 무서울꺼라는 마음 반이었고 난 아주 졸린상태였다. 이번 여행을 가기위해 전날까지 파워 마감을 끝내야했기 때문에 저때 3시간밖에 못잔 상태였다. 그리고 난 이상하게 비행기만 타면 졸린데 어느정도냐면 비행기 바퀴만 굴러가도 잠들때가있다. 예전엔 그냥 피곤한건가?란 생각을 했는데 알고보니 비행기 멀미였다.
이번에도 역시 비행기가 굴러가자마자 기절하듯 잠이들었고 비행기가 뜰때 무서웠던 엄마는 나를 봤지만 너무 잘자고 있어서 어이가없었다고한다. 졸린걸 어떡하냐고오오~~
비행기가 이륙하고 1시간?정도 있다가 나온 기내식! 대한항공 기내식은 맛있다라는 얘기를 들었어서 엄청 기대했다. 메뉴는 닭가슴살 샐러드, 소고기와 감자, 제육쌈밥이 있었는데 여행계획을 구상할때 찾아본 블로그에서 제육쌈밥이 맛있단 글을보고 엄마랑 나랑 둘다 제육쌈밥으로 주문했다.
맛은 어땠냐면! 꽤 맛있었다. 심지어 비행기타기전 먹은 김치찌개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맛있었다. 오랜시간 비행기를 타는거니 조금만 먹고 자야겠다란 생각은 한입 먹자마자 잊어버렸고 아주 싹싹 긁어먹었고, 디저트로 나온 오란다는 너무 배불러서 남겨놨다가 나중에 넷플릭스보면서 쫌쫌따리 주워먹었다.
만 31살 어른으로써 맥주도 한 캔 때려주었다. 혼자 여행을 다닐때는 워낙 알쓰라 술은 잘 안먹는편인데 이번엔 엄마가 있으니 마음 편히 비행기에서 술도 먹어봤다. 이럴때보면 혼자보단 함께 하는 여행이 더 편한것같기도하다.
든든히 기내식을 먹고 엄마와 나는 각자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에 들었다. 이때 브리저튼이 새로운 시즌이나와서 비행기에서 볼 생각에 기대하며 다운로드했는데 역시는 역시 비행기 멀미로 얼마안되 바로 잠에 들어버렸다. 2시간정도 숙면했을까? 간식을 나눠주는 소리에 일어났다.
너무 졸려서 사진을 아주 대충 찍어서 그런지 좀 뿌옇긴하지만 꽤 맛있었던 샌드위치다. 파리바게트 샌드위치였는데 닭가슴살이랑 에그마요 토마토가 알차게 들어가 있었고 같이 마실 주스도 나눠주고 계셨다. 첫번째 기내식을 먹고 바로 잔 탓일까 입맛은 많이 없었지만 이걸 안먹으면 왠지 엄청 배고플꺼같단 생각에 다는 아니고 알맹이만 쏙쏙빼서 먹었다. 엄마는 입맛이없다며 먹지 않았는데 나중에 배고프다고 후회했다.ㅎ 그러게 내가 먹으라니까!
간식을 먹고 또 한숨자고 일어나니 두번째 기내식을 준비해주셨다. 먹고 자고 간식 먹고 자고 다시 먹는 이 상황 진짜 장거리 비행은 사육이라고 불러도된다. 아무튼 두번째 기내식도 꽤 맛있었는데 같이 나온 고추장의 양이 많아서 내꺼만 먹고 엄마꺼는 왠지 스위스에서 매운걸 먹고싶을 수도있을거란 생각에 가방에 쟁여놨는데 나중에 아주 큰 도움이되었다.
긴 장시간 비행끝에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숙소로가는 기차를 탈때까지는 찍은 사진이없는데 길을 찾는게 우선이라 모든 정신이 지도와 기차앱에 집중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탈리아에서 처음 기차를 탈때는 꽤 헤맸었는데 스위스는 표지판도 너무 잘되어있었고 플랫폼 표시도 잘되어있어서 어렵지않게 취리히공항역 -> 취리히 중앙역 -> 루체른 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고된 여러 이동끝에 도착한 우리의 첫번째 도시 루체른! 여행 전 찾아본 날씨예보에서는 비가온다고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날씨에 기분이 좋았다. 엄마말로는 엄마가 날씨 요정이라서 그렇다나 뭐라나 근데 꽤 신빙성이 있는게 반대로 나는 날씨 빌런이라 여행만 가면 비가오고 천둥치고 폭풍을 만나는데 엄마가 빌런을 이기는 쎈 날씨요정인걸로! 하기로했다.
아무튼 무사히 루체른에 도착한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아메론 루체른'에 체크인을 마치고 가져온 컵라면을 먹자마자 서로 누가 먼저라고 할거없이 바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