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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구나. 그럼에도 반드시 숨통은 트여.

by 여니




"애순아, 살다가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오거든, ㅡ
몸 고되면 마음이 엄살못해.
가만 누워 있지말고
죽어라 발버둥을 쳐.
이불이라도 끄내다 밟어.
밭 갈아엎고 품이라도 팔러나가.


나는 안죽어. 죽어도 살고야만다.
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
꺼먼 바다 다 ㅡ 지나고
반드시 하늘보여.
반드시 숨통트여."

_ 폭싹 속았수다 中.




* 꽤 길었던 몸의 통증을 계기로 또 반복되는 계획의 순연으로 내 마음과 상황은 아직 봄이 아닌데,
봄이라 하니 싫었다. 그냥 겁났다.

* 하루하루 생활도, 저 뻔뻔한 돼지도 지겹고
괜찮아질 거라 믿었는데 시간의 지남이 길어질수록
무언지모를 무기력함과 화가 났다.

* 멋들어진 여행지. 좋은 먹거리가 텔레비전에 스쳐 지나갈 때 가고 싶다.. 까지는 다스릴 수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와~ 먹고 싶다. 맛있겠다." 말이 나와버리는데 여기까지 왔구나! 싶으면서 정말 억울하고 우울했다.

* 자꾸만 과거의 오늘이라며(SNS)
특히 7~8년 전 사진들이 뜨는데 관종이라 올린 게 아니라 그냥 솔직히 힘들었다는 외침? 같은 것이었다.

지난 몇 주 그랬다.
그러면서도 광화문 추위에도 나오신 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정말 고마웠다.


열 개 중 겨우 한두 개 놓쳤다고
그 여덟아홉을 무색하게 하면 안될터
다시 또 이렇게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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