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으로 내 삶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영화 <클릭>

by 도르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시간을 멈추거나 건너뛸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 상황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신나고 기대되는 상황이다.


영화 <클릭>은 만능 리모컨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리모컨 버튼을 클릭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준다. 처음 기능을 알았을 때는 단순히 시간을 일시정지를 하거나 소리 볼륨을 조정하고 출근길 교통체증을 빨리 감기로 건너뛰는 정도로 사용한다. 주인공은 삶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일’을 1순위로 두며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가족도 물론 소중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승진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어린 아들과 딸은 주인공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하지만 회사에서 주어진 일에 더 집중해서 빨리 파트너로 승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가족과의 시간마저 포기한 채 일에 몰두한 결과, 회사의 파트너로 승진이 결정된 줄 알았지만 승진은 뒤로 미루어졌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실망하며 승진한 시점으로 ‘빨리 감기’를 해버린다. 길어봐야 몇 달 후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1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빡하는 사이 흘러버렸고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은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그저 빨리 지나가버리길 바라는 마음에 빨리 감기를 눌렀던 순간인 아내와의 말다툼, 아픔, 승진하기까지의 과정, 출근길 모두 이제는 자동으로 빨리 감기가 되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그제야 리모컨의 위험성을 깨달은 주인공은 반납하려고 하지만 처음부터 반납 불가 조건으로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애써도 리모컨은 주인공 손안에 들어있을 뿐이다. 이제는 주인공이 원하지 않더라도 시간은 빨리 감기 되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그 사이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버리고 아내는 그와 이혼하여 새로운 사람과의 가정을 꾸린다. 지나가버린 시기 중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 리모컨을 통해 과거 자신이 놓친 순간을 되돌려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순간 속에서마저 주인공은 아버지를 본체만 체 하고 아버지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다.


그토록 원하던 회사의 사장이 되었지만 그 간의 시기를 모두 놓쳐버리고 만 주인공은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겨 병원에 입원한다. 병문안을 온 아들은 회사 일 때문에 이제 막 결혼해서 떠날 예정이었던 신혼여행을 미루려 한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밖으로 뛰쳐나와 가족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하는 말은, ‘신혼여행.. 신혼여행..’ 일보다 가족을 우선순위로 두고 신혼여행을 미루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한 것이다. 나머지 가족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다시 깨어난다. 관 속이 아닌 마트에 전시된 침대 위에서, 바로 만능 리모컨을 갖게 되기 전 순간으로. 지금까지의 일들은 모두 ‘꿈속’의 일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원래라면 취소했을) 주말 캠핑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하며 저녁엔 부모님을 초대하자는 제안까지 한다. 어느새 옆에 올려져 있는 만능 리모컨은 깔끔하게 버리며 영화는 끝난다.




아직도 화요일이네.. 빨리 주말이 왔으면 좋겠다.

이번 달은 공휴일도 없네.. 빨리 연휴나 왔으면 좋겠다.

빨리 휴가 가서 쉬고 싶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바람일 것이다. <클릭>의 주인공이 출근길 교통체증이 싫어서 빨리 감기를 하는 것처럼, 평일의 근무시간을 빨리 감기 해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출근한다. 그야말로 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내 좀 더 생각해본다. 정말 오늘 하루가 그렇게까지 빨리 보내버리고 싶을 만큼 싫은가? 출근해서 마시는 커피, 골치 아팠던 일을 해결했다는 성취감, 동기들과 먹는 맛있는 점심, 파란 하늘 아래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하는 잠깐의 산책, 업무 시간 틈틈이 부서원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 분명 스트레스받는 순간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루를 통째로 보내버릴 만큼 의미 없고 싫은 날들은 아닌데 말이다. 반복되는 출근길 위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로봇처럼 빨리 주말, 빨리 공휴일, 빨리 휴가.. 를 되뇌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주말과 연휴를 정말 만족스럽게 보내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잘 수 있는 최대한의 늦잠을 자고 일어나며 소중한 주말의 반이 날아가버렸다면서 괜한 짜증을 부린다. 빼곡히 채워 넣은 주말 계획은 고사하고 한 두 가지 계획만이라도 잘 달성하면 다행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 <클릭>해서 원하는 시간대로 갈 수도, 시간을 멈출 수도, 지겨운 시간을 빠르게 보내버릴 수도 없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날도 언젠간 오고,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날도 결국엔 지나가기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 이날 하루를 어떻게 보내게 될지는 결국 ‘내 마음’에 달려있다. 리모컨으로 빨리 감기를 클릭하지도 않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흘러가 있을 때가 많다. 뭔가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지나가버린 것 같은 느낌은 허탈하고 허무하다. 그동안 무얼 했나 아쉽기만 하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뒤덮여갈수록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없다. 건강하게 일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매 순간 상기시킨다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은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이 순간에 충실하자.


지금 현재,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 한번 깊게 느낀다. 일에 치여있는 사이에, 너무 당연해서 익숙해져 버린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닐 수도 있음을, 언제까지나 지금의 모습으로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영화는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변하지 않는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되돌아보자.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루고만 있지는 않은지, ‘조금만 더, 이것만 하고 나면, 이 일만 성공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막연한 때를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은지.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내 마음을 더 표현하자. 마음이라는 건 아무리 표현해도 모자란 것이 아닐까 싶다. 부모님께, 할머니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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