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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유 Jun 25. 2022

6월, 죽음을 맞이하는_마음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나의 엄마의 엄마,

나의 외할머니


6월 20일 저녁,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셨다.


구순이 넘는 연세에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셔서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는, 길어도 몇 개월이라는, 어느 정도 예정된 헤어짐이었음에도 실제로 현실이 된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임종 준비를 하라는 병원의 말에 따라 주말에 모두가 모여 한 명씩 외할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다른 기능은 몰라도 귀로는 다 듣고 계신다고 했으니 나의 목소리도 들으셨으리라 믿는다. 


주말을 넘겨 월요일이 되었고, 결국 출근을 했지만 월요일 저녁 아빠의 전화로 외할머니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엄마, 이모들, 삼촌까지 할머니의 자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주무시다가 천천히, 편안하게 숨을 거두셨다고 한다. 엄마는 최대한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셨지만 그럼에도 터져 나오는 슬픔 앞에서 힘들어하실 때 옆에서 손을 잡아드리며 함께 슬픔을 나누려고 했다. 더 이상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다는,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할수록 슬픔이 몰려올 수밖에 없었다.


장례식장에서까진 그래도 잘 참으며 보냈는데, 서울 추모공원에서 진행된 화장 과정에서 엄마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요즘은 화장되는 장면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있어서 1시간 20분 남짓동안 거기에 앉아있게 되는데 그 공간에서 엄마가 정말 엉엉 우셨다. 나의 엄마의 엄마를 부르면서... 외할머니의 사진 속 모습이 너무나 슬퍼 보인다고 하셨다. 이제 더 이상 우리를 보지 못하는데 슬플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슬퍼 보인다고.. 그런데.. 정말 그래 보였다. 장례식장에 서까지만 해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었는데 대기장소에 놓인 할머니의 영정사진 속 모습이 너무나.. 너무나 슬퍼 보였다. 그래서 엄마께 슬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사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할머니의 입장이라.. 그래서 더더욱 슬픔이 커졌다. 우리 못지않게 할머니도 많이 슬퍼하시겠구나.. 서로를 보지 못하는 슬픔을 똑같이 느끼겠구나..


죽음이라는 단어는 한번 깊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두려움이 너무나 크게 몰려온다. 무교라서 그런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어떤 믿음을 갖고 있지 않아서일지 모르겠지만, 죽음 이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크게 느낀다. 그래서 아직까지 나의 죽음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부모님, 남동생, 주변 사람들에 대한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저 외할머니께서 하늘나라에서 외할아버지와 함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거라 믿을 뿐이다. 나의 친할아버지도 두 번이나 내 꿈속에 나와주셨는데, 또 나와주셨으면 좋겠다. 


내일부터는 외할머니의 49제를 치르게 된다.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극락왕생하실 수 있도록 초제에 함께하려고 한다. 무교이지만 외할머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마음은 다를 바 없기에...


할머니,

그동안 사랑으로 보듬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고 싶어요.

할머니의 사랑 평생 기억할게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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