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찐친 딸’이 되기 위한 8가지 방법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진짜 친구 사이가 되기까지

by 도르유

엄마의 진짜 딸, 친딸로 태어났지만 진짜 친구, 찐친 딸이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누구보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아무런 편견 없이 나를 바라봐주는 부모님, 특히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와의 관계는 유일무이하다. 걱정과 불안, 기쁨과 슬픔, 수만 가지의 감정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이. 세대 차이에서 오는 서로 다른 시각과 생각이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깊고 다양하게 대화하며 엄마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있다.


내가 엄마를 친구 같다고 느낀 건 24살로 넘어가는 겨울 둘이서만 떠난 대만 여행에서였다. 그전까지 가족여행을 다닌 적은 있지만 엄마와 단둘이서 해외여행을 간 건 처음이었다. 4박 5일 동안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기분이 다운되기도 했지만 여행의 대부분은 엄마와 나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비가 와서 온몸이 다 젖었을 때도 오히려 방방 뛰어다니며 그 순간을 즐겼다. 돌발적으로 일어난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는 웃느라 힘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함께 여행을 하며 엄마의 딸이면서 동시에 엄마의 친구가 되었다.


5일이라는 긴 추석 연휴를 부모님과 온전히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다시 한번 느꼈다. 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함께 있으면 편하고 재밌구나.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는지 바로 아는 사이, 웃을 때 함께 웃고 진지할 땐 같이 진지해지는, 서로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그런 사이. 특히 엄마와는 확실히 같은 여성으로서 느껴지는 동질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들이 깊어지면서 엄마와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물론 아빠도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언제든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이시다 :)


일반적인 모녀지간으로 살아가도 아무 문제없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단순한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더 나아가고 싶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좀 더 신경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엄마의 진짜 딸이자, 진짜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보다 자연스러워진 행동들이 엄마와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있다. (엄마도 그렇게 느끼고 계시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엄마의 찐친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앞으로도 계속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낼 수 있을까.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한 번쯤 생각해보고 되돌아볼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엄마와의 사이가 흔들릴 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_불렀을 때 바로 대답을 한다. 크고 밝게!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엄마가 화를 냈던 포인트 중 하나는 나와 동생을 불렀는데도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을 때였다. 밥을 먹으라고 부를 때, 와서 이것 좀 치우라고 할 때, 준비를 마치고 나가기 직전 등등 행동이 동반된 대답을 해야 하는 순간 몸이 움직이기는커녕 입조차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엄마가 무슨 일로 인해 나를 부를 때는 '네?' '네!'라고 바로 대답을 한다. 움직일 필요가 없다면 대답을 하고 끝내면 되고 행동해야 한다면 그다음 바로 행동하면 된다. 대답도 가능하면 크고 밝게 하려고 한다.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대답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좋을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 간단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면서 엄마의 화냄 포인트 하나가 사라졌다.


2_리액션은 크고 다양하게 즐겁게!

잘 대답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기본적으로 대화는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쪽이 아무리 적극적이어도 다른 한쪽이 시큰둥하면 그 대화는 금방 힘이 빠져버리기 마련이다. 내가 한쪽에서 다양하고 큰 리액션으로 노력한다면 엄마는 나에게 긍정적인 칭찬을 해주신다. 어릴 때만 해도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엄마가 잔소리를 하며 왜 이렇게 했냐는 얘기를 하실까 봐 나도 모르게 위축되곤 했었다. 어느 쪽이 먼저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결정, 행동에 대한 엄마의 긍정적인 반응과 나의 밝고 다양한 리액션이 선순환 대화를 만들고 있다. 한쪽의 기분이 다운되어 있더라도 다른 쪽에서 밝고 즐겁게 대화를 시작한다면 금세 끊임없이 활기차게 이야기가 이어나갈 것이다.


