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6.] 관계와 대화(1)

나에게 쓰는 편지-56

by 도르유

안녕,


오늘은 어제에 이어 일이 끊임없었고 머리가 복잡한 날이었어. 그나마 운동을 해서 머리를 비웠는데 글을 쓰려고 하니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네. 오늘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대화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고 싶은데 이에 앞서 '나'에 대해 정리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최초로 이틀에 걸친 편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야. 학생 때 한 번쯤 하는 MBTI 검사에서도 그랬고 스스로도 내향성이 강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어. 어릴 땐 외향적인 것이 좋다는 은근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나 또한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아니야. 외향적인 사람은 에너지를 밖으로부터 얻고 내향적인 사람은 안으로부터 얻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나에게 적용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아. 정말 편하고 함께하면 즐거운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엄청난 에너지를 얻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리에서의 시간은 나에게서 에너지를 쏙 빼가버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최근에 빠진 취미생활 모두 혼자 조용히 무언가를 하는 것들인데 이를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아.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야. 무리가 있으면 그 안에는 꼭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한두 명 있기 마련이잖아. 나는 보통 듣는 쪽이고 맞장구를 치는 리액션을 담당해.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 대화를 이끌어가며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은 하지 못하지만 대신 굳 리스너로서 리액션만큼은 자신 있어.


나는 누군가를 처음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일대일 대화가 필요해. 여러 명의 어색한 사람들 속에서는 자연스레 조용한 사람이 되기 때문에 상대를 알아가기 위한 대화가 어려울 때가 많아. 그런 상황 속에서 나를 그저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첫인상이 형성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해. 내 본연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기 어려울 때마다 답답해져.


나는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어색하게라도 웃으며 다가가는 사람이야. 그래서 첫인상이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편이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지. 웃음보다는 무표정으로, 조금은 경계하는 듯한 모습으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내다 보면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처음엔 낯설고 어색해서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지. 하지만 상대의 표정과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나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야. '어디선가 내 이야기를 안 좋게 들었나?'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등등의 생각이 들면서 안 그래도 조심스럽던 행동과 말이 더 어색해지지.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가 내 뜻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 오늘은 그 대처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머리가 복잡해졌던 것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이렇게 정리해보니까 복잡했던 머리가 좀 가라앉은 것 같아.


오늘도 수고 많았어.


20190926_222341.jpg 오늘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