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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처음을 지나...

by 여니

스며들었던 수많은 처음을 지나,
나는 가만히 숨을 고른다. 그 처음들이 어느 순간 내 안에 잔잔한 물결처럼 남아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처음들을 지나는 동안에는 때로는 설렘에 가슴이 뛰었고, 때로는 두려움에 발걸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처음들은 흩어지지 않고 서서히 쌓여 내 안의 어떤 자리를 채워 주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이 모든 시작들이 결국은 나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처음들이 남긴 색채들이 지금의 하루하루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깊지는 않더라도 거짓 만은 아니기를. 그 말은 곧 겉으로 보기에 완전하지 않더라도 진실이길 바라는 소망이다. 번쩍이는 말이나 공허한 꾸밈 대신에 소박하고 단단한 진심을 택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도 남에게도 진실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를 바란다. 쉽진 않아도 너무 어려워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제발 그만이기를.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무게가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더 이상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쉽진 않아도, 그러나 버텨낼 수 있을 만큼의 난관들이기를. 그렇게 기도하듯, 소망하듯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어 본다. 그리고 그 말이 실현되도록 스스로를 다독이고, 작은 다짐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적당한 무거움이 더라도 화려하기만 한 것만은 아니기를. 가볍고 반짝이는 것들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한 무거움이 주는 진정성과 깊이를 나는 원한다. 겉으로만 반짝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적당한 무거움으로 인해 형성된 단단한 기반이 있기를 바란다. 그런 균형이 있기를, 그리고 그 균형이 내 삶을 더 오래도록 지탱해주기를 바란다.



초심을 잃지 말고 당연함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그것은 매 순간 감사할 줄 아는 태도이며,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노력이다. 작은 성과나 편안함이 생겨도 그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늘 겸손히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려 한다.



과거의 추억에만 멈춰있지 않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앞을 바라보고 올바르게 걷길 바라는 바.
추억은 따뜻하지만, 그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추억에만 멈춰있지 않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올바르게 걷기를 바란다. 속도가 느려도 상관없다. 방향이 바르게 정해져 있다면,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결국 큰길을 이룰 것이다.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내일을 생각한다. 큰 기대가 아니어도 좋다. 작은 희망 하나가 오늘의 무게를 조금 덜어주고, 그 마음을 품고 내일을 생각하는 그 순간, 불안은 약간 비켜가고 호기심이 자리한다. 내일은 아직 쓰이지 않은 빈 페이지이므로, 작은 희망으로 한 줄씩 채워 나갈 수 있겠다.



무엇보다 힘든 상황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진심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문장은 모든 것을 정리해 주는 한 줄의 다짐이다. 나는 작고 사소한 친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진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야만 결국 스스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소박한 진심들이 모여 언젠가 큰 위로가 되고, 스스로에게도 따스함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러면서도 하루에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생각이다. 마음이란 참으로 유동적이라 같은 날에도 여러 번 변한다. 희망이 사라졌다가 다시 솟구치고, 두려움이 밀려왔다가 물러가기도 한다. 그런 반복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또다시 일어서는 연습을 한다. 몇번씩 울렁이는 마음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려 애쓴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나는 숨을 크게 내쉬련다. 그런 두려움은 때로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빼앗아감으로, 잠시 그것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겠지. 잠시 내려놓는 연습이 쌓이면, 두려움과 마주할 힘도 점점 커지겠지. 지금보다는 더.




이 모든 말과 마음들은 서로 겹치며, 같은 느낌의 다른 면들을 비춘다. 그 느낌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하고, 소박하면서도 진지하다. 언제나 같은 문장을 반복해도 그때그때 다른 결로 읽히는 법. 오늘도 나는 그 문장들을 품고 천천히 걸어간다.


*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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