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해보자면 나를 제외한 분들은 모두 함께 일을 해오고 있거나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였고 나는 그중 한 분과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이긴 했지만 식사 자리는 처음이었던 상황이었어.
식사 약속이 잡힐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자리였지. 처음엔 나름 말을 꺼내보려고 했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말이 계속 나왔어.게다가 이번 점심 식사에 초대해 주신 분은나에 대해 너무나 좋은 첫인상을 갖고 계셔. 나와 직접적으로 알기 전에 갖게 된인상이기 때문에 대화하고 알아가면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런 생각은 결국 부담으로 이어져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진 상태였어.
나머지 분들께 나를 소개하시는데 마무리가 '근데 수줍음이 많은 것 같아' 였어. 예상은 했지만 딱 그 말을 듣는 순간 덜컥하더라. 아, 나를 이미 그렇게 보고 계시는구나.. 내향적이긴 해도 상황에 따라서, 알아간 시간이 길수록 내 진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데 이렇게 제2의 인상이 생겨버렸다는 게 아쉽고 슬펐어.
나 혼자만의 생각과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분들이 나에 대해 어색해하고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 보여서 더 어려운 자리였어. 이미 알고 지냈던 분들끼리는 근황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사이에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내가 어려워하는 상황의 복합체를 맞닥트린 거나 마찬가지인 시간이었어. 차라리 참석을 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때의 상황이 떠올라서 머리가 아팠어.
신입 초반에도 이런 상황이 꽤 있었지만 그땐 정말 모든 게 어렵고 어색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버텨왔어. 하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이런 모습도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노력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할지..
어떤 모습이라도 '내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이런 나를 누가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쿨하게 나는 나야, 라는 생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다운되는 분위기의 글을 쓰게 되었는데 한 번쯤은 이렇게 털어놓고 스스로 정리해보고 싶었던 부분이라 후련하기도 해. 해답을 찾지도, 이렇다 할 다짐을 하지도 못했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