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에 정답이 있을까
학교 축제가 열렸다.
4학년. 주점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나마 즐길만 했던 가수 공연도 이젠 큰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의 학년.
축제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도 평소와 다름없이 수업 이후 도서관에 있었다. 스터디룸에서 친구들과 공부하다가 생기는 소소한 일들이 더 재밌는 날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번이 내 대학 생활의 마지막 축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9시가 넘어서 잠깐이라도 들리자고 친구들에게 제안했지만 짐을 챙기다보니 더 늦어져 공연은 이미 끝난 시각. 그래도..그래도 마지막 축제가 될지 모르니 학교로 다시 들어갔고 텅빈 무대와 정신 없는 주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축제를 못즐겨서 슬펐다기보다는 이제 마지막 축제가 될 수도 있는 학년이 되어, 그 학년이 너무나 일찍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
이젠 그런 왁자지껄한 곳에서 어서 빠져나오고 싶어진다. 그보다는 좀 더 조용한 곳에서 내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운동을 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시각. 우리끼리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맥주를 마시러 갔다.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게 된다. 특히 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붙어있으니 더 그렇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잠깐의 정적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 사소한 얘기부터 진지한 얘기까지 망설이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
역시나 이번에도 가벼운 얘기로 시작한다. 그렇게 웃다보면 결국 우리들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똑같은 현실,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지만 가끔씩 이렇게 털어버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주고 힘든 일, 고민에 대해 토닥여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오늘도 어김없이 미래에 대한 고민, 진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쭉 늘어놓는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 하고 싶은 일, 그 일을 통해 얻고 싶은 보람, 이를 이루기에는 각박한 현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 통해 삶의 보람을 얻을 수는 없는 거야?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건 이상적인 생각이야? 직업은 그저 더 나은 삶을 위한 수단일 뿐이야?”
“우리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잖아. 23살이 많은거야? 난 더 경험하고 새로운걸 배우고 나를 좀 더 알아가고싶은데 그러기엔 이미 늦은걸까? 이젠 취업만을 위해 할 일을 정해야 하는거야?”
그래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하자
그래서, 그러면 앞으로 뭘 할건데?
그것조차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
“나한테는 시간이 더 필요한데” 이 말을 내뱉으며
결국 터져버렸다.
요즘 들어 더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많아진다.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울음으로 마무리한다. 그럴 때마다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평소엔 밝고 활발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힘듦은 사라지는게 아니니까.
그 때 내 옆에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공감과 조언, 위로를 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이리와”
두 팔을 벌려 안아주는 친구가 있어서,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답인 속도가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정답인 속도가 내게도 정답일 수 있을까.
내겐 시간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