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닥터 두리틀'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에 동물들의 반전 매력이 더해졌던, 전달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던 영화다. 웃음과 미소를 멈출 수 없었던 기분 좋은 영화이면서 동시에 단순히 가볍지만은 않았고, 다양한 동물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인 만큼 리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관에서 나온 직후 인상 깊었던 문장이 떠올려봤다.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떤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단편적인 장면들일뿐, 온전한 장면과 대사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내 기억력의 한계인가. 내 기억력이 이 정도까지였나. '모든 요일의 기록'을 쓴 김민철 카피라이터처럼 특출 난 기억력, 특출 나게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을 지니고 있었나. 혼란스러움을 뒤로하고 내 기억력을 탓하기를 멈춘 뒤 다시 생각해봤다. 지금까지 책보다는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즐겨봐 왔음에도 왜 책 리뷰를 더 많이 쓰고 영화 리뷰는 쓰지 못하고 있는지.
영화를 볼 땐 수동적인 입장이 되어 쉼 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 액션, 로맨스, 판타지, 애니메이션 등 장르 불문하고 영화의 스토리는 진행되며 장면들은 등장했다가 곧바로 사라진다. 영화 속 장면이나 메시지, 대화를 찬찬히 음미하며 보고 싶어도 영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생각해볼 틈도 없이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기에 바쁘다. 일시정지 기능이 있어도 중간에 멈추면서까지 영화 장면 하나하나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 리뷰를 해주는 방송 프로그램 '방구석 1열'을 좋아한다. 출연자들이 영화 속 세세한 장면을 캐치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 이야기해주는 것이 나로서는 신기하기만 하다.
다행히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음악영화는 예외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인상 깊은 장면과 인물들, 메시지가 하나의 곡으로 연결되어 다가온다. 노래의 가사까지 이해하며 볼 때의 몰입감은 엄청나다. 음악을 통해 영화의 느낌과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 두 편의 영화 리뷰를 쓸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감정과 생각을 꼭 글로 남겨야 해!'라고 리뷰 의지를 불태우게 했던 영화들. 나의 인생 영화 '라라랜드'와 마지막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멈출 수 없었던, 그 어떤 새드무비보다 감동적이었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 주인공이다.
독서를 생활화하고 습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100%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책 리뷰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책은 내가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인상적인 구절이나 문구가 있을 때 잠시 멈추고 그 부분만 여러 번 곱씹으며 읽을 수 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가도 다시 돌아와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의도하지 않았어도 글로 남기고 싶은 부분들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에 대한 내 생각도 정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리뷰를 쓰기가 좀 더 수월하다.
이렇게 영화 리뷰가 어려운 이유를 썼지만, 영화 리뷰를 하려고 시작했던 글이기에 검색해서 찾아낸 '닥터 두리틀'의 명대사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무서워해도 괜찮아.
나는 두려움의 노예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