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로드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

by 도르유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조금이라도 먼저 앞으로 가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 속의 나. 그런 내 모습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음을 느끼는 요즈음. 언제부터인가 약속에 늦지도, 지각하지도 않은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급하게 걸어가고 있는 내 발걸음을 발견하곤 한다. 그저 가야 하는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 내 모습.


며칠 전 퇴근길, 어김없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중 왠지 모를 답답함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 많던 단풍잎들이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만 앙상히 남아있는 가로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곧 멍해졌다.


나, 뭐가 그리 급하다고, 빨리 걷고 있는 거지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 속의 나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런 존재.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조급한 마음이 앞서 안절부절 못하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해 후회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유를 부리기엔 욕심 많고 알고 싶은 게 많은,

그런 존재.


앞만 보고 살아온 시간. 그 시간 속 나의 길 주변은 얼마나 멋졌을까.

나는 얼마나 많은, 주변의 멋진 모습들을 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걸어온 것일까.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급할 것 없다. 조급해할 것도 없다.

앞만 보고 걷다가 지칠 때쯤엔, 너무 빨리 걸어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땐,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자. 생각하지 못한 곳에 기쁨이, 행복이,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2016, 제주도, 김녕미로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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