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이제는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할 때

by 도르유
독일은 우리에게 요술 거울이다

이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는 너무나 크다. 있는 그대로 비춰주면서 동시에 일그러져 보이는 거울,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우리의 삶이 독일의 요술 거울 앞에서는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모습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독일이라는 나라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낯을 비춰볼 수 있으며 어쩌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불행이 당연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함과 동시에 민주주의 국가가 된 나라이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없는 민주주의라는 아이러니한 문제에 직면해있다. 정치적 민주화만 이루었을 뿐, 사회·경제·문화 민주화에 도달하기에는 노력해야할 부분들이 많다. 구성원들의 주체적인 자치가 가능한 지배구조로 조직이 바뀌어야 하며, 노사공동결정제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통용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적·수평적 관계 개선으로 문화 민주화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몇 문장으로 설명하고 끝낼 정도로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문제를 인식하고 바꾸어나가려는 노력이 사회 전체에 걸쳐 필요하다.


>> 정치 민주화를 이룬 민주주의 국가? 사회, 경제, 문화 민주화가 부재한 민주주의 없는 민주주의 국가!

#사회민주화
- 조직 내부의 지배구조 형성 방식 : 구성원들의 자치
#경제민주화
- 경제기구(기업) 내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 : 노사공동결정제(노동자 권한 강화)
#문화민주화
- 인간관계에서의 민주적 수평적 변화 : 호칭 파괴
- 코뮌운동 : 공동체적 삶, 성 공동체

>>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대하면서 취약한 이유

- 민주주의가 없는 민주주의 : 일상에서의 민주주의자 부재, 광장 민주주의와의 괴리
- 일상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며 공개적으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한국의 실태
- 개개인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68혁명’.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던 사건이었다. 50년 전,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며 시작된 68혁명은 유럽을 거쳐 일본까지 도달했지만 우리나라까지 오지 못했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우리나라에서 막았다고 해야겠다. 전세계적으로 68세대들의 변혁이 일어나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병영국가의 시민이 되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시기라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당시의 역사적 흐름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86세대들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정치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그 밖의 사회 개혁까지 관심을 갖고 이끌어나갈 여력이 없었다. 적어도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 정도의 소망만으로도 엄청난 사치를 부리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68세대와의 차이점이고 현재가 그 결과이다. '발전은 압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성숙은 압축적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건인 ‘68혁명’의 결과, 새로운 독일이 탄생했다. 부끄러운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복지 국가의 대표가 되어 비판교육, 동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이다. 보통 독일식 유머는 재미없다고 한다. 심지어 독일인들조차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치적 풍자와 권력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개그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고 공격하는 내용이 웃기다며 개그소재로 쓰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문화다. 독일식 유머가 재미없다고 말하기 전에 한국 사회에 이미 너무 만연해져버린 비뚤어진 모습을 반성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현재의 독일은 일본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 한국의 분단 '현실', 중국의 패권주의 '미래' 모두를 동시에 풀어낸 나라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러한 독일의 모습이 곧 우리에겐 요술 거울이 되어 비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산재되어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공감되면서 반성했던 것은 바로 ‘자기착취 사회’이다. 내 안에 노예 감독관을 심어두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만드는 사회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계발이라는 멋진 단어로 포장되어 이를 소홀히 하면 사회에서 낙오될 것 같고 실패했을 때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며 자기착취를 멈추지 못한다. 68세대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자기착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대부분이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이는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제체제이다. 반면 독일의 주요정당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실업과 불평등에서 만큼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하며 시장경제의 효율성은 활용하되 야수성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주의이다. 헬조선, 자살률 1위, 높은 노인빈곤율, 취업 전쟁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건 보수와 진보 간의 경쟁이 안닌 수구와 보수의 과두지배 상황 속에서 현 기득권을 적당히 유지해나가는 정도로만 이어나가려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헬조선의 원인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어렵지만 관심을 갖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6개월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친숙하게 느껴졌던 독일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내가 알던 독일은 정말 일부분에 불과하고 그것마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왜곡된 이미지일 뿐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단순히 흡수통일을 이루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동독이 먼저 자발적으로 움직여 통일이라는 결과까지 이끌어낸 것일 줄은 몰랐다. 빠르게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통일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어느 한쪽의 힘에 의한 인위적인 통일이 아닌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각자의 문제점이 치료된 상태에서의 통일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그 과정은 강대국에 종속되어 의존하는 형태가 아닌 우리나라가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 남북 각각의 문제점

- 남한 : 약탈적 자본주의의 인간화
- 북한 : 권위적 사회주의의 민주화




무한 경쟁의 나라. 빨리빨리의 나라. 결과의 원인을 개인이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나라. 개천에서는 더이상 용이 나지 않고 자신에게 흙수저라는 이름표를 붙이며 다이아몬드 수저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나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고 사회적 문제와 현상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그 중심에는 경제력과 경쟁력만을 두고 있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리가 불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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