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라는 울타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만난 친구들과 영원히 이 관계가 지속될 것처럼 지낸다. 하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지만 공유할 공통사가 없어진 관계는 누가 먼저 용기를 내기 전까진 연락이 닿기 어렵다. 각자가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뜻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기가 힘들다.
조만간 보자
새해, 명절, 생일이라는 명목 하에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게 되면 건네는 말. 기약 없는 말일뿐이지만 이렇게라도 가는 관계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그 마음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반면 깊고 길게 유지되는 관계가 있다. 별일이 없어도 연락할 수 있는 사이, 무슨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친구,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고민 없이 먼저 연락해서 말할 수 있는 그런 관계.
한때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린 적도 있었다. 그야말로 깊고 넓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 남는 관계는 그중에서도 내 마음과 시간을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소수였다.
권태기
권태로움이라는 건 연인 관계에서만 느끼는 건 줄 알았다. 친구 사이에서도 권태로움이 오고 이를 극복해야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연인이든 친구든 누군가를 오래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버린다. 익숙함은 편함과 권태로움을 동반한다. 편해지기만 해서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거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더 이상 그 관계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소수의 친구들만 남겨지는 과정에서 관계에 대한 권태로움을 처음으로 느꼈다. 분명 긴 시간을 함께 알고 지냈고 그만큼 함께 나눈 추억도 많지만 그것뿐이었다. 그 이상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나누기에는 내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다. 계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내어 만남을 가지는 게 그리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생각까지 미치자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만난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이러한 과정을 처음 겪다 보니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건지 스스로 계속해서 물어봤던 것 같다. 이렇게 오래된 친구 관계를 끊는 것이 정말 맞는 건가, 괜찮은 건가, 아니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멀어질 관계를 미련하기 붙잡고 있던 거였나..
최근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먼저 연락을 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 관계를 다시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한 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시간이 흐른 만큼 친구는 내가 모르는삶을 보내왔고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조만간 보자
용기를 내 연락을 했지만 각자의 삶이 바쁘고 시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만남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시간 맞을 때 보자는 말만 계속되고 있다.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누구보다 친했고 많은 것을 공유했고 편하게 만나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연락 한통조차 보내기 어려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앞으로 이런 관계는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취업 이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혼, 육아 같은 일들 겪으며 더더욱 각자의 삶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코로나로 단절된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만남이 더 간절해진다.그동안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만나서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아직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 인간관계에 감사하다. 조만간 보자는 말로 끝나는 사이가 아닌, 언제 어디서 보자고 바로 추진될 수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