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심이 사라졌다.
2021년이 2주도 남지 않은 지금, 엄청난 혼란스러움이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누가 뭐라 하든,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오직 나에게 집중하며 오로지 나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함을 알면서도,
휘둘린다.
휘둘려버린다.
휘둘리고 만다.
모두 나를 위한 말이란다.
다 너를 위한 말이야, 다 너를 위해서야, 다 네가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반대되는 말을 한다.
여기보다 더 나을 거야, 가면 더 많이 배울 거야, 좋은 경험일 테니 가봐, 지금 상황보다는 더 나아질 수 있어..
거기 가면 더 힘들어지기만 할 거야, 가면 심부름만 하다가 올 텐데 가지 마, 굳이 그렇게 힘든 곳을 왜 지금 가려고 하니..
알고 있다. 순수히 나만을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흔들린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모두가 나를 위해 하는 말 같아서. 나를 위해 건네는 진심 같아서. 모두가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까, 근데 더 힘들다는데 정말 그러면 어쩌지, 가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면 어떡하지,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괜찮았던 것 아닐까,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곳에서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좋은 기회잖아.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하는데 놓쳐버리는 건 아닐까...
잠깐 사이 수십 번 동안 마음이 달라진다. 그 와중에 양쪽에서 들리는 서로 다른 말들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어찌할 수는 없지만 내 상상보다도 더 큰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나를 둘러싼 갈등이 생겨버렸다. 아무것도 아닌 나로 인해 너무나 커져버린 상황이 벅차기만 하다. 지친다. 학생 때는 생각도 못했을, 상상도 못 한 다양한 일들을 겪고 있다.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에 비해면 새발의 피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겪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지금 이 상황은 아주 잠깐,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갈 일일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자. 피하지 못할 일이라면 맞서 싸우진 못하더라도 대면해야 한다. 어떻게든 결론은 날 것이고, 시간은 흐를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다. '내 마음'을 따라가야 한다. '내 중심'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나만 생각하라는 선배님의 말 한마디를 다시 한번 되뇐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 현재 상황 같은 거 고려하지 말고 오직 나만 생각하라는 말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이 결정으로 인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신경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사라져 있을 것만 같다. 주변에 평생 휘둘리며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면 '나'를 되찾아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는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다. 100% 완벽하게 나에게 맞는 결정은 없다.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가 언제나 밝기만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후회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당시의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