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월_글씨체와 글쓰기

by 도르유

오랜만에 생각이라는 걸 좀 하게 되어 쓸 수 있게 된 8월, 이달의 생각.





글씨체


지금은 사라졌겠지만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매년 '예쁜글씨 대회'라는게 있었다. (정확한 대회명은 잊어버렸다.)


정갈하고 바른 글씨체로 잘 쓴 학생들에게는 상이 주어졌는데, 그 안에 내가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야말로 정갈하고 바른 글씨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학급 내에 유독 자기만의 글씨체로 귀엽게, 멋지게 쓰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의 짝꿍이 되면 자연스럽게 글씨체를 엿보게 되었다.


나도 비슷하게 쓰고 싶은 마음에 따라 쓰며 연습했다. 동글동글한 글씨체를 어느정도 비슷하게 따라 쓸 쯔음이 되면 또 다른 글씨체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는 휘갈겨 쓰는 멋진 글씨체다. 따라 써보고 싶어진다. 연습해서 얼추 비슷해진다.


그렇게 여러 글씨체를 보고 따라 써보며 학생 시절을 보낸 결과,


섞이고 섞여서 지금 나의 글씨체는 이도저도 아닌, 그야말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글씨체가 되어버렸다.


특히 점차 글씨를 쓸 일이 줄어들면서 오랜만에 펜을 잡고 메모를 좀 하려고 하면 이게 내 글씨체가 맞나.. 싶은 모양이 그려진다.


그렇다고 악필까진 아니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다.


나름 글씨 잘 쓴다고 대회에서 상까지 받았던 어린이였는데 말이다.




어떤 글씨체로 글씨를 쓰고 싶어?


나는.. 둥글둥글 귀엽게도 쓰고 싶은데 또 멋지게 휘갈기는 어른 글씨체로도 쓰고 싶어




마치 어린시절의 내가 여러 글씨체에 욕심을 내다가 결국 정의 내릴 수 없는 글씨체가 탄생한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글쓰기


어떤 글을 쓰고 싶어?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읽고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어. 그렇다고 내 개인 사생활이 노출되는 건 원치 않아.


진지한 글도 쓰고 싶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도 쓰고 싶어. 아, 내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면 더 힘이 날 것 같아.




어떤 글을 쓰고 싶은걸까 스스로에게 되물었을 때 명확하게 하나의 답을 하지 못하겠다.


재밌는 글을 보면 나도 저렇게 쓰고 싶고, 감성적인 글을 보면 그 표현력을 따라하고 싶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에 감탄하며 나는 왜 저렇게 쓰지 못할까 생각한다.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나의 글.




말보다는 글이 편해서 10년 넘게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있고 한 때 브런치에도 열심히 글을 올렸지만


그렇다고 글쓰는게 수월해서 휘리릭 써지지는 것도 아니다.


어떨 때는 문장 하나조차 마음에 들게 만들어지지 않아 글을 완성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읽는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재밌게 쓰지도, 공감을 얻어낼 정도로 풍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나는 왜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걸까.




처음엔 내 개인 일기장처럼 기록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글쓰기였다. 복잡한 마음을 글로 풀어쓰면 생각 정리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록해두면 나중에 기억하기 좋아서 정보성 글도 쓰게 되었다.


이왕 블로그에 공개글로 올리는거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하나라도 도움이 되거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떨 땐 지금처럼 최근 떠오른 생각을 바탕으로, 또 어떨 땐 내가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정보를 가미한 글을 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당시를 추억할 수 있길 바라며 여행 기록을 올리기도 한다.




여행, 대학생 시절 기록, 주식, 부동산, 결혼, 신혼집...


시간이 흐르고 글이 누적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블로그가 되어버렸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나의 이야기' 라는 것.


'memorable days'라고 블로그 이름을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기억할만한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나의 공간.


내 이야기, 그러니까 개인 일기 같은 글을 올리면서 누군가의 공감과 댓글을 바라는 게 아이러니이긴 하다.




이도저도 아닌 글씨체이지만 그렇게라도 마음을 담아 꾹꾹 편지를 써내려가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공감 수가 얼마 없어도, 조회수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글을 계속 쓰고 싶은 이유,


내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




역시나 이번 글도 쓰다보니 생각하지 못한 결론에 이르렀다.


원래는 어떤 식의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글이었는데..


쓰다보니 스스로 생각정리가 되어버렸다.


이런게 바로 글쓰기의 매력이지 않나 싶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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