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나에게 준 혼자만의 시간, 그 시간에 대한 기록
무언가를 누군가와 같이 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기 주저하게 되는 일.
아직까진 혼자라는 것에 대한 어색함이 남아있는 시기.
그렇기 때문에 더 갖고 싶은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 혼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한 곳에서 머무르고, 움직이고, 생각하기, 그리고 사진 찍기.
지금 내가 혼자라는 것으로부터 느끼는 설렘과 동시에 느껴지는 어색함.
아직까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혼자만의 시간.
혼자 있을 때 무얼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하면 좋을지.. 고민되는 시간.
그저 가만히 있어도 되지 않을까.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할 필요 없이, 그저 이 순간, 이 공간에 존재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삐 손을 움직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참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유로움을 느껴본 게 얼마만인가. 항상 시간에 쫓기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잠시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있으면 불안해서 뭐라도 하려고 했던 내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나만의 시간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저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순간!
그렇게 이틀째 혼자만의 시간을 갖던 도중,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의 위험성(?!)을 깨달은 순간 든 생각.
혼자서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주저되고 결국에는 실행에 옮기지 못할 때도 있지만 한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진다. 욕심이 더 커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억제되고 있던 나의 욕심과 고집이 혼자가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오랜만에(?) 얻은 휴가는 나의 계획을 방대하게 만들었고 평일에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면서 혼자 있을 때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대림 미술관이 월요일에 휴관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침 오늘까지가 무료입장이라니... 이왕 온 김에 웬만한 전시들은 다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마침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았다. 그래서 서두르지도 않고 한 작품을 보고 싶은 만큼 보면서, 느끼고 싶은 만큼 느끼면서 그렇게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렇게 큰 미술관에 올 생각이 애초부터 있었다면 편한 신발을 신고 왔었을 텐데.. 후회하는 마음과 함께 여전히 존재하는 나의 욕심... :)
뉴욕 MOMA에서 봤을 때처럼 역시나 한국의 현대미술 또한 쉽게 이해하기엔 어려운 작품들이 대부분.. 그럼에도, 그렇기에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고 싶기에 오래 머무르기. 한참을 바라보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나치기보다는 천천히 현대 미술의 매력을 느껴보기.
사진 전시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 또한 일반적인 사진전은 아니었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그 의도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누구나'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사진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야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고.. 내가 전문적인 사진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분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시대에서 내가 찍은 사진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 누구나 특정한 공간에 특정한 시간에 존재하기만 한다면 찍을 수 있는 사진. 그러한 사진을 찍었을 때, 그 사진이 나에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의미와 불러일으키는 감동은? 이런 생각을 나 또한 해보았고 그 이후로 한동안은 사진을 찍으면서도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너무나 일반적인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생각에서 탈피하기 위해 자신이 찍은 사진뿐만 아니라 기존의 존재하던 사진을 가지고 변형하고 키우고 축소해버린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일까?
이어지는 전시에는 나무를 주제로 한 사진들이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좋지 않은 분위기 속의 나무들이었다. 모두 사회의 발전, 재개발에 따라 관리되지 못하고 옮겨지거나 방치되는 나무들… 과거에는 나무가 가지는 의미가 컸고 특히 마을의 대표 나무가 있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단순히 경관을 위해 심어지고, 개발을 위해 버려지는 존재. 재생되고 있는 영상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이 곳은 원래 산이었다. 이제는 산에서 집들이 자란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는 시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고하는 사진들.. 그저 예쁘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시각적으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밖의 날씨는 그야말로 최고!
짧은 가을이 떠나기 전 햇빛 강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음껏 여유 즐기기.
주변에서는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확실히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즐거워서 웃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아쉽다. 멋진 것을 봤을 때 함께 환호하지 못하고 재미있는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점. 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차분하게, 조용하게 걸어 다니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바라보고 싶은 곳을 바라보고 찍고 싶은 순간을 포착하며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함께, 그리고 혼자
둘 중 어느 하나만을 고를 수는 없다. 너무나 매력적인 두 가지의 선택지.
다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혼자 있을 땐 그 순간에 깊이 빠져보자.
혼자 있고 싶다고 함께 있는 순간을 피하지 말고, 함께 하고 싶다고 혼자만의 시간을 버리지 말자.
그 순간이 소중한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니까.
또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전까지 치열하게, 열심히,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