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 날, 매일 밤 한 편의 글쓰기를 다시 한번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고 어느새 오늘이 50번째 글이다. 50번째 글을 마지막으로 두 번째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첫 번째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는 '오늘 하루 나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했다. 글의 형식이 편지였을 뿐이지 사실상 '나만의 일기'였다. 순전히 내 이야기를 담은 나만의 일기임을 알면서도 한번 시작한 매일 글쓰기를 그만두면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 같아 어떻게든 써 내려갔다. 그러던 중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 지어 글을 써야 한다는 작가님들의 조언에 깔끔히.. 프로젝트를 접었다.
매일 쓰기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순간부터 다시 브런치와 멀어졌다. 브런치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았다. 간간히 책 리뷰 정도만 올릴 뿐이었고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감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주변의 자극을 받아 다시 한번 시작한 '매일 밤 남기고 싶은 이야기' 프로젝트. 이번에는 편지 형식을 가장한 일기, 나만의 이야기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쓰고 싶은 글감도 미리 찾아 정리해두고 일상을 관심 있게 관찰하며 글감을 발견했다. 첫 번째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보다 성과라면 성과라 할만한 결과도 얻었다. 조회수가 꾸준히 나왔고(그래 봤자 100 미만 대이지만) 그중에 하나는 이상하리만큼 너무 많은 조회수가 나오기도 했다.(아직도 미스터리 한 조회수..) 구독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났고 발행하는 글마다 좋아요, 댓글로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것만으로도 첫 번째 프로젝트보다 조금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첫 번째도 그랬지만 이번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도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기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책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작가는 매일 새벽 시간을 확보하여 그 시간 안에 글을 완성시켜 매일 발행한다고 한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틈틈이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하여 매일 글쓰기가 무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매일 글쓰기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계속 쓰고 싶었다. 하지만 짧게라도 한 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곧 글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확실히 매일 쓰다 보니 글 쓰는 속도가 붙고 좀 더 수월해졌음을 스스로 느끼기도 했지만 밤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돌아온 뒤에도, 몸이 좋지 않은 날에도 어떻게든 글 한편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꽤나 부담이 되었다. 글을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인지 글이 길어지는데 매일 한정된 시간 안에 완성시켜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길이가 되면 억지로 마무리 짓거나 어색한 구조의 글이라는 것을 알면서 발행해야 했다. 발행한 글 중에서 더 깊고 자세하게 다루고 싶은 내용들도 많았지만 모두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룬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근 좋은 기회로 어떤 독립출판사 사장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내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를 말씀드리며 브런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브런치 작가님 이후 오랜만에 받은 객관적인 피드백이었다. 글을 쓰는 것과 책을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며 지금 내 글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하셨다. 독자들에게 말하는, 독자들을 향한 글이 모여 책이 되는 것인데 무언가 말을 하는 것 같다가도 결국 내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글의 내용도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라면 더 좋겠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신경 쓰기 어려웠던 부분이었다. 나름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계를 뛰어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그동안 제3자로부터 피드백받는 것을 어려워했다. 회피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글의 민낯을 드러내기 두려워했다. 지금의 과정이 시행착오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행착오가 아니길 바랐다. 처음부터 대박이 터지는 글을 썼다면 그야말로 대박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또한 시행착오 중 하나임을 인정하고 수정하여 발전하고자 했어야 했지만 의지가 부족했다. 방향이 잘못되었음에도 매일 글쓰기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못하고 밀고 나갔다.
철저한 제3자의 관점에서 피드백을 받은 지금, 다시 한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매일 글쓰기는 습관을 들이고 감을 유지하기에 좋지만 현실적으로 계속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독자들을 향한 글, 더 깊고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리한 매일 글쓰기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글에 살을 덧붙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두 번의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어떤 형식의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발전된 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한 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