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실 때면 마치 나에게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이 주어진 기분이었다. 그땐 '자율', '책임'이라는 생각까지 미치진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알아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는 알았던 것 같다.
요즘엔 알아서 하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에게 어려움을 주는 일이 있다.
'적당히 한다는 것'
"적당히 좀 해"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나 스스로에게 말한다. 적당히 할 수는 없냐고..
'적당히'의 기준은 뭘까. 끊임없이 생각해보지만 정해진 답을 찾기엔 너무나 주관적인 말이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면 나에게 맞는 '적당히'의 기준을 찾아 그 정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욕심'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대상은 음식, 인간관계, 사랑, 돈, 명예와 같이 다양하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이 눈 앞에 있는데 남겨 버려지는 게 싫고 아까워서 배가 불러오는데도 싹싹 먹으려고 한다.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는 이유...) 음식에만 욕심이 있는 건 또 아니다. 주변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오래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때론 그 욕심에 비해 내 노력이 부족해서 연락이 뜸해지고 보지 못한 지 몇 년이 되어가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도 나와 연결된 너무나 좋은 인연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기에 더 노력하려고 한다. 연애도 잘해서 사랑도 많이 받고 많이 주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에 임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 돈도 많이 벌어서 부족함 없이 내 인생을 즐기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만약 이런 내 욕심들이 과해지면 어떻게 될까. 자제하지 않고 음식을 먹다 보면 살이 쪄서 몸이 무거워지고 무기력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나빠질 것이다.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그 관계가 어긋나거나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자존감까지 무너질지도 모른다.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받는 사랑에 익숙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아 그 사랑을 더 갈망하고 요구하다 보면 서로 지칠 것이고 그 관계가 끊어질 때 받는 상처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내가 무얼 하고 싶다, 자신 있게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인턴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인정 욕구와 일에 대한 욕심이 내가 생각했던 정도보다 크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을 마쳐서 확인을 받을 때 인정을 받고 싶고 그 인정이 또 다른 업무로 이어져서 일이 계속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기쁘고 행복하다. 그래서 더 새로운 역할과 업무가 나에게 주어졌으면 했고 이를 잘 수행했을 땐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것들은 잊혀지는 기분이었다. 반대로 내가 원했지만 주어지지 않은 역할에 대해서는 미련이 계속 남고 무슨 업무일지 궁금해하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생겼다. 때론 쿨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이전에 모의면접에서 질문받은 것 중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는데 의미 없고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을 오랫동안 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 나는 꽤 이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아직 그런 상황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면 그렇게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말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라도 직접 경험을 해보니 이상적이어도 너무 이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적으로 비슷한 업무를 지속하다 보면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싶다. 또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다짐한다. 주어진 일에 충실하자. 아무리 반복적이고 사소하고 의미가 없는 일인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반대의 경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결국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적당한 정도'를 지키는 것. 욕심을 갖되 그 정도가 너무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도록.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어려운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스스로 질문하며 '그 정도'를 찾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