3_그날 하루, 한 주에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다

어렸을 때부터 저녁 식사 시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가족들 모두 빠지면서 함께 저녁 먹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럼에도 다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얘기들을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이 가족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주알고주알 얘기한다. 특히 취업을 하고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마주 보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말밖에 없어졌다. 주중에 말하지 못하고 꾹꾹 담아놨던 이야기보따리를 집에 도착하자마자 풀어낸다. 자연스럽게 각자에게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4_함께 여행한다

여행을 정말 특별하다.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지만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서도 그 특별함이 남달라 진다.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으로 대만을 다녀온 후에는 일주일 동안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와 갈 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들을 엄마와 갈 땐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하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엄마만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내 마음대로 막 해도 된다는 편안함이 아니라,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느낌에서 오는 편안함이다. 그런 편안함은 함께 여행을 하면 할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그렇게 고생과 즐거움이 공존했던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남아있다. 당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넘쳐난다.


5_방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거실과 부엌 식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내 방에는 버젓이 책상이 있지만 책상 기능이 사라진 지 몇 년이 된 듯하다. 언젠가부터 무슨 일을 할 땐 언제나 부엌 식탁에 앉는 습관이 들었다. 책을 읽거나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책상이 아닌 식탁에 앉는다. 처음엔 엄마도 방에 책상이 있는데 왜 여기에 나와서 하느냐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신다. 가족들에게 익숙해진 풍경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인 할 일을 하고 있을 때 거실에서 부모님이 티비를 보시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는 이 자리가 좋다. 각자 따로 할 일을 하고 있어도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도 무언가 얘기할 일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서 얘기해도 되고 식탁 의자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도 된다. 닫힌 창문이 있는 책상보다 탁 트여있는 식탁이 좋다. 방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으로 충분하다.


6_엄마의 기분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다

사실 나는 성격, 성향으로 따졌을 때 아빠 쪽에 가깝다. 다소 예민하고 주변 여러 일에 신경을 세우는 엄마보단 무던하고 허허 거리는 성격을 가진 아빠와 닮았다. 그렇다 보니 엄마의 감정과 기분을 빠르게 파악하고 눈치채는 일이 어려웠다. 사실 지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가 평소보다 더 다운되어있고, 말수가 적다고 느껴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많다. 엄마가 마음 깊숙이 있는 이야기까지 꺼내어 얘기하시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나도 깊게 알려고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럴 땐 나도 가만히 있거나 분위기를 살피며 엄마의 기분이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도 요즘엔 엄마가 예전 같았으면 꺼내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곧잘 해주시는 것 같다. 속이 상하거나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까지 얘기하시는 걸 보면 내가 엄마에게 더 믿음직하고 기댈 수 있는 사이가 된 듯하다.


7_삐지거나 기분이 상했을 때 얼굴과 말투로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님과 얘기를 하다가 순간 기분이 상해버렸을 때 나도 모르게 입을 삐죽 내미는 게 기본적인 반응이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입을 내밀고 눈을 내리깔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다. 부모님은 그렇게 하는 버릇을 고치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젠 사라진 버릇이다. 물론 함께 살고 부대끼면서 서로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하거나 억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다만 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인지 조금은 깨달은 것 같다. 기분이 상했음을 표현하되 오해가 없도록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사실 그렇게 기분이 상하는 대화를 했던 기억이 까마득하다.


8_같은 내용을 여러 번 물어봐도 귀찮아하지 않고 대답한다.

같은 내용을 연이어 여러 번 물어보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엔 아까 다 얘기했는데 왜 또 물어보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대답하는 건 돈이 들거나 시간이 드는 일도 아니다. 아까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짜증부터 내기 전에 그저 다시 한번 대답하면 된다.




정리를 해보니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대인관계에 있어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의식적으로라도 신경 쓰며 지키는 일들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소홀히 하게 되는 행동들. 사소하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하나하나의 행동들이 모여 엄마와 나를 친구사이로 만들었다.


가족이니까 이해해주겠지, 가족인데 이 정도는 괜찮아, 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면 가족과의 사이는 평행선에서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 마음을 잊지 말고 되새기며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 동생과의 관계에서도 더 돈독하고 친구 같은 사이로 계속 발전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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